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설계사가 '가짜계약'으로 챙기는 차익거래를 막기 위해 판매수당의 환수 기간을 1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관련기사 : '가짜 보험계약 막는다'…1년 지나 해지해도 모집수당 환수(6월 6일)
차익거래는 보험 모집 수당·수수료의 총액이 납입보험료보다 많을 때 이를 해지해 생기는 차액을 설계사가 챙기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이번 방안은 보험계약 2차년도(월납 13회차 이후) 시책 환수 기준을 1차년도(월납 12회차)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예를 들어 2차년도인 월납 13회차에 바로 보험을 깨면 1차년도와 마찬가지로 비례(유지기간 비례)수수료를 100% 환수하고요. 이후 월납 회차마다 5~10%포인트를 깎아서 24회차까지 환수율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보험업계에서는 긍정과 부정이 교차합니다. 보험사들 사이에서는 '허위계약 유입이 차단되겠지만, 이미 지급한 시책 환수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볼멘소리가 뒤따랐고요. 보험설계사들 사이에선 '결국 보험사만 배 불리는 조치'라는 목소리가 높았죠. 어떤 얘기인지 자세히 알아볼까요?
보험사들로서는 오래 유지되지 않는 보험계약의 수수료 환수에 대해 '찬성'이라는 입장입니다. 이제까지는 1년(월납 12회차)만 보험계약이 유지되면 바로 다음 달(월납 13회차) 때 비례수수료를 일시에 지급하는 관행이 있었는데요. 차익거래를 막기 위해서는 비례(유지기간 비례) 수수료 환수기간을 늘리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겁니다.
가짜계약 양산으로 낭비되는 수수료(사업비)가 많아지면 전체 보험계약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귀결되니 이를 막자는 의도도 있고요. A보험사 한 관계자는 "설계사들도 받을 근거가 없는 수수료를 돌려주는 것이니 금전적인 손해를 봤다고 하기 어렵다"고 했죠.
반대로 보험대리점(GA)을 포함한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사만 이득을 보는 구조"라고 지적합니다. 보험계약 해지로 비례 수수료를 환수해 간다면, 해촉(설계사 퇴직) 이후에도 이전에 판매한 보험의 시책이나 수수료를 챙겨줘야 하는데, 안 그런 보험사들이 더 많다는 겁니다.
나머지는 보험사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거죠.(단, 이에 대해 일부 보험사들은 해촉된 설계사의 보험계약은 다른 설계사에게 이관돼 유지·관리되고 이 과정에서 회사 자체 인프라가 투입되므로 수수료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고 항변합니다.)
또 보험상품 자체의 결함으로 해지되는 계약도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설계사들의 수수료만 빼가는 건 문제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보험사가 상품을 불완전하게 만든 책임도 있는데 허위계약으로 치부해 판매 채널 잘못으로 떠넘기는 게 맞냐는 겁니다. 보험은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만 금전적 보상이 이뤄지므로 판매와 동시에 분쟁을 내포하고 있죠.
"사실 수수료 환수가 말처럼 쉽지 않다"고 보험업계는 입을 모읍니다. 일명 '1200%룰'을 어기고 초과 지급된 수수료나 시책의 환수도 이미 잘되고 있지 않거든요.▷관련기사: "롯데손보 가입시키면 냉장고 준다"…'1200%룰' 유명무실(2월21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설계사들이 수수료 환수를 목적으로 가입하는 보증보험의 보험료만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환수 정책이 강화될수록 보증보험료가 더 오르는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아 한 가지 더. 보증보험이 있는데 왜 환수가 어렵냐구요? 보험사가 보증보험을 통해 수수료 환수를 요구하기 위해선 설계사 동의가 필수적이라 절차상 어려움이 있고요. 보장금액이 500만~1000만원 수준이라 환수해야 할 금액이 이보다 크면 보증보험도 무용지물이라는 거죠. 그렇다고 소액 환수 건을 보증보험으로 쥐 잡듯 받아내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악덕 보험사 이미지가 부담이라서 랍니다. 안 그래도 전속 설계사 정착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대요. 진퇴양난이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