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경영권을 확보하려던 유진그룹의 계획이 불발로 끝났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마친 동양에 대한 유진의 인수합병 의도에 의구심을 거두지 못한 동양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거셌다.
30일 서울 종로 YMCA빌딩에서 열린 동양 제61기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유진기업이 제안한 '이사의 수를 10명 이내에서 15명 이내로 증원하는 안건'이 부결됐다. 유진은 동양 지분 10.01%(특수관계인 포함)을 가진 2대주주다.
이날 주주총회에는 위임을 포함해 지분 65.8%(1억5760만주)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주주가 참석했으나 유진 안건은 8859만3069주로 의결 조건인 출석 주식수의 3분의 2를 확보하지 못했다. 찬성 주식수는 전체 주식의 36.9%, 출석 주식수의 56.2%였다.
◇ 유진-파인트리측 이사수 증원안 '부결'
이에 앞서 동양 최대주주(10.03%)인 파인트리자산운용이 상정한 '이사의 수를 16명 이내로 증원하는 안건' 역시 찬성이 8796만9000여주에 그쳐 부결됐다.
이사 수 증원 안건은 유진과 파인트리가 각각 자사 측 인사를 동양 이사회에 진입시키키 위해 제안한 것이었다. 유진과 파인트리는 각각 신규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안건도 올렸지만 이사 수 증원안이 부결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유진은 작년 하반기부터 동양 주식을 매집해 지분을 늘려오다가 지난 이번 주총에 주주제안을 통해 동양 경영권 인수 목적을 공식화했다. 주총을 앞둔 지난 28일에는 지분 경쟁을 벌여오던 파인트리 측과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을 맺기도 했다.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양 측 보유지분은 전체 주식의 18.1%였다. 이를 감안하면 유진은 추가적으로 위임장 등을 통해 소액주주들을로부터 18% 가량의 지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동양에 자사측 경영진을 진입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파인트리와 연합 '패착'?
유진에 대한 동양 소액주주들의 불신이 컸다. 동양은 소액주주 지분이 전체의 70%를 웃돈다. 이 가운데 전체 지분 50% 이상의 소액주주들이 유진 측 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이다. 특히 유진이 파인트리와 연합전선을 편 것에 불편함을 느낀 주주들이 적잖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에서도 한 소액주주는 "유진이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면 정당하게 장내에서 지분을 매집해 과반 이상의 지분을 차지해야 한다. 파인트리와 연계해 이사만 입성시키겠다는 건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며 유진 제안 안건에 대한 반대를 촉구했다.
주총에 참석한 최종성 유진기업 대표이사는 "유진은 레미콘 국내 1위 업체이고 동양을 더 좋은 회사로 만들 수 있다. 이사의 수를 늘리려는 것은 주주들의 의견을 동양 경영에 더 많이 반영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건 통과에 충분한 지지를 이끌지는 못했다.
3월25일 기준. ▲그래픽 = 김용민 기자 /kym5380@ |
◇ 동양, 경영권 방어 '일단 성공'
동양 현 경영진은 일단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매년 영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3분의 1에서 50%까지 지속적으로 배당을 실시할 것"이라며 주주들의 지지를 이끈 것이 효과를 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주주총회를 시작하면서 김용건 동양 대표이사는 "동양은 중병에 걸려 장기입원해 있다가 이제 막 퇴원한 상태"라며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치료하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회사를 성장 발전시켜 장기적으로 주가와 주주 가치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주총 후 유진 측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확인된 주주 여러분들의 의사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할 때 까지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앞으로도 주요 주주로서 감시와 조언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