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은 홈페이지 접속 지연에 대해 사과하는 안내문을 내걸면서도 쏟아지는 초유의 관심을 내심 반기는 기색이다. 반면 파격 할인가에 항공권을 구하려는 이용자들은 접속 장애 탓에 답답합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내놓은 특가 항공권 행사는 마케팅 차원에서 부풀려진 부분도 적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저비용 항공사의 장삿속을 들여다본다.
▲ 그래픽 = 김용민 기자 |
① 95% 할인 맞나?
제주항공은 '최대 95% 할인'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특가 항공권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용객이 최저가 상품을 위탁수하물 없이 10㎏ 이내 수하물만 들고 타는 조건일때만 해당한다. 국내선의 경우 전 노선 특가상품 가격은 2만8300원(75% 할인)인데 위탁수하물이 없는 승객에게만 1만5900원(95% 할인)에 판매하는 것이다.
그런데 1만5900원이 정말 '95% 할인가'일까? 그렇다면 국내선 항공권의 정상가격이 31만8000원이란 얘기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표시된 할인 기준은 '항공운임'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1만5900원은 총액운임(항공운임+공항이용료+유류할증료 등)이며 이 가운데 항공운임(3100원)이 정상 항공운임(최고 6만2000원)의 95% 할인액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작년 7월부터 국토교통부가 시행하는 '항공료 총액표시제'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총액표시제는 항공운임만으로 소비자들에게 값이 싼 상품인 것처럼 보이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95%'라는 할인폭은 항공운임만을 기준으로 표시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② '편도'가격..성수기는 제외
저비용항공사에 비해 항공 이용객들에게 더 익숙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나 여행사들은 '왕복'기준으로 항공권 가격을 제시하고 예약을 받는다. 하지만 이번 특가 마케팅에서 제주항공은 '편도' 기준으로 가격을 내놓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저가항공사 사이에서는 일반적이라고 하지만 항공권 예약 희망자들의 혼동을 부를 수 있는 부분이다.
또 특가 항공권은 여름 휴가철 같은 항공수요 성수기에는 제공되지 않는다. 제주항공은 특가 항공권에 대해 "탑승일 기준으로 3월1일부터~11월30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판촉하고 있지만 '성수기는 제외'란 사실은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에야 확인할 수 있다.
제주항공은 국제선 한국 출발 기준 성수기를 5월3일~5월5일, 5월22일~5월25일, 7월25일~8월9일, 9월25일~9월29일, 10월8일~10월11일 등 총 32일간으로 잡아놓고 있다. 성수기는 해외 출발 기준으로는 해당국 일정에 따라 차이가 있어 이 역시 유의할 필요가 있다.
▲ 제주항공 홈페이지 |
③ 취소하면 5만원 물어야
특가 상품 수요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은 '표가 몇장이나 되느냐'다. 몇 장 되지도 않는 특가 상품을 내걸고 여행객들을 상대로 '낚시질'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측은 "국내선 4만5000석, 국제선 2만7000석"이라며 "총 7만2000석 가운데 21일 오전 9시까지 2만800석이 예약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어느 날짜의 표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실제 예약을 진행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어 이용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가 항공권은 일정을 변경하는 데도 추가비용이 든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국제선의 경우 일정변경 수수료가 4만원, 취소 수수료가 5만원으로 잡혀 있다. 정상항공권의 경우 각각 수수료가 1만원 미만이다. 예약 후 탑승객 변경도 불가능해 실제 이용객만 예약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이번 특가로 나온 항공권은 전체 일정 좌석수 대비 약 1%에 해당한다. 200석 기준 항공편 1대에 2석만 특가로 제공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저가항공의 탑승률이 80%인 것을 감안하면 남는 좌석을 특가 마케팅에 활용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