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 300'이 수입차 월 판매량 1위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인기가 줄어들거나 별다른 문제가 생긴 탓은 아니다. 독일서 선적해 들여오는 공급물량에 한계가 생긴 탓이다. 그 틈을 탄 건 아우디다. 'A6' 모델을 할인 가격에 풀면서 벤츠를 기다리다 지친 중대형 수입 세단 대기수요를 순식간에 끌어갔다.
1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1만5885대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1월보다 12.7% 줄어든 것이고, 작년 2월과 비교하면 20.3% 감소한 실적이다.
특히 지난달 수입차 등록 실적은 2016년 7월(1만5730대)이후 2년 7개월만에, 동월 기준으로는 2016년 2월(1만5671대)이후 3년만에 가장 적은 것이었다. 당시는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사태 직후였다.
2월에 설 연휴가 끼어있던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올들어 물량부족이 심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BMW의 화재 스캔들도 전년대비 수입차 판매 실적을 쪼그라들게 한 배경이다.
고급 수입차 수요자들이 줄을 서는 데도 공급이 달린 이유로는 최근 국내와 유럽 등에서 본격 시행한 새 배출가스 및 연료 효율 기준 'WLTP(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 인증 방식 도입이 있다. 새 제도에 따른 인증을 받으려는 신차가 몰리면서 인증 기간이 길어졌다는 게 수입차 업계 설명이다.
또 각 업체나 브랜드 별로 인증에 걸릴 시간과 신차 수요를 감안해 수입 수량을 공격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다보니 물량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1위 메르세데스-벤츠의 부진이 가장 심했다. 벤츠는 지난달 3611대가 등록됐다. 이는 전월보다 37.7% 줄고, 역시 설 연휴가 있던 작년 2월에 비해서도 41.7%나 감소한 것이다. 작년 월 판매량 7000대를 쉽게 넘겼던 것을 감안하면 반토막난 실적이다.
작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수입차 월 최다 판매 모델에 오른 벤츠 'E 300'의 경우 지난달 등록대수가 전월보다 29.8% 줄어든 1075대에 그치며 2위로 내려앉았다. 작년 한 해 수입차 최다 판매모델인 벤츠 'E 300 4매틱(MATIC)'도 전월대비 34.2% 감소한 651대에 그쳤다.
BMW 브랜드는 2340대가 등록됐다. 1월보다는 14.2% 감소한 것이지만 작년 2월에 비해서는 61.8%나 급감한 성적이다. 물량부족 탓도 있지만 화재 스캔들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BMW 가운데서는 314대 등록된 '320d' 모델이 가장 많이 팔렸다. 이 모델은 전체 수입차 가운데서는 9위에 올랐다.
이 같은 벤츠, BMW의 부진은 같은 독일차 아우디가 메웠다. 아우디 등록 대수는 1717대로 전월과 비교하면 145.3%, 전년동기와 비교하면 무려 9438.9%나 급증했다. 지난달 1617대로 수입차 모델 중 등록 1위를 기록한 'A60 40 TFSI'덕이 컸다.
비결은 할인에 있었다. 아우디는 지난달 이 모델에 1300만원 할인 판촉행사를 걸었다. 이 차는 7세대 부분변경 '아우디 A6'의 가솔린 모델로 기본형 가격이 5939만원이었다.
아우디에 이어서는 렉서스와 토요타가 1283대, 875대를 기록하면서 나란히 4위와 5위를 차지했다. 렉서스는 전월보다는 16.3% 줄었지만 작년 2월보다는 25.8% 등록이 늘었다. 토요타 경우 전월 대비 16.4%, 전년동월 대비 29.1%의 등록 실적 감소를 보였다.
렉서스는 하이브리드 중형 세단 'ES300h'를 863대 팔아 수입차 3위 판매 차량에 올렸다. 토요타 가운데서는 353대가 등록된 '캠리 하이브리드'가 전체 8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물량 부족 현상으로 수입차 판매 부진이 국산 고급차로의 '풍선효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제네시스 'G90'과 기아차 'K9'는 지난 1월과 2월 전년대비 1년 전보다 각각 128.3%, 111.6% 많은 2434대(G90 1387대·K9 1047대)와 1866대(G90 960대·K9 906대)의 판매실적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