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한국보험대리점(GA)협회 회장과 이경근 한화생명금융서비스(한금서) 대표가 14일 회동했다. 한화생명의 자회사 GA인 한금서가 대규모 투자유치, 상장 추진 등으로 업계 내 독보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GA들이 돌연 한화생명 상품판매에 대한 '보이콧'을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GA업계는 '무리한 설계사 영입경쟁 등 불공정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며 자율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한금서가 불참하자 모회사인 한화생명에 화살이 겨눠진 상태다. 보험업계는 결국 한화생명과 한금서가 판매 '공룡'이 된 GA업계에 백기를 들고 자율협약에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김용태 협회장과 이경근 대표는 티타임을 갖고 GA협회가 추진 중인 업계 자율협약 참여에 대해 논의했다. 당초 한금서는 오는 20일 예정된 자율협약식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대형 GA들이 다음 달부터 한화생명 상품 판매 시책(판매 장려보수)을 최소 1년 후 지급키로 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자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전향적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GA협회 측에서 갈등을 풀 실마리를 찾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GA협회가 추진하는 자율협약은 소속 설계사 수 1000명 이상인 대형GA를 대상으로 한다. 고액의 정착지원금을 내걸고 경쟁업체의 설계사 및 영업조직을 스카웃하는 등 과도한 영입경쟁을 자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명분은 '건전한 모집 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 피해를 막자'는기본 취지에 있다. 설계사의 잦은 이직으로 방치되는 이른바 '고아계약'을 막고 부당하게 계약을 갈아타도록 유도하는 승환계약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엔 한금서처럼 자본력 있는 모회사를 갖춘 초대형 GA의 '인력 빼가기'를 견제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보험업계의 분석이다.
최근 한화생명·AIA생명·KB라이프생명 등 보험사들이 영업력 강화·비용절감 등을 위해 자회사 GA를 잇달아 설립하고 대규모 지원금을 통해 인력을 영입하고 있다. 설계사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영업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관련기사 : 한화생명, GA 피플라이프 인수…2.5만 설계사 조직 구축(1월2일)
하지만 이에 반발한 GA들이 집단 보이콧에 나서자 보험업계는 당혹스러운 눈치다. 보험사 입장에서 보험 상품을 많이 팔려면 '공룡'이 된 GA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갖춘 자체 판매망보다 GA의 영업력이 더 커진지 오래라서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대형사인 한화생명을 본보기 삼아 (GA들이) 타 보험사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라며 "한금서가 결국 백기를 들고 자율협약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짭짤한 수수료 수입을 안겨줬던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 '밀월'이 끝나자 마자 GA들이 변심했다"며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형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관련기사 : [보푸라기]설계사 줄지만 GA 설계사 늘어난다는데…(4월22일)·생보업계 치열해진 단기납 종신보험 전쟁(6월15일)
반면 GA업계는 "한금서가 시작한 설계사 리쿠르팅 전쟁이 결국 업계질서 혼란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모회사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설계사 영입이 GA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물론 AIA생명 역시 시장 관행(20~50%)보다 최대 4배 이상 높은 정착지원금을 제시하며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