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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주담대의 역설]'집 있는' 사람이 절반 넘었다

  • 2023.09.19(화) 07:25

다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 결정적
50년 주담대, 유주택자 비중 절반 이상
규제 정상화 아닌 시장자극 지적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정상화 방안'이 독이 됐다. 특히 임대사업자를 비롯한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를 이끈 것으로 나타났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이상을 이미 주택을 보유한 차주가 이용한 까닭이다.

금융권은 물론 부동산 시장에서도 다주택자의 대출 문턱을 낮춘 게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청년층 주거 사다리 역할을 기대했던 50년 만기 주담대지만 유주택자들이 주택 보유 수를 더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규제 풀었더니…유주택자 타깃 된 50년 주담대

지난 3월 정부는 다주택자, 임대·매매사업자 등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를 허용했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의 규제지역내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취급을 금지했는데,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로 규제지역에 상관없이 주담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임대·매매사업자의 경우 전 지역에서 주담대를 받지 못했는데 이들 역시 주담대 취급이 가능해졌다. 현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주택담보대출 규제 정상화라는 명목 아래 이뤄졌다. ▷관련기사: 다주택·임대업자도 주담대 허용…대출문턱 사라진다(3월2일)

대출 문이 열리자 유주택자들은 50년 만기 주담대에 관심을 가졌다. 50년 주담대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우회해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50년 만기 주담대 차주들의 상환능력에 관심을 가졌지만 이들은 늘어난 대출한도를 이용해 신규 주택을 매입하고, 가격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50년 주탁댐보대출 이용자 주택 보유 여부/그래픽=비즈워치

결과적으로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 역시 다주택자였다. 금융위는 지난 두달(7~8월) 동안 가계대출이 급증했던 주요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꼽았다. 올해 판매액(8조3000억원)의 80%이상(81.6%, 6조7000억원)이 이 기간에 집중됐던 까닭이다.

특히 50년 만기 주담대 이용자를 뜯어보면 유주택자가 절반 이상이다. 1주택자가 34%, 2주택 이상인 다주택자가 18%로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무주택자는 47.7%이다. 

연령대별로 봐도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절반을 넘는다. 40~50대가 57.1%, 60대 이상도 12.9%이다. 

금융위 분석도 다르지 않다. 금융위는 "다주택 대출은 실수요 주거마련보다 대출한도를 늘려 레버리지 확보 성격이 크다"며 "DSR 규제 우회 등으로 주택 시세차익 목적 수요 유입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초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50년 주담대와 맞물려 가계대출을 늘렸다는 점을 자인한 셈이다.

규제 완화 역효과

50년 만기 주담대는 청년층 주거사다리 방안으로 거론됐다. 금융당국은 40년 만기 주담대가 시장에 안착하자 지난해부터 50년 만기 주택모기지 상품 출시를 검토했다.

올초 출시돼 흥행한 특례보금자리론 역시 50년 만기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금융위는 특례보금자리론 만기 50년은 무주택 청년층의 주거안정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춘 상품 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시중은행이 취급한 50년 주담대와 선을 그었다.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감싼 이유(9월15일)

하지만 시중은행들이 50년 주담대를 다주택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었던 것도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영향이었다. 지역이나 주택 보유 여부에 상관없이 주담대를 이용할 수 있었던 만큼 대출을 활용해 주택을 매입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유주택자들이 50년 주담대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게 은행권과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전에는 다주택자 대출을 옥죄고 세부담도 강화하면서 유주택자들의 주택 추가 매입 수요를 막았다"며 "관련 규제가 풀리면서 집을 보유하고 있어도 대출 여력이 생겼고, 50년 주담대가 이전 상품보다 한도가 더 많다는 특징이 부각되면서 상당수가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무주택 실수요자가 아닌 주택가격 상승을 기대한 유주택자들의 추가적인 주택 매입이 늘면서 집값 상승폭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향후 가계대출을 더 늘릴 수 있는 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다주택자들은 대출을 활용한 주택매입 경험으로 무주택 실수요자보다 더 적극적이고 투자성향도 강하다"라며 "이들이 시장 진입에 적극적일 경우 집값도 급격히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패닉바잉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며 "실수요자에게 우선적으로 주택 매입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다주택자가 시장을 이끌면서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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