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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시멘트 '시너지의 그늘'..삼표 몰탈 사업에 발목

  • 2017.01.13(금) 08:34

삼표 수직계열화로 인수 후 실적 안정세
철도파업에 모기업 제품 공급까지 이중고

새 주인을 만나 순항하던 동양시멘트가 암초를 만났다. 모기업인 삼표의 드라이몰탈 사업 때문이다. 시멘트 업계가 지난해 하반기 2개월간의 철도 파업 여파로 사업에 차질을 빚었는데 동양시멘트는 경쟁사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 수직계열화 덕 봤는데

 

동양그룹 사태로 주인이 사라졌던 동양시멘트는 2015년 9월 삼표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레미콘 등 건설 기초소재 사업을 하던 삼표는 시멘트 업계 시장 점유율(4위) 및 생산능력(2위)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수직계열화를 구축, 사업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삼표 입장에선 레미콘 기초 원료인 시멘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동양시멘트 역시 고정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표가 동양시멘트를 인수했을 당시, 시멘트·레미콘 업계에선 견제와 함께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양사의 내부거래가 시작되면 동양시멘트 시장 점유율이 올라갈 수 있고, 이들에 의해 시멘트 가격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삼표에 인수된 이후 동양시멘트는 경쟁사에 비해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했다. 경쟁사인 한일시멘트와 성신양회 등이 계절적 비수기인 4분기와 1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부침을 겪었던 것과 달리 삼표는 흑자 행진을 지속했다.

 

전방산업인 국내 건설업의 신규 주택 분양시장 호황기 덕을 누렸고,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한 효과도 봤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 철도 파업+드라이몰탈, 이중고

 

지난해 9월부터 74일 동안 진행된 철도파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산업은 시멘트 산업이다. 석회석을 원료로 생산되는 시멘트는 대다수 생산 공장이 강원도를 비롯한 산골짜기에 위치해 철도를 통해 운반된다. 주요 운송 수단인 철도 운행 횟수가 파업으로 인해 급감하자 시멘트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파업 기간은 시멘트 수요가 가장 많은 성수기와 겹쳤다. 특히 2015년부터 시작된 건설사들의 공격적인 신규주택 분양으로 수도권 곳곳에 공사현장이 많아 시멘트기업 입장에선 철도 파업이 더 뼈아팠다.

 

시멘트 업계에선 이번 철도 파업으로 시멘트 약 86만톤, 712억원 가량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철도 파업 종료 후 업무 정상화 기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규모는 8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동양시멘트는 모기업인 삼표의 레미콘 뿐 아니라 드라이몰탈 사업 부문에도 시멘트를 공급해야 하는 까닭에 사업 환경이 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드라이몰탈은 시멘트와 모래, 강화제를 일정 비율로 섞어 물을 부으면 바로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어렵게 강원도 공장에서 배를 통해 인천으로 들여온 시멘트를 기존 고객사 뿐 아니라 삼표에도 공급해야 하는 탓에 동양시멘트의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며 “삼표 입장에서도 동양시멘트 인수 전이라면 인근 다른 시멘트기업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었겠지만 이제 주요 경쟁사가 된 만큼 동양시멘트가 아닌 기업으로부터 시멘트를 확보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철도파업 시기는 양사의 수직계열화가 오히려 사업 부문에서 역효과를 내는 마이너스 요인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표(동양시멘트)는 자사 레미콘 및 몰탈사업 부문에서 시멘트 수요를 줄여 제품 출하량을 제한하는 등 조치를 취해 동양시멘트는 차질 없이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했다는 입장이다.

 

삼표 관계자는 “동양시멘트 경영에 있어 기존 고객사들 제품 공급을 가장 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파업 기간에는 동양시멘트와 삼표 간 내부 거래를 이전보다 3~4%포인트 가량 줄이면서 동양시멘트 고객사에 최대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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