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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 회장에게 '리튬'이란?

  • 2016.02.16(화) 13:09

권 회장, 리튬양산에 사활..6년간 전력투구
독자 기술로 성공..대내외 입지 강화 노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리튬'으로 반격을 시작한다. 권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기술력을 강조해왔다. 권 회장 자신이 엔지니어 출신인만큼 기술력을 통한 수익성 확보를 우선 순위에 뒀다. 하지만 포스코는 그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여기에 작년 포스코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손실을 기록했다. 권 회장이 강조했던 기술력, 수익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권 회장은 기다리는 것이 있었다. 바로 '리튬' 양산이다. 회장 취임 전부터 공을 들여왔던 아이템이다. 그리고 6년만에 그 기다림이 빛을 보게 됐다.

◇ 6년의 기다림

'리튬'은 최근들어 각광 받는 소재다. 전기차(EV), 휴대용 스마트기기,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2차 전지의 필수원료다. 그런만큼 시장 전망이 좋다. 우리나라는 리튬을 이용한 2차 전지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 2차 전지의 원료인 리튬을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권 회장은 지난 2010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원장 시절부터 리튬 양산에 큰 관심을 가졌다. 당시 점점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와 각종 스마트 기기의 배터리 원료로 사용되는 만큼 양산에만 성공한다면 포스코의 앞선 기술력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수입 대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리튬은 주로 남미에서 생산된다. 리튬은 염수(鹽水·소금물)에 고농도로 녹아있다. 리튬 함량이 높은 염수는 칠레,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및 중국 등 일부 국가에 한정돼 있다. 현재 리튬의 50% 이상이 칠레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권 회장은 RIST 원장과 본사 기술총괄사장으로 재직 시절 볼리비아, 칠레 등 남미 국가들을 직접 돌며 리튬 추출 기술 프레젠테이션을 손수 챙겨왔다.

▲ 포스코가 리튬 생산 공장을 설립할 아르헨티나 포주엘로스(Pozuelos) 염호의 모습. 포스코는 이곳에 리튬이 약 150만톤 가량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권 회장의 리튬 추출 기술 프레젠테이션에 많은 남미 국가들에서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때부터 권 회장은 남미 국가와 손을 잡고 리튬 추출 기술 상용화에 나섰다. 포스코가 시험 단계인 파일럿 플랜트를 칠레와 아르헨티나에 설치하고 양산 가능성을 타진해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국가의 염호(鹽湖·소금 호수)에 파일럿 플랜트를 세우고 리튬 추출량을 매년 늘려왔다.

포스코가 최종적으로 리튬 추출 공장을 아르헨티나로 선정한 것은 여러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리튬이 매장돼 있는 볼리비아의 경우 내전 등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돼 공장 부지 선정에서 제외됐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데다 현지 합작사인 Lithea사의 최성민 사장이 주변 개발권 등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 여러모로 사업 진행에 안정적이라는 판단을 했다는 후문이다.

포스코가 리튬 생산에 본격적으로 자신감을 갖기 시작한 것은 작년이다. 작년 포스코는 아르헨티나의 Cauchari 염호에서 연산 200톤 규모의 리튬 시험 생산을 완료했다. 그 전까지는 20톤 규모의 소량에 불과했지만 작년의 성과로 포스코는 대량 생산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권 회장이 남미 곳곳을 돌며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전력투구했던 리튬 생산이 비로소 현실화된 셈이다.

◇ 포스코만의 기술

권 회장은 작년과 올해 '포스코 Investors Forum'에서 반복적으로 리튬을 언급했다. 두번의 'Investors Forum' 모두 실적이 좋지 않아 침체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리튬을 이야기하는 권 회장의 표정은 밝았다. 이는 그만큼 리튬의 수익성과 기술력에 대한 권 회장의 기대가 컸다는 것을 방증한다.

포스코의 리튬 추출 기술은 아직 세계적으로 공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리튬 추출 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리튬 대량 생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생산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 것은 큰 성과라는 평가다.

통상적으로 기존의 리튬 생산에는 약 1년 6개월 가량이 걸렸다. 소금물을 증발시켜 추출하는 만큼 기후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하지만 포스코의 리튬 추출 기술은 이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파일럿 플랜트의 경우 생산량이 적어 8시간~1개월이 걸렸다. 아르헨티나에서 생산할 리튬은 연산 2500톤 규모다. 양이 늘어나는 만큼 생산 기간도 늘어난다. 포스코는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개월로 보고 있다. 


▲ 포스코가 지난 2013년 칠레 Maricunga염호에 설치한 리튬 추출 파일럿 플랜트.


소금물에서 추출하는 리튬의 순도도 높다. 종전 방식으로 추출하는 리튬은 순도가 약 30%에 불과하지만 포스코 기술로는 이를 80%까지 끌어올렸다. 같은 양의 소금물을 이용해도 포스코 방식으로 추출한다면 더욱 많은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곧 가격 경쟁력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요소다.

업계 등에서는 리튬의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트렌드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으로 옮겨가면서 리튬 이온 배터리의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분석 전문 기관인 IHS는 지난 2014년 223만대였던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규모가 오는 2020년 634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비롯한 스마트 기기의 수요도 꾸준하다.

리튬 가격도 계속 상승세다. 현재 리튬은 톤당 7500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공급 부족으로 가격은 계속 오름세다. 포스코에게는 호재인 셈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고순도의 리튬을 다량으로 추출해낼 수 있는 포스코의 리튬 추출 기술은 글로벌 2차 전지 시장에서 큰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스코는 현재 연산 2500톤에서 지속적으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권오준 회장은 오는 2018년까지 리튬 생산량을 연 4만톤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2차 전지용 고순도 리튬 제품 원료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13만5000톤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포스코가 아르헨티나에서 4만톤의 리튬을 생산하게 되면 전체 시장의 30%가량을 포스코가 담당하게 된다.

포스코의 아르헨티나 Pozuelos 염호에는 약 150만톤 가량의 리튬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리튬'으로 반전

권오준 회장에게 '리튬'은 자식과도 같다. 본인이 직접 진두지휘해 기술 개발부터 양산까지 이룬 작품이다. 그만큼 애착이 크다. 따라서 포스코의 리튬 양산이 예상처럼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가장 큰 득을 보는 사람은 권 회장이다. 포스코의 높은 기술력을 대외적으로 알림과 동시에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인 수익성 저하도 막을 수 있다. 여러모로 '리튬'은 권 회장에게 '효자'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포스코 조직 내부에서 권 회장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취임 직후부터 권 회장은 고강도 구조조정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 확보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포스코의 구조조정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미흡하다' 였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권 회장에게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권 회장은 조직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작년 대우인터내셔널 사태가 대표적이다. 한차례 큰 홍역을 치른 후 외형적으로 갈등은 봉합됐지만 내부적인 상처는 컸다. 대내외적으로 권 회장이 무언가를 보여주지 않는 한 조직 장악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포스코의 조직 문화상 최고 경영진이 힘을 가지지 못할 경우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 업계에서는 권오준 회장이 이번 리튬 상용화 추진으로 그동안 불안했던 대내외 입지를 다시 탄탄히 구축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리튬' 양산의 성공은 권 회장에게 천군만마와도 같다. '리튬' 양산 성공은 권 회장이 취임과 동시에 주창했던 'the Great POSCO'에도 딱 들어 맞는다. 포스코 고유의 기술로 세계 시장을 개척함과 동시에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확대에 나설 수 있다. 포스코의 대외 신인도 제고는 물론 내부적으로도 권 회장의 입지를 탄탄히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권 회장이 그동안 줄기차게 리튬을 강조해왔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 권 회장과 포스코가 입을 타격은 치명적이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남미 국가들이 자국 이익 보호를 위해 리튬 개발 제한 정책을 펼치거나 경쟁업체들이 치고 들어올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일부 업체는 리튬 추출 기술 개발을 완료했거나 상용화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튬 사업을 계획대로 안착시키지 못한다면 그 후폭풍은 생각보다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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