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서비스의 하루 평균 이용 금액이 지난해 8000억원을 넘기면서 지불결제 시장에서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카드사들은 울상이다. 간편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출시한 '오픈페이' 마저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분위기다.
간편결제 시장 내 카드사들의 점유율이 핀테크 기업에 2순위(이용금액 기준)로 밀려난 데 이어 삼성·애플페이 등 휴대폰제조사 마저 카드사의 점유율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해는 이용금액 기준으로 휴대폰제조사에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페이전쟁 속 간신히 공동 2위 지킨 카드사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일평균 이용 건수는 2735만1000건, 이용 금액은 8754억6000만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건수가 13.4%, 금액이 15.0% 늘어난 수준이다. 이용금액기준으로 핀테크 기업(전자금융업자)이 간편결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9%로 금융회사가 차지하는 25.6%의 두 배 수준이다.
금융감독원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소비자들이 네카토(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를 통해 이용한 간편결제 규모가 75조517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만 해도 9조7104억원 수준이었던 핀테크 3사의 이용 금액이 4년 새 677.70% 증가한 것이다.
심지어 금융사들은 삼성·LG·애플페이 등 휴대전화 제조사에도 바짝 쫓기고 있다. 이용건수로는 이미 휴대폰제조업체가 카드사를 멀찌감치 따돌린지 한참이고 지난해부턴 이용금액 마저 사실상 엇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들어선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카드사들의 비중(이용금액 기준)은 2021년 30.5%에서 지난해 25.6%까지 줄어들 동안 휴대폰 제조사는 22.7%에서 25.6%로 비중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휴대전화 제조사의 일평균 간편결제 이용 건수와 금액이 각각 859만8000건, 2238억1000만원으로 19.9%, 20.8%씩 증가했다. 애플이 지난해 3월부터 국내에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증가 폭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아직 미미하기는 하지만 영향력이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휴대폰 제조사가 금융회사(카드사)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선불금·계좌 이용한 결제도↑…"후불시장도 위협"
아울러 전자금융업자를 통한 결제 중에도 신용카드를 이용하지 않고 선불금이나 계좌를 통한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이 점점 증가하는 것도 카드사들의 우려를 부추기는 것들 중 하나다. 실제로 선불금과 계좌를 통한 전자금융업자의 간편결제 서비스 내 이용 비중이 2020년 34.1%에서 지난해 39%로 4.9%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신용카드롤 통한 전자금융업자의 간편결제 서비스 내 이용 비중은 같은 기간 65.9%에서 61.1%로 4.8%포인트 하락했다. 신용카드로 이용했던 것을 핀테크 자체 결제 서비스가 흡수한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는 자체 선불전자지급수단 기반 결제금액이 증가할 때인데 핀테크 사들이 페이 머니나 포인트 지급 등의 마게팅으로 젊은 층들을 자체 선불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면서 신용카드를 통한 결제 비율이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드사들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체크카드 수익 감소로 인한 수익 악화 정도의 문제이지만 핀테크들이 후불 결제(BNPL) 서비스까지 장악한다면 신용카드 주요 수익 또한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에서는 전자금융업이 여신금융업권 대비 허들이 없다는 점에도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는 카드 상품을 출시할 때 연회비 한도 초과하는 혜택을 줄 수 없지만 간편결제사는 그렇지 않다"며 "수수료율 또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규제를 받는 카드사와 달리 간편결제사는 그렇지 않아 수수료를 비싸게 받고 소비자들에게 간편결제 이용 혜택을 많이 주면 장기적으로는 카드사들이 점점 더 설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