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가 4년 만에 선보인 새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의 인기가 매섭다. 출시 두 달도 안 된 지난 10월 말 이 차의 누적 계약은 2만7000대를 넘어섰다. 이 덕분에 르노코리아는 아주 오랜만에 내수 점유율 4%대를 찍었다. 2022년 이후 22개월 만이다.
그래서 타봤다. 첫눈에 든 건 각진 실루엣이다. QM6, 아르카나 등 이전 르노 차들이 매끄러운 곡선 라인을 가졌다면 그랑 콜레오스의 힘 있게 뻗은 외관은 강인한 인상과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촘촘한 다이아몬드 모양의 전면부 그릴은 르노 로고인 로장주 패턴을 활용해 고급스러움과 프랑스 브랜드다운 개성을 나타냈다.
후면 모습은 사각형의 실루엣이 더욱 와닿는다. 좌우로 긴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배치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와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雪雪 기는 차들 사이…4륜 장점 돋보이네
기자가 시승한 지난 11월27일은 서울에 대설 특보가 내린 날이다. 이른 오전 출발할 당시에는 눈이 쌓이지 않고 금방 내렸다 녹았다를 반복했기에 안심하고 목적지인 안성으로 출발했다.
르노 그랑 콜레오스는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터보(2WD·4WD)로 구분된다. 시승차는 가솔린 모델 중 최상위 트림인 에스프리 알핀 4WD 풀옵션 차량으로 가격은 4560만원. 배기량 1969cc 가솔린 2.0 터보 엔진이 탑재됐으며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동급인 싼타페, 쏘렌토의 최고 트림 풀옵션 가격이 5000만원을 훌쩍 넘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사 모델 대비 합리적인 가격이다.
내부는 차 가격 대비 고급스러운 마감재가 눈에 띄었다. 그랑 콜레오스 모든 트림의 인테리어에는 환경을 고려해 가죽이 아닌 나파인조가죽과 스웨이드, 알칸타라 등 프리미엄 소재를 사용했다. 시승한 에스프리 알핀 트림은 그레인 코팅 패브릭과 알칸타라 소재를 시트는 물론 도어 패널과 대시보드에도 적용해 고급스럽고 스포티한 느낌을 줬다.
출발한 지 얼마 안 돼 눈은 금세 폭설로 바뀌었다. 눈이나 비가 내리면 차를 몰기가 적잖이 부담스럽다. 도로가 미끄러워 차를 안정적으로 제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승 내내 도로 곳곳에는 비상등을 켜고 기어가듯 운행하는 차들이 보였다. 추돌사고현장도 자주 목격했다. 시승차는 출발부터 주행모드를 스노우(SNOW) 모드로 두고 운전했는데, 평시와 같은 주행성능을 유지했다. 눈으로 질퍽대는 노면 환경에서 90km대로 밟았을 때도 바퀴가 헛돌거나 미끄러짐은 없었다. 악천후에도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4륜의 장점을 제대로 확인했다.
폭설에서 돋보인 그랑 콜레오스의 또 하나 장점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다. HUD 설정에서 스노우 모드로 변경하니 HUD 발광도가 선명한 형광색으로 크게 높아졌다. 눈으로 덮인 새하얀 도로와 HUD 안내 정보가 운전자에게 구분돼서 보이도록 세심하게 신경 쓴 티가 났다.
다만 많은 눈이 내리니 차량 전방 카메라에도 눈이 쌓여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보조 기술인 '액티브 드라이버 어시스트'는 사용할 수 없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도 큰 눈이 계속 내린 탓에 외부 카메라에 쌓인 눈은 녹을 새가 없었고 결국 끝까지 써보지 못했다.
터치도 버튼도 귀찮다면 '아리야'
전면에는 동승석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총 3개의 12.3인치 스크린이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각종 편의장치 조작은 물론 그랑 콜레오스의 모든 기능을 제어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공조 조절과 시트 포지션 등 모든 기능이 센터 디스플레이에 다 담겼다. 이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다. 자주 쓰는 주요 기능들은 디스플레이 하단부에 물리 버튼으로 따로 나와 있다.
처음 몰아보는 시승차에서 헤매는 시간이 아까웠던 기자의 경우 대부분 기능 조작은 음성인식 시스템 '아리'에게 맡겼다. "아리야 운전석에 엉뜨 한 단계 내려줘." "아리야 히터 좀 꺼." 다행이도 척척 알아들었다.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하는 동안 동승석에서는 동승석 디스플레이를 통해 디즈니플러스, 티빙, 왓챠, 애플TV 등 OTT 서비스나 유튜브, 인터넷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운전자는 보고 싶어도 못 본다. 주행 중 운전석에서는 동승석 디스플레이 화면이 보이지 않는다.
폭설을 뚫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 확인한 연비는 10km. 장시간 심한 정체로 가다서다를 반복한 것에 비하면 생각보다 준수한 결과다. 4륜 모델의 공인 연비는 9.8km다.(도심 8.5㎞·고속도로 11.9㎞) 동급 가솔린 모델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의 연비다.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은 저공해자동차 3종 인증을 받아 전국 공영주차장에서 50% 할인, 공항 주차장에선 최대 30%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패밀리카를 콘셉트로 나온 차답게 2열 공간과 트렁크 적재 공간도 넉넉했다. 그랑 콜레오스는 4780mm의 차체 길이에 2820mm의 동급 최대 휠베이스로 넉넉한 2열 공간을 가졌다. 뒷좌석을 폴딩할 경우 최대 2034리터(가솔린 모델 기준)까지 활용 가능하다. 60/40 분할이 가능한 뒷좌석 시트는 수동으로 각도를 2단계 조절(28도·33도)할 수 있다.
한 줄 평. "기능 조작 불편해도 이 가격에 이 정도 아쉬움쯤이야. 오랜만에 르노가 일 좀 했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