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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워치] 성광벤드 3세, 승계 세금용 선제적 증여주식 매각…호기?

  • 2025.09.29(월) 07:10

안재일 대표, 2022년 2세 증여 개시…10.5%
아들 안정규, 절반 170억에 팔아 세금 충당 
내달 1.9% 추가매각…선제적 세금 재원 확보

중견 강관제조업체 성광벤드의 오너 3세가 증여받은 주식을 또 팔아 선제적으로 세금 재원 마련에 나섰다. 빚을 내 적잖은 이자 부담을 짊어지기 보다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개인 지분은 반토막난 데 이어 추가 축소가 불가피하다. 가업 승계가 녹록치 않다. 

3세 안정규, 부친 증여 통해 한 때  2대주주

29일 성광벤드에 따르면 안정규(31)씨는 다음달 10월15일부터 한 달 안에 소유 지분 5.65% 중 1.88%(50만주)를 블록딜을 통해 처분할 예정이다. 창업자 안갑원(88) 회장의 손자이자 안재일(63) 대표의 아들인 오너 3세다. 

이번 딜은 3대 후계자로서 향후 주식 상속․증여에 대비한 재원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액수로는 158억원(19일 종가 3만1550원)어치다. 이는 3년 전 증여세 마련을 위해 부친의 증여 주식 절반가량을 현금화한 데 이어 또다시 세금용 추가 매각의 성격도 갖는다.  

성광벤드는 석유화학, 조선해양, 발전플랜트 등에 사용되는 금속관이음쇠를 주력으로 하는 강관제조업체다. 안 회장이 1963년 2월 부산에서 창업한 수도파이프 생산업체 성광벤드공업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03년 6월 2세 체제가 출범했다. 안 대표가 41살 때 부친의 뒤를 이어 대표로 선임되며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지분 32.73%를 보유, 안 회장(31.03%)을 앞지르며 최대주주 지위도 확보했다.  

안 대표가 3대 승계를 개시한 시점은 나이 이순(耳順·60) 때다. 앞서 2012년 2월 6.99% 장외매각 뒤 26.56%를 가지고 있을 때다. 부친 안 회장(10.49%)과 모친 김경조씨(0.8%), 사내근로복지지금(3.23%) 등 특수관계인 3명을 합하면 41.08%다. 

2022년 4월 10.49%를 아들에게 물려줬다. 이를 계기로 정규씨는 부친(16.07%)에 이어 일약 단일 2대주주로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 1월에는 성광벤드에 입사해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성광벤드 최대주주 및 3세 지분 변동

주가 3만원 껑충…세금용 선제적 주식 매각

반면 정규씨는 만만찮은 증여세를 물어야 했다. 대략 160억원으로 추산된다. 증여 당시 주식시세(종가 8640원)를 기준으로 한 증여 재산가액 259억원에 세율 60%(과세표준 30억원 이상 최고세율 50%+최대주주 할증 20%)를 적용한 뒤 각종 공제를 빼서 어림한 금액이다. 

당초에는 주식 현금화와 분할 납부 ‘투트랙 전략’을 취했다. 우선 수증 직후 2022년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3.5%를 주당평균 9130원에 블록딜로 넘겨 91억원을 확보해 일부를 납부했다. 나머지는 연부연납을 통해 매년 쪼개서 내려고 했다. 

연부연납은 상속․증여세를 한꺼번에 납부하기가 부담스러울 때 일반적으로 활용된다. 세금이 2000만원이 넘을 때 증여세의 경우 6분의 1 이상을 먼저 내면 나머지를 최장 5년(상속세 10년)간 나눠 낼 수 있다. 

거저일리 없다. 납세 담보와 가산금 이자(2025년 2.9%)를 부담해야 한다. 정규씨 또한 주식 매각 뒤 6.99% 중 2.8%를 법원에 공탁했다. 아울러 잔여 세액에 대해 배당수입 등 개인 금융소득으로는 모자라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한다면 이자도 붙는다.      

몇 개월도 안돼 전략을 수정했다. 성광벤드 주가 상승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6월 중순까지 1만원을 밑돌다가 8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름세를 탄 뒤 9월 들어서는 1만7500원(6일)을 찍었던 시기다. 8월 말부터 한 달여 장내에서 1.88%를 주당평균 1만6300원에 처분했다. 82억원을 손에 쥐었다. 이를 통해 1년도 안돼 증여세를 모두 갚아버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정규씨의 이번 세금 재원 확보를 위한 선제적인 주식 매각 역시 흥미로울 수 있다. 주가가 지금은 3만원을 훌쩍 넘어선 상황이라, 현금화의 호기라고 판단하는 것일 수 있어서다.  

대신에 정규씨는 개인지분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현재 지분 5.65%는 2022년 주식 매각 후 반토막 난 5.24%에 비해서는 다소 높아졌다. 성광벤드의 작년 11월과 올해 5월 발행주식의 7.14% 규모의 자사주 소각에 기인한다. 

하지만 다음 달 거래가 마무리되면 지분은 3.77%로 낮아진다. 부친(17.13%)과 조부(11.3%)의 주식이 증여 대상이 될 것으로 점쳐 치는 가운데 앞으로도 줄곧 주식 현금화를 통한 납세 전략을 이어갈 지도 주목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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