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최고 관심사는 금리의 향방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종료 이후부터 이어진 긴축의 시대가 종료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본격적인 기준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길어진 침체를 기준 금리 인하가 끝내 줄 것이란 기대다.
세계 금리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경우 사실상 새해 기준금리 인하를 공식화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내면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태세를 놓지 않고 있다.
인상은 '끝'…언제 내리나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내놓은 점도표에서는 2024년 정책금리의 중간값 전망치는 4.6%로 제시됐다. 이는 지난 9월 제시됐던 5.1%보다 0.5%포인트 하향조정된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2024년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더라도 금리를 인하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미국이 확실하게 금리정책을 선회했다는 신호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발표된 점도표 등을 고려하면 늦어도 2024년 2분기부터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끌어내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은 최근 내놓은 '내년 글로벌 경제 여건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연준이 1분기까지는 현재의 정책금리 수준을 유지하되 2분기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2024년 말 미국의 정책금리는 4%대까지 내려올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로존 내 국가들 등 세계주요국 들 역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끌어내릴 것이란 기대감도 형성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BNP 파리바(Paribas)는 내년 2분기부터, JP모건과 시티그룹은 내년 3분기부터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다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경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가 상승세 안정과 가계부채 증가 조절 등을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이창용 총재의 설명이다. 이 총재는 현재 시점에의 기준금리 인하 논의를 두고 "시기상조"라고 표현했다.
저성장 고착화 우려도
금융시장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저성장에 고착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최근 들어 세계 주요국의 경기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1%로 제시했다. 이 외 주요 기관들 역시 2%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저효과를 보는 것 뿐이지 회복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게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시각이다. 더욱이 내년 역시 1%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관(LG경영연구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도 경기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이 같은 전망대로 흘러간다면 내년 하반기부터가 본격적인 '침체'가 다가올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와 관련 LG경영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자료를 통해 "당초 올해 예상했던 세계 경제 침체가 미뤄져 내년 중반부터 현실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 한 프라이빗뱅커(PB)는 "국내의 경우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포함해 가계와 기업 모두가 부채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내년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성장 회복 속도까지 느려지면 체감경기는 지금보다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