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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GA업계 자율협약이 '태풍의 눈?'

  • 2023.09.26(화) 06:10

과도한 스카우트 자제…대형GA 39곳 자율협약
생보사 M&A로 자회사GA 몸집 불리기 나설 듯
보험연구원 "소비자 효익 위해 상품추천 규제해야"

"자율협약은 GA(법인보험대리점)업계 인수합병(M&A)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 될 겁니다. 앞으로 GA들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통폐합이 가속화하겠네요."

최근 소속 설계사 1000명 이상 대형GA 39개사가 참여한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를 위한 자율협약'을 두고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이 전망했습니다. 

자율협약은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GA업계가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과도한 설계사 모집 경쟁을 근절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경력직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초년도 판매수수료, 시책, 정착지원금(스카웃 비용)의 총합을 초년도 판매수수료 상한제도인 '1200% 룰' 내에서 운영하는 게 주된 내용인데요. (1200% 룰은 설계사에게 지급하는 첫 해 모집수수료를 보험계약자가 내는 1년치 보험료[월납 보험료의 12배]로 제한하는 제도를 뜻합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는 20일 설계사 1000명 이상 대형 GA 39개가 참여한 가운데 '보험대리점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를 위한 자율협약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사진=보험대리점협회

자율협약 성패의 가늠자 역할을 할 대형 보험사 자회사GA의 참여도 이끌어 냈죠.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삼성생명금융서비스 등 당초 대형 보험사가 설립한 자회사GA들은 자율협약에 미온적인 입장이었습니다. 설계사를 계속 스카우트해 세를 불려야하는 입장에서 자진해 족쇄를 채울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형GA들이 모여 자율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자회사GA의 모(母)보험사 상품을 보이콧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백기 투항했죠.▷관련기사 : GA업계 '한화 보이콧'에…GA협회장-한화GA대표 회동(9월14일) 자의반 타의반으로 성공했던 자율협약이 M&A 신호탄이라니 무슨말일까요? 

자회사-비자회사 양분되는 GA업계

우선 집단행동에 나선 GA의 얘길 들어보겠습니다. 이들도 입맛이 씁니다. GA는 여러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보험상품을 파는 판매 대리회사입니다. 특정 보험사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보험상품을 비교해 금융소비자에 맞는 상품을 추천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설계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영업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회사 경쟁력 차원에서 반드시 우위를 차지해야 하고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건 자본력 있는 모회사를 갖춘 초대형 GA의 설계사 영입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공감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대형 보험사를 배경으로 둔 자회사GA의 공격적인 설계사 빼가기에 상대적으로 '총알'이 약한 비자회사GA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죠.

예컨대 한화생명은 2021년 대형 보험사 가운데 최초로 자회사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하고 전속설계사들을 모두 이동시켰습니다. 이후 텔레마케팅 전문GA인 한화라이프랩과 대형GA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해 총 3곳에서 2만7000여명의 설계사를 확보했죠.

당장 한화금융서비스(2만1300여명)만 놓고 봐도 GA업계에서 설계사를 가장 많이 보유했던 지에이코리아(1만4300여명)를 제쳤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한화생명은 "올 하반기 월평균 설계사 1000명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며 GA업계 긴장감을 높였죠.

이런 움직임의 결과 GA업계는 자회사GA와 비자회사GA로 양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판매회사간 경쟁심화는 수익성 양극화를 부르고 있습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대형GA중 적자기업 비중은 2018년 17.6%에서 지난해 29.3%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4분기 8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출범 1년반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죠. 올 상반기에는 대형GA 6곳의 순익을 합친 것(344억원)을 웃도는 379억원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생보사, 너도나도 GA 설립

주요 생명보험사·자회자GA·GA 13개월차 설계사 평균정착률/그래픽=비즈워치

그런데 보험사들도 사정이 있습니다. 특히 생명보험사들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5개 생보사 설계사의 13개월차 평균 등록 정착률은 39%를 기록했습니다. 10명중 6명이 일한 지 1년이 되기 전에 그만뒀다는 뜻입니다.

업계 '빅3'로 꼽히는 삼성생명(47.2%), 교보생명(39.3%) 소속 설계사도 절반 넘게 회사를 떠나고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하나생명(5%) 등은 언급하기도 민망할 정도죠. 반면 지난해 대형GA 설계사 정착률은 53.9%로 집계됐다고 합니다(보험연구원). 실제 자회사GA나 대형GA들은 평균 60%이상의 정착률을 보이고 있죠.

저출산·고령화로 생보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전속설계사 조직을 유지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겁니다. 2020년대 들어 생보사를 중심으로 자회사GA 설립이 증가한 배경이죠. 예전에 비해 회사에 대한 로열티(충성도)가 낮아진 설계사들은 GA를 선호합니다. 같은 상품을 팔아도 GA쪽이 수수료 및 시책을 더 많이주고요.▷관련기사 : '골드바 22.5돈 줍니다' 보험 GA설계사만 웃는 이유(2022년 10월14일) 물론 여러 회사 상품을 비교해 가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쪽으로 소비자 수요가 바뀐 것도 있지만요.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새 회계기준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를 위한 신계약 경쟁은 자회사GA 설립 유인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모회사 '밀어주기'

하지만 이번 자율협약으로 자회사GA가 티나게 설계사를 끌어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단기같에 외연을 확장해 영업력을 높이는 게 차단된 셈이라는 거죠.

그러니 앞으론 보험사들이 실탄을 더 모아 우량GA를 아예 사들이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매물로 나온 GA들의 기업가치가 재평가 되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돈이 더 들어갈 순 있지만 잡음도 없고 깔끔하니까요.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역시 자율협약 기대효과로 "M&A 수요 증가와 이에 따른 GA 기업가치 상승"을 꼽았죠.

그런데 이런 현상이 금융소비자들에게 효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상품보다 모회사의 보험상품만 파는 사례가 많아지며 본래 GA 설립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 제기됩니다. 미래에셋생명의 자회사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올 상반기 2만2584건의 개인 사망보험을 팔았습니다. 이중 대부분(86.1%)이 모회사 상품에 편중돼 있었습니다.

사실상 모회사의 통제를 받는 자회사GA가 늘어나면서 좀 더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립니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제판분리(상품 개발과 판매 분리) 환경에 적합한 보험모집 규제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상품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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