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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주범' 경유, 유류세 인상 공방 '오리무중'

  • 2016.05.26(목) 11:39

환경부, 경유가격 인상 제시..기재부 난색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대책이 미궁속으로 빠지고 있다. 환경부가 제안한 경유가격 인상안이 미세먼지 대책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에 이를 둘러싸고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정부부처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차량 미세먼지의 대부분이 경유차량에서 발생하는 만큼 경유차량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경유에 붙는 세금 등을 조정, 가격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유류세 등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경유가격 인상시 서민 증세 논란과 물가 상승 현상도 발생할 수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 에너지원인 경유가격 인상으로 수출 및 산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부처 간 대립으로 정부가 경유가격 인상과 관련해 구체적인 진행 방안을 잡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열릴 예정이었던 국무조정실 주관 관계부처 차관급 긴급회의도 결국 열리지 못했다.

 

◇ 환경부, 경유 세금 인상 주장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와 공사장 비산먼지, 화력발전, 노후 경유차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한다. 이 중 자동차 미세먼지의 70%는 경유차량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경부가 경유차량 증가세를 막으려는 이유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경유에 붙는 유류세 조정을 통해 가격을 높여 경유차량의 경제적 이득을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휘발유 가격을 내려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차이를 조절하면 서민 증세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들은 경유 소비를 줄이기 위해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의 90%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환경부가 경유 가격 인상과 동시에 휘발유 가격 인하를 주장하는 근거다.

 

▲ 자료: 한국석유공사(그래픽: 김용민, 유상연 기자)

 

정부는 지난 2007년 세금 조정을 통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100대 85 수준으로 책정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석유제품에 붙는 유류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 등으로 구성된다. 보통휘발유의 경우, 교통세는 529원이며 교육세는 교통세의 15%, 주행세는 교통세의 26%다. 자동차용 및 선박용 경우는 교통세가 375원이며 교육세와 주행세의 세율은 휘발유와 같다.

 

이런 이유로 휘발유에는 경유보다 리터당 200원 이상 많은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 실제 지난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 중 세금은 리터당 872.4원으로 전체 가격의 63%를 차지한 반면 경유는 634.2원으로 55%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경유차량이 유류세 부문에선 휘발유차량보다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누린 셈이다.

 

◇ 기재부, 난색..부처간 이견 조율 난항

 

하지만 기재부는 경유 가격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효성은 물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버스와 화물차 등 운수사업용 경유 차량에는 유가보조금이 지급된다. 지난해 3월 기준 보조금을 지급 받는 경유차량은 전체 경유차량의 38% 수준이다.

 

유가보조금을 받는 운수사업용 차량은 일반 경유차량보다 미세먼지 발생량이 더 크다. 하지만 이 차량들은 경유가격이 올라도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차량 감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오히려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일반 경유차량 소유 국민들만 세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유차 중 운수사업용 화물차는 경유 가격이 오른 만큼 유가보조금을 받아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반해 보조금을 받지 않는 일반 경유 차량 소유자만 부담을 갖게 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세먼지 문제 해결책으로 세금구조에 손대는 것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산업부는 산업용 주 에너지원인 경유가격이 올라가면 수출 및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미세먼지 원인인 석탄발전을 줄이면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처럼 각 부처의 대립이 지속되면서 미세먼지 대책 마련을 위한 의견 조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부와 기재부는 전날 차관급 회의 취소 이후 향후 부처 간 회의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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