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식별은 끝났다.
한진칼을 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가(家) 얘기다. 4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어머니(이명희 고문)와 여동생(조현민 한진칼 전무)이 그의 지지를 선언했다.
그들의 반대편엔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맞서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 연합 전선을 구축하며 가족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
두 세력간의 지분 차는 약 1%포인트 밖에 나지 않는다. 다음달 열릴 주주총회에서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과 '개미' 등 지분 5% 이하 주주가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가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한 한진칼의 경영진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 조원태 측 33.44% vs 조현아 측 32.05%
지분싸움에선 조 회장 측이 근소한 차로 앞선다.
조원태 회장 측 우호 지분은 33.44%로 추산된다.
우선 조원태 회장 6.52%, 조현민 전무 6.47%, 이명희 고문 5.31% 등 가족지분이 18.3%다. 여기에 친족 지분 0.76%와 정석인하학원 2.14%, 일우재단 0.16%, 정석물류학술재단 1.08% 등 특수관계인을 더하면 22.55%가 된다.
업계에선 델타항공과 카카오도 조원태 회장 측 우호세력으로 분류하고 있다. 델타항공과 카카오는 한진칼 지분 10%와 1%를 각각 갖고 있다. 두 회사 지분을 포함하면 총 33.44% 가량 지분을 모을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델타항공과 카카오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만큼 속단하기는 이르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선 델타항공이 등을 돌리게 되면 사실상 이번 지분싸움에서 지게 된다.
이날 조원태 회장 측은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의 지분은 총 32.05%다. 조현아 전 부사장 6.49%, 반도건설 8.28%, KCGI 17.29% 등이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했다. 조원태 회장 편에 설 것으로 관측됐던 반도건설이 조현아 전 부사장과 손잡은 반전이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지분싸움에서 1% 가량 뒤지지만 공동보유계약을 체결해 결속력은 높다는 장점이 있다.
◇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소액주주
관심은 다음달 열린 주주총회다. 주총에서 오는 3월23일 임기가 끝나는 조원태 회장이 연임하느냐를 두고 양측이 표 대결을 벌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 전문경영인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 측은 "현재의 경영진은 심각한 위기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진칼 정관 제30조(이사의 선임)를 보면 '이사의 선임은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1 이상의 수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주총에 참석할 주주(의결권)의 과반수 지지를 얻는 쪽이 이기게 되는 셈이다.
보통 주총에 77~80% 가량의 주주가 참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절반인 38%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조원태 회장 쪽과 조현아 전 부사장 쪽 모두 5~6%의 지분이 모자란다는 얘기다.
결국 캐스팅보트는 소액주주나 국민연금이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작년 4월 한진칼 보유지분을 4.11%로 줄인 상황이다. 현재까지 지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분이 5%가 되지 않아 보유 현황을 공시할 의무가 없어서다.
국민연금이 어느 편에 설지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작년 대한항공 주총 결과를 보면 국민연금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하는 편이지만 땅콩회항 사건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조현아 전 부사장측과 손잡은 KCGI를 지지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양측이 팽팽한 지분을 보유함에 따라 주총을 앞두고 이들 모두 소액주주 결집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연금은 물론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의결권자문기관의 의견에 따라 표심이 갈릴 것이란 전망이다. 일반 소액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전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