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신재생 에너지 붐이 불었다. 정부가 앞장섰고 기업들은 그에 화답했다. 태양광 산업은 국내 대기업들이 너나할 것 없이 선택했던 업종이었다. 이미 유럽 등을 중심으로 상용화되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성은 따져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복병을 만났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태양광 산업은 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각국 정부는 지원금을 대폭 삭감했다. 중국의 과잉생산도 문제였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부터 부활의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 빛나던 태양광, 경기침체로 빛 잃어
태양광 산업은 크게 소재와 전지·설치·서비스로 나뉜다. 소재는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로 구성된다. 소재를 바탕으로 태양전지(셀)가 제조되고 셀을 이용해 모듈을 만드는 구조다. 이 모듈을 이용한 발전시스템을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 서비스가 산업의 마지막 단계다.
유럽 등을 중심으로 각국 정부는 태양광 산업을 육성해왔다. 각국 정부는 발전가격과 소매가격의 차이를 보전해주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등의 정책적 지원을 통해 태양광 산업 활성화에 나섰다.
▲ [그래픽=한규하 기자] |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태양광 설치 수요는 지난 2006년 14.98GW에서 오는 2015년 50.4GW로 증가할 전망이다. 2011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태양광 시장은 연평균 15.2%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태양광 산업은 길고 긴 불황의 터널로 접어들었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왔던 태양광 산업은 금융위기로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줄이자 큰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이 값싼 제품을 대거 쏟아냈다. 공급과잉 현상이 벌어지며 시장의 균형을 깨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수많은 태양광 업체들이 파산했다. 태양광 업체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 국내 대기업들 "속도 조절중"
지난 2011년 국내 기업들은 대거 태양광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까지 태양광 산업에 총 5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LG화학-LG실트론-LG전자'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추진했다.
현대중공업도 국내 최초로 태양광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SK는 SKC솔믹스를 통해 태양광 웨이퍼 생산에 들어갔다. 한화는 그룹의 역량을 태양광 산업에 집중했다. 세계적인 태양광 업체인 독일의 큐셀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태양광 사업에 투자한 국내 대기업들은 현재 '속도조절' 중이다. 삼성은 삼성전자의 태양광 사업을 삼성 SDI로 이관했다. LG실트론도 태양광 웨이퍼 사업을 접었다. 현대중공업은 KCC와 합작한 태양광 폴리실리콘 회사 KAM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그러나 투자 속도를 줄인 것일 뿐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태양광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마침 최근 2~3년 동안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부터 태양광 셀과 모듈업체들의 가동률은 8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올해부터 먹구름 걷힌다"
실제로 태양광 시장은 작년말부터 서서히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과 중국의 친환경 정책 강화에 따른 효과다. 또 중국이 정부 주도로 경쟁력이 없는 태양광 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공급과잉도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다.
태양광 업황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폴리실리콘 가격도 오름세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산업의 원료다. 따라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얼마나 안정적이냐가 태양광 산업의 흥망을 가른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 2008년 ㎏당 389달러에 거래됐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계속 하락해 지난 2012년에는 15.5달러까지 떨어졌다.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에 따라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는 수많은 태양광 업체들이 도산했다.
▲ 세계 태양광 설치 시장 규모 전망(자료:SNE리서치). |
하지만 작년 말부터 폴리실리콘 가격은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작년 10월 ㎏당 17.9달러였던 것이 이달초에는 22.6달러까지 올랐다. 업계에서는 작년말부터 시작된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세를 업황 회복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태양광 신규 설치 규모는 35GW로 지난 2007년에 비해 약 13배 가량 성장했다. 올해 글로벌 태양광 수요는 40G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증거다.
이처럼 태양광 시장이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하고 있는 것은 공급선이 유럽위주에서 신흥국가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태양광 제품 가격이 공급과잉 해소에 힘입어 안정되고 있는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 업계 "정부의 제도·금융지원 절실"
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태양광 발전은 장소 제약 없이 대규모로 설치할 수 있지만 부지 등 원가 측면에서 가장 비싼 발전 방식이다. 따라서 업계는 정부의 금융 지원을 가장 원하고 있다. 세계 태양광 업계를 주름잡는 중국의 경우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과거 정부가 반도체 사업에 대한 집중투자를 단행했던 것처럼 태양광 사업에 대해서도 각종 제도적 지원은 물론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 태양광 업체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은 정부가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4M·16M DRAM 개발을 국책과제로 선정하고 지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태양광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육성하려면 고군분투하고 있는 태양광 산업에 대해 각종 제도적 지원은 물론 금융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관계자는 "태양광 산업에서 개발사업은 ‘금융놀음’"이라면서 "업체들이 자금을 구하지 못해 중단한 프로젝트들이 많다. 국내 금융과 기업의 컨소시엄을 통해 이러한 프로젝트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