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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세지고 경쟁자는 늘고…은행 내년 영업전략은

  • 2021.11.15(월) 06:10

[2022 은행 경쟁 판도는]①
당국 주문에 가계영업망 축소 전망
실수요자 대출 경쟁 더 치열해질듯

연말이 다가오면서 은행권이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한 해가 예상된다. 당장 핵심 영업 영역인 가계대출의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내세워 강력한 대출 규제를 예고하고 있어서다. 인터넷은행들이 가세하면서 경쟁자도 늘었다. 여기에다 코로나19의 여파도 여전하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기존 고객을 지키면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출의 문턱을 높이는 과정에서 기존 혜택을 대거 축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핵심 수익원 가계대출 더 힘들다

내년엔 은행 전체 이자수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영업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총량관리 수준을 연 5% 이내로 제시한 만큼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총량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강력한 규제도 예고된 상태다. 당장 내년부터 2억원 이상 대출을 집행할 경우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40%를 적용한다. 7월 부터는 1억원 이상 모든 대출로 확대된다. 

종합하면 은행이 내줄 수 있는 총 대출 규모는 물론 건당 대출 규모도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은행들은 DSR 규제 도입과 함께 건당 대출액이 높은 고소득자 위주로 영업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이 많을수록 부실여신으로 잡힐 가능성이 낮은 만큼 규제 환경에서 우량 대출차주를 늘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을 잡으려면 다양한 당근책이 필요한 데 이 부분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내세워 제동을 걸고 있어서다.

당장 주요 시중은행들은 그간 제공하던 우대금리 항목을 없애는 방식으로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다양한 혜택으로 우량 대출차주를 끌어들이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년 영업전략 수립을 시작하는 단계여서 직 확정된 사항은 없지만 내년은 가계대출 부문에서 특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량 대출차주 확보를 통해 여신 건전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예년처럼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가계영업 돌파구는 '실수요자' 대출

우량 대출차주에 대한 영업이 힘들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영업이 쉬운 '실수요자' 대출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전세대출과 중·저신용자 대출 등을 실수요자 대출로 보고 있다. 국내 주요 주거형태인 전세대출을 옥죌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저신용자 대출의 경우 적극적인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문제는 모든 은행들이 이 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그간 신용대출에 집중하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전세대출을 주요 여신 포트폴리오로 키우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토스뱅크 역시 내년 전세대출 시장 진출을 예고한 상황이다.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는 지난달 5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전세자금대출을 상품 라인업에 추가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전세대출은 주택담보대출로 취급되지만 건당 대출액이 적지 않고 담보가 확실해 알짜 영업 영역으로 꼽힌다. 매달 이자만 상환하는 만기일시상환 방식이어서 부실 가능성도 낮다. 이 와중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추가로 합류한 만큼 은행권의 전세대출 경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실수요자 대출로 꼽히는 중·저신용자 대출도 레드오션이다. 당장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을 대상으로 전체 대출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행들이 두 달간 이자 지원 등과 같은 출혈경쟁에 나서고 있음에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기존 은행들도 예전보다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이 쉬워졌다. 금융당국이 일정 신용등급 이하(KCB 820점) 중금리 대출을 모두 중·저신용자 대출로 보겠다고 밝힌 탓이다. 과거에는 중금리 대출로 고시된 상품만 중·저신용자 대출로 취급했는데 이 요건이 대폭 완화되면서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계약 갱신 시 증액이 쉽지 않아져 신규 계약 체결이 가장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결국 다른 은행 전세대출 고객을 끌어오기 위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저신용자 대출은 규제망이 느슨해 은행들 역시 다양한 금융 소외계층 흡수를 명분으로 고객 확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다만 인터넷은행, 2금융권 등과 경쟁해야 해 쉽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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