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이 지난해 지방자치단체·병원·대학교·공공기관 등에 집행한 출연금 규모가 3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출연금은 지역사회 기여 명목으로 집행되지만 사실상 기관 금고나 주거래은행 자리를 따내기 위해 감수하는 비용이라는 점에서 해묵은 논란거리이기도 하다. 올 하반기에도 인천시금고 등 대형 금고 입찰이 이어지면서 출연금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한 2025년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자체·병원·대학교·공공기관 등에 집행한 출연금 규모는 총 2945억4500만원으로, 3000억원에 육박했다. 전년 2660억8500만원보다 10.7%(284억6000만원) 늘어난 규모다.
신한 절반 가까이 차지…하나도 반짝
최근 가장 많은 출연금을 투입하고 있는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총 1409억3300만원을 집행해 4대 은행 합계액(2945억4500만원)의 47.8%를 차지했다. 이 중 지자체 출연금은 1170억2500만원으로 이 은행 출연금 전체의 83.0%에 달했다.
이는 신한은행이 서울시 1·2금고와 인천시 제1금고 등 대형 지자체 금고를 운영해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와 인천시 예산을 합치면 60조원을 훌쩍 넘는다.
하나은행도 지자체 금고 운영으로 출연금 규모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4대 은행 기관 출연금 증가액(284억6000만원) 중 하나은행 증가분만 240억6700만원으로 84.6%를 차지했다. 하나은행 출연금은 전년 312억6900만원에서 지난해 553억3600만원으로 76.9%(240억6700만원) 늘었다. 하나은행이 2024년 말 기존 KB국민은행이 맡고 있던 경기도 2금고를 뺏어온 결과다.
은행들은 지자체나 기관에 협력사업비 명목으로 출연금을 지급해 왔다. 기부 명목이지만 실제로는 금고나 주거래은행 자리를 얻기 위해 치르는 영업 비용에 가깝다. 출연금 액수가 당락을 가르는 전부는 아니지만 선정 과정에서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한다는 게 은행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중에서도 지자체 금고 경쟁은 특히 치열하다.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관리하는 동시에 공무원 급여계좌, 산하기관 거래, 법인카드 영업까지 가져갈 수 있다. 지역 대표 금고라는 상징성이 주는 홍보 효과도 쏠쏠하다. 실제 지난해 4대 은행이 내놓은 기관 출연금의 69.4%(2042억8800만원)가 지자체로 흘러 들어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관영업 경쟁에 축소 쉽지 않아"
문제는 은행들이 매년 수천억원을 특정 기관과 일부 이용자에게만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에 사회공헌 요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돈을 더 넓은 소비자 혜택으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 영업 비용이 과도하게 불어나면 은행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금융당국도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재산상 이익 제공 기준과 공시 규제를 강화해왔다. 2016년에는 정상 범위를 넘는 재산상 이익 제공을 막도록 금융사 내부통제 기준을 정비했고 2020년에는 이익제공 공시 범위를 넓혔다. 신한은행의 경우 2018년 서울시금고 입찰 과정에서 출연금을 과다하게 제시했다가 금감원으로부터 과태료 21억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그렇다고 출연금을 확 줄이기도 어렵다는 게 은행권 분위기다. 올해 서울시금고는 신한은행이 다시 맡는 것으로 일단락됐어도 하반기 인천시금고와 서울 자치구 금고, 법원 공탁금 보관은행 선정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시중은행들이 기관 돈을 잡기 위한 경쟁은 올해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관련기사 : 서울·인천시 금고 열린다…'청라 이전' 하나금융 인천 정조준(2025.12.10)·이젠 '16조 서울 구금고'…지키는 우리 vs 뺏는 신한·국민은행(2026.05.15)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고 지정 과정에서 제시되는 출연금은 해당 금고 운영을 통해 기대되는 수익성과 사업성, 지역사회 기여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정해진다"며 "명확한 산식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단순히 많다 적다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