"금리 상승 등 여건이 반대로 돌아설 경우 신용대출이 굉장히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신용대출을 금융시장 리스크 뇌관으로 지목했다. 지난 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은보 금감원장은 대내외 충격에 따른 가계 경제 영향으로 '퍼펙트 스톰' 우려에 대한 목소리를 내며 이같이 밝혔다.
신용대출 부실 우려…금융권 뇌관 될 수 있어
정 원장은 변동금리 대출자산 비율이 높은 가운데 금리가 상승하면 신용대출이 금융시장 리스크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변동금리(비율)가 높은 상태에서 금리가 1% 올라가면 12조5000억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라며 "만기도 짧은데 중·저신용자가 비은행에도 몰려 신용대출에서부터 뇌관이 터질 가능성이 상당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은행에 이어 지방은행, 상호금융으로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이 늘고 있다"라며 "미국도 신용대출 한도는 2만~3만달러 정도, 금리는 10%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지난 3년간 1억원씩 신용대출을 받아간 사람들이 다수로 신용대출 관련 문제가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최근 소득의 2배까지였던 신용대출 규모를 1배로 줄이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제도를 바꿨다"라며 "주로 (만기) 1년이 안되는 단기적 대출이고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 대출로 금리상승 등 여건이 반대로 돌아설 경우 신용대출이 굉장히 부실화될 가능성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퍼펙트 스톰과 관련해) 여러 주변에 환경적 요인들이 태풍의 힘을 배가해 굉장히 큰 위력을 가진 태풍으로(변해) 국민경제와 거시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업권별 시장별로 여건이 반전됐을 때 가장 위험한 부분이 어디인지 점검하고 가장 먼저 충격받을 곳을 찾아 우선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신규 신용대출의 최대한도를 연소득(연봉)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대장동 이슈 대응 "수사당국 경과 봐가며 판단"
정 원장은 앞서 금융위원회 국감에서도 불거졌던 대장동 이슈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 수사 경과를 지켜본 뒤 금융기관의 감리 여부 등 조치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야당 의원 측은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하나은행을 비롯해 SK증권 등 금융사들이 주주간협약서 제출 요구를 듣지 않고 있다며 금감원의 역할과 검사 여부에 대해 날선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신용정보법이나 개인정보보호법상 제출이 어려운 부분은 (금감원에서) 개별 회사에 강제할 수 있는 사항이 없다"라며 "당시 두 회사의 검사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검사는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수사당국 수사가 이뤄지는 상황이어서 수사결과에 따라 검사를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검·경의 수사 중 금감원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을 것이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수사 내용 진행을 보면서 필요한 회계감사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질의도 쏟아졌다. 주가조작과 관련해 사전에 금감원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책임과 역할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전모가 드러나게 되면 금감원이 사전 예방 차원에서 문제를 포착하고 바로잡지 못한 책임이 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주자조작 관련해 특사경을 운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금감원 역할은 사전에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포착해 기초조사를 하고 수사당국에 이첩하는 역할"이라며 "수사가 진행중인 사안 관련해서는 금감원이 검사 진행이 어렵고 수사 과정에서 특사경 등에 협조 요청을 하면 필요 조치를 검토해 시행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 원장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진출과 관련해 영업행위 규제 감독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정 원장은 국감 업무보고에서 "빅테크 금융진출이 가속화됨에 따라 영업행위 규제 등 합리적인 감독방안을 마련하겠다"라며 "디지털 플랫폼과 금융회사간 공정한 경쟁질서가 확립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