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년 5개월 만에 늘었다. 저리의 특례보금자리론 시행과 대출금리의 소폭 하락 속에 주택구입자금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시중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4월말(677조4691억원)보다 1431억원 늘어났다. 금리상승 여파로 지난해 1월(707조6895억원)부터 줄곧 줄어들던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 중심으로 17개월 만에 증가한 것이다.
가계대출 잔액이 늘어났다는 것은 기존 대출 상환액보다 신규 대출 규모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하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4월말 508조9827억원에서 5월말 509조6762억원으로 한달 새 6935억원 증가했다. 전세대출이 같은 기간 124조8792억원에서 123조9570억원으로 9222억원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5대 은행 주택구입 용도 주담대만 1조6157억원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는 주택시장에서 거래가 다소 회복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전날 기준 3184건으로 2021년 8월(4065건) 이후 가장 많았다. 5월에도 전날 기준 1768건(집계중)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서울 집값, 1년만에 상승 전환…추세 반등? 급매 소진?(5월27일)
부동산 거래 증가 배경으로는 지난 2년여 금리 상승 기간동안 주택 가격이 하락한 것과 특례보금자리론 시행 및 대출금리 일부 하락으로 인한 수요 회복 등이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주담대 위주로 가계 대출이 소폭 늘었다"며 "최근 은행채 금리 상승 영향으로 대출금리가 5월 초보다는 다소 올랐지만 지난 1월에 비하면 하락한 상태여서 부동산 수요를 늘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담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실제 주택매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91~6.127%로 나타났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올해 초 최고 8%대까지 올랐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지난 5월말 이후 하단이 3%대 후반까지 내려왔다.
가계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달에 이어 더 줄었다. 신용대출은 109조9314억원에서 109조6731억원으로 2583억원 감소했다.
기업 대출은 지난 4월 720조778억원에서 지난 5월 726조9887억원으로 6조9109억원 늘어났다. 기업 규모별로 대기업 대출은 3조6749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3조6749억원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은 회사채 발행과 은행 대출이 있는데, 최근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서 조달에 부담이 커지자 은행 대출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한편 시중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 2월 805조7827억원에서 지난달 817조5915억원으로 11조8088억원 늘었다. 두 달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정기적금 역시 지난달 37조9878억원에서 1조542억원 증가했다.
반면 입금과 인출이 자유로운 요구불예금 잔액은 590조9800억원에서 585조4550억원으로 5조525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자금'이 정기예금 등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의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시장심리가 반영되면서 지금이 금리 최고점이라는 생각하는 금융소비자들이 늘어난 듯하다"며 "조금이라도 고점일 때 정기예금에 넣으려는 개인 소비자들이 요구불예금을 정기예금으로 돌린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