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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 방정식]⑧ 롯데, 0.01%가 가르는 후계구도

  • 2014.03.13(목) 10:50

신동주 부회장, 롯데제과 지분 잇단 매입..지배구조 이슈 부각
형제간 계열사 보유지분 비슷.."승계 이상신호"vs"억측일뿐"

롯데그룹은 신동주 일본 롯데 및 호텔롯데 부회장이 지난해 8월부터 롯데제과 주식을 잇달아 매입하면서 경영권 승계문제가 부각됐다. 그간 한국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호텔롯데 및 롯데쇼핑 회장이 맡고 일본 롯데는 장남인 신 부회장이 승계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었다. 하지만 장남인 신 부회장이 한국 롯데의 모태기업인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이면서 형제간 지분경쟁 가능성이 부각됐다. 

◇ 롯데제과, 무시못할 영향력..그룹내 상징성도

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1940년대초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기반을 다진 뒤 한일 국교정상화를 계기로 한국에 진출한 기업이다. 지금은 한국 롯데의 매출과 자산규모가 일본 롯데를 크게 앞지르지만 롯데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딜 때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00달러도 안되는 빈국이었고 일본 롯데는 껌과 초콜릿으로 일본시장을 제패한 경쟁력있는 제과업체였다.

 


당초 신 총괄회장은 한국에서 제철업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제철업은 국영(國營)으로 한다'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롯데는 일본에서 성공한 제과업을 한국에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문을 연 곳이 롯데제과다. 1967년 지금의 롯데리아 본사가 자리한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서 초기자본금 30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 뒤 롯데그룹은 롯데알미늄(1970년), 호텔롯데(1973년), 롯데칠성음료(1974년), 롯데삼강(1978년), 호남석유화학(1979년), 롯데쇼핑(1979년) 등 기업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롯데제과에 대한 신 총괄회장의 애정은 각별하다. 롯데그룹 총자산에서 롯데제과의 비중은 5%가 안되지만 신 총괄회장이 본인 명의로 가장 많은 지분을 남겨둔 곳이 롯데제과다.

재계에서 신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매입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것도 롯데제과의 상징성과 그룹내 역할 때문이다. 현재 롯데그룹은 최상위회사인 호텔롯데를 정점으로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쇼핑이 복잡한 순환출자를 바탕으로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 가운데 식품유통 계열사를 지배하는 주요 경로가 '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다.

 

즉, 롯데제과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식품유통 계열사 지배구조도 달라진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롯데제과는 롯데쇼핑과 롯데칠성 지분을 보유해 그룹 지배구조상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신 부회장의 지분매입을 두고 설왕설래가 나오는 것도 롯데제과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신동주 부회장, 추가매입 가능성

 

신 부회장의 행보는 동생인 신 회장이 지난해 6월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제과 주식 6500주(0.46%)를 사들이면서 부각됐다.

 

앞서 롯데쇼핑과 롯데미도파는 지난해 1월1일자로 합병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 사이에 법으로 금지한 상호출자관계가 형성됐고, 신 회장은 이를 해소하려고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지분을 매입했다. 그 결과 롯데제과에 대한 신 회장 지분율이 4.88%에서 5.34%로 높아졌다. 2003년 이후 10년간 꼼짝않던 형제간 지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간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은 각각 4.88%, 3.48%의 지분을 보유해 1.40%포인트의 차이를 유지해왔다.

신 부회장이 행동에 나선 건 그 뒤부터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8월 643주(0.04%)를 시작으로 매월 롯데제과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3.48%에서 3.73%로 올렸다. 매입배경을 둘러싸고 갖가지 추측이 나오지만 외형상으로는 신 부회장이 형제간 균형을 맞추기 위해 지분을 사들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6월 1.86%포인트로 확대된 형제간 지분격차는 현재 1.61%포인트로 줄었다. 과거 두 형제의 지분 차이가 1.40%포인트였음을 감안하면 신 부회장이 추가로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여 격차를 줄일 가능성이 남아있는 셈이다.

 

 

◇ 0.01%가 좌우하는 지분구도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의 지분율 변동은 전체 지분구도에서 보면 미미한 편이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관심을 끈 것은 그룹내 핵심계열사에 대한 두 형제의 지분율이 워낙 박빙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서다. 예를 들어 롯데쇼핑의 신 회장 지분율은 13.46%, 신 부회장은 13.45%다. 신 부회장이 1745주(약 0.01%)만 매입해도 최대주주가 바뀐다.

 

롯데푸드, 롯데물산, 롯데건설, 롯데캐피탈, 롯데카드 등 다른 주요 계열사들도 신 회장과 신 부회장의 지분차이는 거의 없다. 형제간 미세한 지분 변동이 그룹 경영권에 예상치 못한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신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도 본인 지분과 재단을 활용하면 형제간 지분구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제과업계 한 임원은 "롯데에서 롯데제과는 식품업체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며 "아무리 적은 지분이라도 누군가 매입에 나섰다면 승계문제를 둘러싼 이상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장자로서 제과업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고 형제간 지분경쟁으로 해석하는 것은 억측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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