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꽤 흘렀다. 창업주가 제약업에 뛰어들어 가업으로 일궈놓은 지도 어느덧 반세기에 가깝다. 후계자가 경영 일선에 포진해 부친과 함께 회사를 챙긴 지도 10년이 넘었다. 팔순을 목전에 둔 오너가 늦게나마 지분 대물림을 개시했다. 2세 체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2021년 정점 수익성 뒷걸음질
환인(丸仁)제약은 이광식(78) 현 회장이 34살 때인 1978년 11월 인수한 환인제약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종근당에서 근무한 경험을 사업 밑천 삼아 제약업에 뛰어들었다. 1982년 12월 환인제약으로 법인 전환한 뒤 정신질환 치료제에 주력하며 성장했다. 1996년 7월에는 증시에도 입성했다.
현재 환인제약은 쿠에타핀, 리페리돈, 에프람 등 정신신경용 의약품 시장 국내 1위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계열사로는 작년 9월 인수한 프로바이오틱스 건강기능식품 상장사 비피도를 비롯해 앰브로비앤피(신약개발), 애즈유(헬스케어 건강식품) 등 5개사가 있다.
현재 총자산(6월 말 연결기준) 4300억원에 양호한 재무건전성을 가지고 있다. 차입금이 9억원에 불과하고, 사실상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다. 순현금(현금성자산-총차입금)은 449억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12.9% 수준이다. 다만 최근 4년간은 수익성이 예년 같지 않은 모습이다.
매출은 2016년(1410억원) 이후 8년 연속 성장세를 보이며 지난해 2600억원을 찍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021년 313억원에서 작년에는 215억원에 머물렀다. 이익률은 17.6%에서 8.3%로 반토막 났다.
올 들어서는 매출마저 추춤거리는 양상이다. 1~6월 매출이 1년 전보다 0.7%(9억원) 줄어든 1240억원을 나타냈다. 영업이익은 153억→80억원으로 축소, 이익률은 12.2%→6.4%로 추락했다.
팔순 앞둔 창업주, 주식 증여 전무
오너 부자 중심의 경영 체제다. 이 회장이 부인 김관봉씨와의 사이의 1남1녀 중 장남 이원범(51) 현 사장과 경영총괄 각자대표를 맡아 환인제약을 이끌고 있는 것. 한참 됐다. 13년이나 된다.
이 창업주는 2010년까지만 해도 창업멤버들과 손발을 맞춰 환인제약을 꾸려왔다. 1999년 6월(선임) 고(故) 박호일 전 부회장→2000년 12월 김긍림 전 부회장→2003년 12월 고 이계관 전 부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운영했다. 이어 2010년 2월 이 전 부회장의 퇴진을 계기로 환인제약은 오너-1세대 전문경영인 체제가 막을 내렸다.
대신에 이 회장은 2010년 3월 당시 경영지원실장(이사)으로 있던 36살의 장남을 이사회에 합류시키며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 이 사장이 서울대 및 동대학원 재료공학과, 미국 듀크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으로 2006년 1월 환인제약에 입사한 지 4년만이다.
속전속결이었다. 2년 뒤인 2012년 3월에는 총괄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켜 각자대표에 앉혔다. 이 사장은 현재 비피도 대표와 앰브로비앤피, 애즈유의 사내이사도 겸하고 있다.
현재 이 회장과 이 사장 말고는 환인제약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오너 일가는 없다. 장녀 이수진씨나 사위 김남형씨, 며느리 박지영씨 등은 경영과는 무관하다. 오롯이 아들 승계다. ‘다음 편’에서 상세히 언급하겠지만, 파트론 주주 구성을 보더라도 최대주주인 이 회장의 현 특수관계인으로는 이 사장이 유일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이 창업주의 지분 승계는 더뎠다. 2세 주식 증여를 한 적이 지금껏 단 한 번도 없다. 팔순을 눈앞에 둔 이 회장이 마침내 환인제약 지분 20% 중 절반을 이달 말 장남에게 증여키로 했다. 이 사장은 13.27%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환인제약의 2대 세습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 [거버넌스워치] 환인제약 ②편으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