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3.5%로 8연속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면서도 "제 사견으로는 6개월 정도 금리 인하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장 일각에서 제기돼 온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는 선을 그었다.
한은은 섣부른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물가가 재차 오르고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율은 3.2%로 전월 대비 둔화했지만 여전히 3%대를 웃도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가계부채 또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모두발언을 통해 "기준금리를 낮추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해 물가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고, 경기 부양 효과보다 부동산가격 상승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매파적 스탠스를 이어갔다고 보고 3분기 이후에야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인상 종료를 공식화한 만큼 물가상승률 및 가계부채 추이에 주목해 금리인하 시점을 조율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오는 16일 수출입물가지수를 공개한다. 수출입물가지수는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과 수입의존도가 높아 수출입물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
앞서 발표된 11월 수출물가지수(116.45)와 수입물가지수(135.11)는 전월 대비 각각 3.2%, 4.1% 하락했다. 수출입물가지수는 환율과 유가가 동반 하락하면서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또 17일에는 '2023년 11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가 공개된다. 시중 유동성은 지속해서 증가 추세다. 지난 10월 M2(광의통화, 평균잔액)는 3858조8000억원으로 9월보다 0.3%(11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5개월 연속 늘어났다.
한국은행은 같은 날 '2023년 12월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도 공개한다. 지난해 10월부터 기업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한 만큼 증가 흐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기업 수출대금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10월 석 달만에 반등했다.
지난 11월 외국환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1017억6000만달러로 전월말 대비 74억6000만달러 늘어났다. 달러 예금은 전월 대비 59억5000만달러 늘어났고, 역대급 엔저현상으로 엔화 예금이 늘어나면서 엔화 예금 잔액 또한 13억1000만달러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