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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내년 기댈 곳은 기업금융…가시밭길 예고

  • 2021.11.16(화) 06:50

[2022 은행 경쟁 판도는]②
정부 정책·코로나19에 기업대출 이미 폭증
우량 '기업대출' 포화…낡은 기술금융 인프라
좀비기업 폭탄 우려…리스크 관리 총력전

내년 은행들은 사실상 기업금융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문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영업력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지만, 기업금융의 경우 정부가 오히려 기업쪽으로 자금이 순환되도록 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금융 역시 그간 정부의 '생산적 금융' 방침아래 이미 투입한 자금규모가 상당하다.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야 하는데 보증기관의 보증을 받거나 담보가 있는 소위 우량기업들은 이미 거래 은행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새로운 분야에서의 영업망 확대를 위해서는 보증이나 담보가 없더라도 기업의 내재된 가치를 보고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생산적 금융·코로나19에 기업대출 역대 최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이 은행에게 요구한 것은 '포용적 금융'과 '생산적 금융' 두가지다. 포용적 금융은 자금이 취약계층에게도 폭넓게 지원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것이었고 생산적 금융은 가계보다는 기업, 그 중에서도 가능성을 지닌 중소기업에 자금이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것이었다.

은행권은 이에 호응하기 위해 기업대출 취급량을 점차 늘리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년 말 781조4354억원 이었던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2018년 824조906억원으로 42조6552억원 늘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868조978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4조8877억원 늘어나며 비슷한 규모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증가세인 30조원대에 비해 10조원 이상 늘어났다.

2020년 들어서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으로 정부는 코로나19로 우수한 기업들이 쓰러지지 않게 은행들에게 이자상환 유예, 만기 연장 등은 물론 더욱 적극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2020년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976조3726억원으로 전년대비 107조3943억원이나 늘었다. 기업대출 취급량이 두 배 이상 뛴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져 지난 10월 말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1000조를 넘어선 1059조2891억원으로 집계됐다. 10개월 사이 82조9165억원이나 늘어난 셈이다.

가계 집중할 수 없는 은행, 기업도 쉽지 않다

은행들은 내년 가계부채 대책 도입과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호응하기 위해 가계부분 영업은 한 템포 쉬어가야 한다. 가계금융 영업의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금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사실상 '우량차주'로 분류되는 우량 중소기업들에게는 지난 4년 10개월 여간 자금이 투입될 대로 투입됐다. 새로운 거래처를 찾아야 하는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량거래기업과 새로 관계를 맺기 쉽지 않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영업점 중 핵심점포는 기업금융에 특화된 점포들"이라며 "기업금융의 경우 그 규모가 크기 때문에 은행입장에서는 경쟁이 심한 영업망중 하나인데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이후로 이 역시도 포화상태다. 가계부문의 영업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진만큼 기업금융에 더욱 집중해야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상 은행들은 기업에 대출을 해줄때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담보로 하거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다. 기업대출의 경우 리스크가 큰 대출로 분류되기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함이다. 실제 은행들의 기업대출 담보 비율을 보면 80% 이상이 담보가 있는 기업에게만 대출을 해줬다.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지역 신보나 기보의 보증이 없더라도, 기업이 보유한 담보의 가치가 크지 않더라도 기업의 기술력, 사업비전 등을 보고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일단 은행들 역시 이를 알고 기업들의 기술력과 미래가치에 투자하기 위한 시스템은 마련해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은행들의 기술금융 누적대출 잔액은 310조9075억원에 달했다. 건수만 해도 79만92건이었다. 기술금융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2016년 92조원이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3배가량 늘어났다. 

하지만 정작 따지고 보면 기술금융은 대부분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기업은행의 점유율이 30%나 차지하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은 각각 10%씩만 점유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로만 따져봤을때 기술금융을 통해 나간 대출의 양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되는데 이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에 기술보증기금 이나 외부기관과 연계해 기업의 기술력 등을 평가하고 있는데 은행이 홀로 하기 쉽지 않다보니 보증이나 담보대출에 비해 취급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요 은행들은 기업의 기술을 평가하는 전문인력을 운용 중이지만 각 은행별로 20명 내외로만 꾸려 운영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임직원 수가 10만명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기술 평가 전문인력은 100명 가량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늘어나는 좀비기업…기업금융 폭탄도 째깍째깍 

은행들은 기업금융 거래 기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년에는 리스크 관리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계획도 수립 중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정부정책의 영향에 자금이 투입된 곳이 많지만 반대급부로 회수가 불투명한 기업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당국 요청에 따라 일부 기업들에 대해 이자유예, 만기연장 등의 방침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은행 기업대출의 연체율은 0.30%로 집계됐다. 역대 최저 수준이다. 기업대출 중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도 0.40%를 기록하며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상 많은 건수의 대출을 취급하면 부실화 되는 대출도 많게 되지만 대출액이 역대급으로 늘었는데도 연체율은 역대급으로 낮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경고는 이미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2020년 연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79만9399개 중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40.9%로 집계됐다. 이자보상비율이란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수익으로 금융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즉 수익으로 은행의 대출도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이 10곳 중 4곳이란 얘기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의 연체율 등 일부 건전성 지표는 코로나19 정책으로 인한 착시효과가 있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현재까지 은행들의 손실흡수능력, 충당금 적립 등으로 이자유예, 만기연장 등의 조치가 종료된 이후에 은행에 큰 부담이 끼칠 정도로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를 대비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부실화 되는 기업대출 채권의 규모는 아직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도 내년 경영전략 수립과정에서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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