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최근 장기목표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순익 기여도가 상당히 높은 가계대출에 기대지 않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공수표'를 던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우리은행이 강조한 분야가 다른 은행들 역시 앞으로 핵심 먹거리로 꼽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같은 목표의 달성 시기가 현 경영진의 임기가 종료된 이후라는 점을 들어 주주달래기를 위한 방편에 그친다는 관측도 나온다.
왜 기업금융과 해외사업일까
우리은행은 최근 향후 주력할 집중분야를 선정해 대외에 공표했다. 바로 기업금융과 글로벌 사업부문이다. ▷관련기사 : '기업금융 명가 재건' 선언한 우리은행 "4년뒤 1위로"
기업금융을 키운다는 것은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얘기다. 글로벌 사업의 경우 우리나라의 금융 경쟁력을 해외에 알릴 수 있고,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을 지원하기도 좋다.
두 과제 모두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은행의 입장이다. 또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분야에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금융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규제하지 않는 대표 분야로 꼽힌다. 오히려 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것을 독려할 정도다. 특히 경제적인 위기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사실상 반 강제로라도 자금을 대도록 한다.
기업금융의 반대편에 서있는 소매금융(가계)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 정부는 대출 취급을 중단하라고 요청할 정도로 시장에 개입한다. 따라서 소매금융에 기댄 사업포트폴리오는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하기 힘들다.
글로벌 사업의 경우 국내 금융당국이 아닌 해외 금융당국의 규범을 따라야 한다는 단점은 있다. 해외 당국의 허가가 없으면 영업을 아예 펼치기도 힘들다.
다만 우리은행은 물론 국내 다른 금융회사가 꾀하고 있는 현지 회사 인수·합병(M&A)등을 바탕으로 거점을 확보하기만 하면 영업에는 무리가 없다.
특히 국내 금융회사들의 주 거점지인 동남아시아 지역의 경우 경제성장을 이유로 영업에 별다른 규제를 가하고 있지 않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단기간에 순익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공수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
다만 우리은행의 장기 추진 과제를 두고 '공수표'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도 있다. 기업금융과 글로벌은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시중은행들 역시 미래 먹거리로 꼽고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 한 관계자는 "글로벌은 과거부터 핵심 먹거리로 꼽혀온 분야이며 기업금융은 코로나19, 레고랜드 사태 등을 거치면서 수요가 늘어나 현재 은행의 수익을 책임지고 있어 최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의 계획들이 목표된 결과로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기업금융의 경우 대기업 대출을 더욱 확대해 이자이익을 확보하고 기업과의 거래관계 확립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퇴직연금 사업 등을 바탕으로 비이자이익도 끌어올린다는게 핵심이다.
최근 대기업의 자금조달 수단이 채권발행보다는 은행대출로 이동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같은 추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는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다른 은행 기업금융 관계자는 "대기업대출이 은행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크지 않다"라며 "내년부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 대기업대출은 오히려 늘리기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부터는 그간 취급했던 리스크 높은 중소기업 대출도 상환 여부를 다시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확장국면으로 이어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사업분야의 경우 전체의 순익중 25%를 차지할 정도로 키우겠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현재 핵심 거점인 동남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폴란드와 중동 지역 등을 차기 주요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다만 해당 지역들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순익을 확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한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내건 계획을 보면 모두 장기적으로 최대 7년뒤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라며 "우리은행 경영진의 임기는 3년 내외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어 "당분간 실적 턴어라운드는 쉽지 않고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이나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가 방어용으로 이같은 계획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대외에 알리고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