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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주담대의 역설]고소득·다주택자 전유물 되나

  • 2023.09.20(수) 07:25

DSR 산정시 상환능력 중요
중·장년도 상환능력 입증되면 활용 가능
고소득·다주택자 50년 만기 적용 유리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유주택자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늘자 금융당국이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한다. 당장은 장기대출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 적용한다.

다만 문틈은 열었다. 대출 전 기간 동안 상환능력이 명백히 인정된다면 DSR 산정 때 50년 만기를 적용할 수 있다.

이 틈에서 논란이 발생할 조짐이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청년층의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은 상품이지만 오히려 고소득·유주택자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금융당국은 다주택자에게는 50년 만기 주담대를 판매하지 않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세밀하지 못한 대책으로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강화되는 상환능력, 누구에게 유리할까

금융위원회는 DSR 산정 적용방식을 개선하기로 했다. 40년 이상 초장기 주담대의 경우 DSR 규제를 우회해 대출한도를 늘리고, 지금의 소득을 기준으로 상환능력을 평가해 향후 부실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 지난 13일부터 대출 전 기간에 걸쳐 상환능력 확인이 어려운 경우 DSR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했다. DSR 산정만기를 줄여 대출한도를 늘리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대출 전 기간에 대한 상환능력이 명백히 인정되면 실제만기(50년)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관련기사: 대출 상환능력 문턱 높인다…스트레스 DSR 적용(9월13일)

이와 함께 금융위는 은행권에 장기대출 취급시 소비자 보호와 투기수요 방지 등을 위한 자체 관리노력을 강화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대출 취급 시점 소득에만 의존해선 안 되고 차주의 기대여명, 은퇴시점 등 상환능력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감안해 대출만기를 설정하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차주의 생애주기 소득 등 장래소득을 합리적으로 고려하고, 통계정보 등을 활용해 자체 장래소득 인정기준 마련 등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청년층에게 유리한 구조다. 장래소득을 반영하면 DSR 산정시 지금의 소득을 기준으로 할때보다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어서다. 또 중장년층보다 기대여명이나 은퇴시점까지 남은 기간이 긴 만큼 상환능력이 인정되면 50년 만기를 적용받을 수 있다.

당초 50년 만기 주담대 관련 규제로 거론됐던 연령 제한은 아니지만 청년층이 좀 더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형평성 문제를 위해 중장년층 역시 50년 만기 적용이 가능토록 틈을 만들었다. 고령층의 경우에도 연금과 자산소득 등 다양한 소득원천을 통한 충분한 상환능력을 입증하면 상응하는 대출만기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상환능력 입증 관건인데…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하려면 청년과 중장년 등 연령과 세대에 상관없이 상환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고소득·다주택자 등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은행권에선 소득을 비롯한 상환능력을 입증할 구체적인 지침 등이 내려오지 않은 상황이라 DSR 산정 만기 50년을 적용해 대출을 내주기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이를 감안하면 50년 주담대를 활용해 주택 매입을 계획했던 금융 소비자들은 계획을 변경할 수밖에 없다.

반면 청년층 내에서도 전문직 고소득자, 중장년 층에서도 임대소득 등을 통해 상환능력을 입증할 가능성이 높은 다주택자 등은 50년 만기 주담대 이용에 유리할 수 있다는 게 은행권 설명이다.

이미 50년 주담대 차주의 절반 이상이 유주택자인 상황에서 이들이 임대 수익을 기반으로 상환능력을 입증하면 50년 주담대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50년 주담대의 역설]'집 있는' 사람이 절반 넘었다(9월19일)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상환능력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고소득자나 자산소득(임대소득 등) 등 안정적인 수입을 입증할 수 있는 차주에게 유리한 게 사실"이라며 "청년층의 경우 장래소득을 반영해도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실제 50년 만기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은 구체적인 당국의 지침이 없는 상황이라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마련되느냐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다주택자 등에는 대출을 막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다주택자에게는 최대한 (50년 만기 주담대) 공급하지 않도록 은행에 공문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50년 주담대 공급 대상을 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0년 주담대가 청년층 주거사다리 방안으로 거론됐던 만큼 무주택 실수요자에 우선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DSR 조정뿐 아니라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공급 대상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초점을 맞춰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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