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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父 닮은꼴 전략' 조원태 승부수…통할까

  • 2020.02.11(화) 15:40

경영 쇄신안·실적 조기 발표…1년전 전략 유사
실적 악화·재탕 쇄신안, "설득력 약해" 지적도

조원태호(號)가 승부수를 던졌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진그룹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한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핵심 계열사들의 실적 공시도 평소보다 일찍 내놨다. 지주사이자 그룹 경영권 경쟁의 격전지인 한진칼은 처음으로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조 회장의 이런 반전급 행보는 1년 전, 아버지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전략을 연상케한다. 당시 조 전 회장의 한진그룹도 주총을 앞두고 유례 없는 자체 쇄신안을 내놨다. 실적 및 전망 공시도 앞당겨 발표했다.

그 결과 한진가(家)는 경영권 주인을 가리는 주총 표대결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작년보다 경영권 압박이 더 거세진 올해, 조원태 회장이 아버지 전략을 따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 대한항공은 지난 6일 연간 실적을 공시했다. 평소 공시 만기일에나 실적 공시를 해온 전례를 감안하면 다소 이른 편이다.

대한항공의 지난 실적 공시일을 살펴보면 1분기 보고서는 5월15일, 반기 보고서는 8월4일, 3분기 보고서는 11월14일 공시했다. 분기 실적 공시 기한(분기 마지막일에서 45일) 마감에 임박해서야 실적을 공시한 셈이다.

연간 실적도 주로 2월 중순께 내왔다. 그런데 이번엔 만기(마지막일에서 90일)가 한창 남은 2월 초에 영업(잠정)실적(공정공시)공시를 발표했다.

같은날 지주사 한진칼도 영업(잠정)실적(공정공시)공시를 냈다. 한진칼 역시 그간 공시 마감일에 임박해 '분기보고서'나 '반기보고서'를 내온 게 관행이었다. 이번엔 이를 깨고 처음으로 잠적 실적을 공시했다.

한진그룹은 또 실적 발표 다음날인 7일 자체적인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사실상 3월말 열린 주총을 겨냥한 것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가 핵심이다.

먼저 한진칼은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대표이사가 맡던 이사회 의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했다.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LA소재 윌셔그랜드센터 및 인천 소재 그랜드 하얏트 인천 등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한 후 개발‧ 육성하거나 구조를 전면 개편키로 했다.

조원태 회장의 이런 전략은 1년전 조양호 전 회장의 경영권 수성 전략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조 전 회장도 예년 대비 아주 빠른 1월말에 실적 및 전망 공시를 냈다. 한진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자체 쇄신안도 내놨다.

부진한 경영 실적을 빠르게 인정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해 주주들의 지지를 얻고자 함이었다.

작년의 경우 전략은 적중했다. 한진그룹은 경영권 주인을 가리는 지난해 주총 표대결에서 조 전 회장만 등기이사에서 내려왔을 뿐, 그의 측근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한진 총수 일가도 지배력을 유지했다. 당시 악화된 여론, KCGI의 경영권 공세 등 불리한 여건 등을 감안하면 꽤 선방한 성과였다. 대다수의 주주들이 한진그룹의 적극적인 변화 노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준 결과였다.

그러나 조 회장의 닮은꼴 전략이 이번에도 통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 일단 실적이 전년만 못하다. 핵심 수익원인 대한항공만 해도 지난해 영업이익은 2619억원으로, 1년새 60% 가까이 감소했다. 여기에 진에어의 부진까지 더해져 지주사 한진칼은 42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를 상쇄할 경영 쇄신안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매각은 지난해 쇄신안에도 담겨 있던 내용이다. 일부 호텔에 대한 사업성 검토 역시 지난해 사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제기했던 사안이다.

한진그룹 주주간 경영권 갈등은 지난해 보다 더 첨예한 데 반해 주주들을 설득할 한진그룹의 명분이 미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비전 2023'의 성과가 미진하고, 최근 내놓은 경영 쇄신안도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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