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통상 5년인 채권 소멸시효를 기계적으로 연장하던 금융회사 관행을 뜯어고친다. 그동안 연체채권의 기계적인 소멸시효 연장으로 인해 장기 연체자가 양산되고 채권추심 등에 시달리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금융회사의 연체채권 매각시 감독당국 보고 및 매각 내용 공시를 의무화하고 채권 재매각에 대한 원채권자인 금융회사의 책임도 강화한다.
26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신용회복위원회 광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교육장에서 포용적 금융 대전환 2차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지나치게 가혹한 추심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회사들의 채권 회수 극대화 관행을 지적한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채권 매각·소멸시효 연장 관행 개선
그간 금융회사들은 상각과 매각, 반복적 시효연장 등에 치중해왔다. 건전성 및 회수를 우선시하는 관행이 자리잡아서다.
금융회사들은 연체발생 6개월 이상 채권들을 추정손실로 분류하고 장부에서 제거하는 상각 처리를 통해 법인세법상 세제 혜택을 받는다. 이 과정을 마친 연체채권은 주로 저축은행·대부업(매입채권추심업체) 등 추심 전문업체에 매각한다.
문제는 이 매각 채권이 재매각을 거치면서 더 영세한 추심업체로 넘어가 신용평가 하락 등 채무자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또 이렇게 넘어간 채권들은 소멸시효가 도래하더라도 지급명령·채무승인 등을 통해 변제 가능성 여부와 상관 없이 시효가 반복적으로 연장돼왔다. 이에 따라 취약채무자가 지나치게 장기간 추심의 불안을 겪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채권을 매각하더라도 끝까지 관리하도록 책임을 부여하기로 했다.
향후 금융회사에는 채권 양수인의 불법행위를 점검하고 발견시 감독당국에 보고할 의무가 주어진다. 채권 가운데서도 신용복지위원회에서 신속 채무조정 중인 채권은 매각이 제한된다.
채권매각시에는 계약서에 재매각 가능 여부 및 재매각 가능 기간·기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연체채권 매각시에는 감독당국에 보고해야 하며 매각 내용은 홈페이지 등에 대외적으로 공시하도록 한다.
기계적 소멸시효 연장 관행은 금융회사가 채권 회수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연장을 결정하는 제도를 마련해 개선할 계획이다.
소멸시효 완성사실을 채무자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하도록 하고 회수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경우에만 연장할 수 있도록 기준과 절차를 내규에 반영한다. 금융회사별 사후평가를 위해 채무조정 실적을 공시하고 포용금융 평가체계와 연동할 예정이다.
금융회사에만 인정되는 특례조항을 통해 약식화된 독촉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법무부와 함께 소송촉진특례법을 개정한다. 금융회사가 특례가 아닌 일반 소송절차를 밟는 경우도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오유정 서민금융 과장은 "금융회사를 불편하게 하자는 취지"라며 "회수할만한 채무자라면 연장을 할 것이고 정말 (변제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 연장에 드는 비용이 있기 때문에 소멸시효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는 기한의 이익 상실 전에 채무자가 이를 인지하도록 채무조정요청권을 별도 안내해야 한다. 업권별 채무조정 우수사례를 취합한 채무조정 내부기준 모범사례를 마련·배포해 채무조정 내부기준 구체화를 유도한다. 금융회사별 채무조정 실적에 대한 사후평가 시스템도 마련한다.
자체 채무조정·소멸시효 완성 유인 강화
제도와 규제뿐 아니라 유인책도 마련했다. 금융회사가 자체 채무조정 과정에서 원금감면시 감면 부분을 손실로 인정하기로 했다. 원금 감면액이 비용으로 인정되면 그만큼 회사의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간주돼 결과적으로 내야 할 법인세가 줄어든다.
금융회사가 채권의 소멸시효를 완성하는 유인도 강화한다. 그간 금융회사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채권의 시효완성과 상관없이 상각 시점부터 바로 손비로 인식하곤 했다.
앞으로는 손비 인정에 시효완성을 조건으로 부과한다. 은행·보험은 5000만원 이하, 저축은행·상호·여전은 3000만원 이하 연체채권에 적용된다. 향후 제도 안착 추이에 따라 업권별 적용기준이 상향될 수 있다.
금융위는 전 금융업권 보유 연체채권의 약 90% 이상에 변경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채무자 은닉 재산 발견 등 금융회사의 귀책 사유가 없는 경우 손비 인정 후에도 예외적인 연장을 허용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건전성 악화 우려에 오유정 과장은 "연체채권 관리 관행들이 엄청난 회수 실익이 있기 때문에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어차피 못받을 분들에게 서로서로 종결하자는 취지로 건전성을 흔들 만큼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대출은 채무자의 상환약속일뿐 아니라 채권자의 적절한 심사와 관리가 결합된 미래를 향한 채권자와 채무자의 공동결정"이라며 "따라서 그 실패의 비용도 함께 나누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방안은 금융권의 오랜 관행을 끊어내는 일이라 의식적·지속적 노력이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라며 "현장에 제대로 안착될 수 있도록 금융권의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