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인 CES에선 글로벌 완성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더 이상 이동수단이 아닌 전자제품의 기능을 더하면서 새로 태어나고 있어서다.
‘2017 서울모터쇼’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흔히 인터넷 검색 때만 보던 네이버가 모터쇼에 참가,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완성차 업체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커넥티드 차량 기술을 공개하며 앞으론 차와 집이 하나가 될 날이 멀지 않았음을 알렸다.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전기차도 모습을 드러냈다.
◇ 전기차, 이젠 낯설지 않다
30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7 서울모터쇼’ 사전 미디어행사에선 순수 전기차(EV)를 포함해 총 50개의 친환경차 모델이 선보였다.
현재 친환경차를 대표하는 것은 전기차다. 아직까지 국내에선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접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이는 전기차는 전기차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 한국GM은 '2017 서울모터쇼'에서 볼트 EV를 공개했다. 이 모델은 완충 시 383km를 주행할 수 있어 국내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사진: 이명근 기자/ qwe123@) |
한국GM은 볼트(Bolt) EV를 공개했다. 볼트는 완충 시 총 383km를 주행할 수 있어 국내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전기차 전용 알루미늄 합금 고강성 차체와 고효율 대용량 리튬 이온 배터리 시스템 등이 볼트의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1등 역할을 했다.
한국GM은 지난 17일 볼트 사전계약을 진행했다. 접수 하루 만에 올해 판매 목표량 380대를 모두 계약했다.
제임스 킴 한국GM 사장은 서울모터쇼에서 우리말로 ‘완판’, 영어로 ‘솔드아웃(Sold out)’을 외치며 볼트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볼트는 주행거리 뿐 아니라 가격 경쟁력을 갖춰 전기차 대중화의 포문을 열었다”며 “기술 혁신을 통해 전기차 라이프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서울모터쇼 부스 한 켠을 자사 친환경차 모델인 아이오닉 풀 라인업으로 꾸몄다. 하이브리드에서 순수 전기차까지 모든 모델을 볼 수 있다.
▲ 현대차는 '2017 서울모터쇼'에서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사진: 이명근 기자/ qwe123@) |
이날에는 신형 그랜저(IG)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수소전기차 기술력이 총 동원된 ‘FE수소 전기차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FE 수소전기차에 적용된 신기술은 내년 2월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수소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준 대형급 세단 중 가장 높은 연비를 달성했다. 이 모델의 복합연비는 리터 당 1.2km이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고 충방전 효율을 개선하는 등 연기 극대화를 위한 최신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성능 뿐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프리미엄 3540만원(이하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 감면 후) ▲익스클루시브 3740만원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397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광국 현대차 부사장은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연비와 디자인, 편의성 등 하이브리드가 갖춰야 할 모든 부분에서 최고의 완성도를 목표로 개발됐다”며 “국내 프리미엄 친환경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더 똑똑해진 자동차
현대차는 커넥티드카 기술도 선보였다. 커넥티드카는 차량 제어와 인공지능,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적용돼 차와 사람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차량이다.
현대차는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자동차를 결합한 ‘카투홈(Car to home)'과 ’홈투카(Home to Car)‘ 기술을 선보였다. 차량에서 집 안을 관리할 수 있고, 반대로 집에서 차량을 조종할 수 있는 기능이다. 현대차는 향후 이 기술을 상용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상에 나선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이 앞에 놓인 음성인식 센서(블루링크)에 명령을 전달하자 커넥티드카가 이를 수행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또 차 안에서 버튼을 누르면 집 안에 불이 켜지고, 차에서 듣던 음악이 흘러나온 등의 기능도 공개됐다.
황승호 현대차 차량지능화사업부장 부사장은 “수년 전부터 자동차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차에서 만들어진 정보를 신속하게 가공 및 처리할 수 있는 독자 운영체계를 개발해왔다”며 “최근에는 글로벌 빅데이터 센터를 설립해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빠르게 기술리더십을 강화하고, 여러 분야의 글로벌 리딩 업체들과 전략적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현대차는 '2017 서울모터쇼'에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결합된 커넥티드카 기능을 선보였다. (사진: 이명근 기자/ qwe123@) |
모터쇼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네이버도 눈에 띄었다. 네이버 기술연구개발 법인 네이버랩스도 모터쇼에 참가해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카, 3차원 실내지도 등의 기술을 선보였다.
서울모터쇼에 참석한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는 생활환경지능에 대해 강조했다. 기술이 사람과 생활환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게 송 대표의 주장이다.
송창현 대표는 “사람들의 삶이 펼쳐지는 공간에 대한 이해, 공간과 공간 사이를 연결해주는 것이 모빌리티(자동차)의 지능화”라며 “네이버랩스는 생활환경지능이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공간과 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