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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家 경영권 전쟁 뛰어든 반도건설의 실익은?

  • 2020.02.07(금) 11:32

조원태 vs 조현아, 누가 이기든 반도 존재감·인지도 확대
주택경기 불황에 사업 다각화 포석…반도 "가치투자로 접근"

중견 건설사인 반도건설이 아파트 '유보라(브랜드)'를 짓던 건설사에서 이제는 한진그룹 경영권에 입김을 행사하는 주요 주주로 급부상했다.

현재 반도건설은 KCGI와 함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편에 서있다. 반대 측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지분이 만만찮아 경영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반도건설이 긴장할 필요는 없다. 경영권 분쟁 승자가 누가 되든 반도건설은 한진칼 지분매입에 투자한 금액 이상의 실익을 얻어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 누가 경영권 쥐든 무시할 수 없는 '3대 주주'

반도건설은 현재 한진칼 지분 8.28%를 보유해 KCGI(17.29%)와 델타항공(10%)에 이은 3대 주주(대호개발‧한영개발‧반도개발)다.

지난해 7월부터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10월에는 보유지분이 5%를 넘어 공시를 통해(상장기업 의결권 있는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경우와 보유한 자의 지분이 1% 이상 변동되면 해당 내용을 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함)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 초에는 지분을 추가 매입했고 목적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경영권 다툼 중에 있는 한진그룹의 주요주주 틈바구니에서 반도건설은 몸값을 높였다. 이런 가운데 반도건설은 지난달 31일, KCGI와 함께 조현아 전 부사장의 손을 잡았다. 현재 한진그룹은 경영 위기에 처해있으며 전문경영인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해 일반주주 이익을 증진해야 한다는 게 반도건설 입장이다.

조원태 회장 측도 우호 지분을 다수 확보하며 맞서고 있다. 조 회장의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이 조원태 회장 편에 섰다. 양측 지분이 엇비슷한 수준이라 내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의 선택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반도건설 입장에서는 힘을 실어줬던 조현아 전 부사장이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향후 이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특히 조현아 전 부사장이 호텔 사업을 주도했던 만큼 반도의 신사업 진출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조원태 회장이 승리한다고 해도 3대 주주인 반도건설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했을 경우, 자신보다 보유 지분이 많은 3대 주주인 반도건설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반도건설이 전문경영인체제와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조했던 만큼 조원태 회장이 반도 측에 손을 내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지분투자, 그 이상의 가치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 매입에 투자한 금액은 약 1539억원이다. 작년 7월부터 장내에서 주식을 매입했는데, 가치투자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게 반도건설 측 설명이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주가는 상승했고, 현 시점에서 보면 반도건설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약 2000억원 수준이다. 반도건설 입장에서는 단순 투자만으로도 500억원 가량 이익을 본 셈이다.

물론 이런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반도건설이 경영 참여를 공식화한 만큼 차익을 노리고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반도건설 역시 지분 추가 매입이나 매도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신 반도건설은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고, 절세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한진그룹이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을 필두로 글로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반도건설이 입장에서는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면 어깨너머로 여러 사업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사업 환경도 이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에서 중견 건설사들은 그 동안 벌어둔 현금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려는 욕심이 크다"며 "반도 역시 해외 시장 진출과 호텔 등 여러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어 한진칼 지분매입은 새로운 분야 진출을 위한 포석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택으로 성장한 건설사들은 다수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세금부담이 큰데, 투자를 통해 절세효과를 노릴 수 있다"라며 "여기에 '유보라 아파트를 짓던 건설사'를 넘어서는 인지도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반도건설은 지분투자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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