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 국면이라지만 여전히 간단찮은 미국과의 통상 문제, 연초부터 불거진 신종 코로나 사태 등 중국 경제에 불확성을 더할 요인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변수들 말고도 중국이 고속성장 과정에서 키워온 '회색 코뿔소(Gray Rhino)'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크다. 진작부터 예상돼 왔지만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고, 또 그렇게 방치돼 온 금융 부문의 불안 얘기다.
지난해 '바오류(保六, 경제성장률 6% 지키기)'에 겨우 성공한 시진핑((習近平) 정부로서는 경기가 급속도로 둔화하는 '경착륙'을 막아내는 것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보다 시중에 과도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생긴 막대한 부채를 관리하는 것이 더 절실한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바오우(保五, 경제성장률 5% 지키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 됐지만, 자칫 경기를 떠받치려다 대륙의 신용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정책 구사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 이 점이 올해 중국 경제가 가진 가장 큰 딜레마다.
◇ 점점 늘어나는 대륙의 부실채권
세계 금융시장에서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대륙의 리스크 중 하나는 중국 금융기관의 '부실채권(NPL)' 규모다. NPL이란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 연체되고 회수할 가능성이 없거나 회수가 어렵게 된 채권을 말한다. 중국 정부가 작년 6월 공식 발표한 자국 상업은행들의 NPL 규모는 2조4000억위안(3140억달러)다. 이는 1년 전보다 20% 가량 증가한 것이다.
시진핑 정부는 '신창타이(新常態, 뉴 노멀)'이라는 기조 아래 2015년 이후 산업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노후화한 굴뚝산업의 과잉공급을 줄이는 '공급측 개혁', 관련 여신을 줄이는 '디레버리징'이 그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제조업종을 중심으로 은행 NPL이 늘어나고 있다. 이미 재정건전성이 취약한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신종 코로나 영향까지 겹쳐 중국의 NPL 증가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다국적 회계 컨설팅기업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NPL 규모가 작년말 1조5000억달러를 넘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PwC가 내놓은 NPL 집계는 중국 당국과는 집계 범위가 다르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상업은행의 일반적인 NPL만 통계에 잡는 반면, PwC는 은행의 요주의 대출, 자산운용사들이 보유한 NPL 등을 모두 합쳐 집계한다. 한 금융권 중국 전문가는 "통계 방식 차이는 있지만 PwC 보고서의 핵심은 중국 금융권 부실채권 규모가 정부가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PwC는 중국 정부의 경제 분야 구조조정 과정에서 점증하고 있는 NPL이 신종 코로나 여파로 더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사태 탓에 생산과 물류에 차질을 빚는 산업군과 지역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기업 경영난이 심화되고, 차환 등이 어려워져 금융기관 채권이 부실화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 경착륙 우려 크지만..떠받칠 재간도
중국은 지난달 미국과의 1단계 무역협정에서 미국 금융사에게 중국 은행 NPL을 직접매입할 수 있도록 허용키로 했는데, 이 역시 늘어나는 NPL을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당국은 지난 2~3년간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기업 채무불이행이 늘어나자 부실대출 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1분기말 기준 중국의 전체 국가부채는 가계 7조3000억달러, 비금융기업 21조1000억원달러, 정부 7조달러 등 총 35조4000억달러 규모다. 같은 시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문별 부채비중은 가계가 53.6%, 비금융기업이 154.7%, 정부가 41.1% 등 총 259.4%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중국 비금융기업 부채의 GDP 비중은 선진국(89.4%)과 신흥국 평균치(중국 포함 100.6%)를 크게 웃돈다. 경기가 둔화하면 은행 여신 의존도가 높은 중국 자금시장의 특성상 기업 부실이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중국에 금리 인하와 같은 파격적 통화정책 완화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단기적으로 경기 부양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금융권 대출이 다시 늘어 금융부실이 빠르게 확산될 우려가 동시에 돌출된다는 게 딜레마다
지난해 중국 인민은행은 기준금리(LPR, 1년 만기 대출 우대금리)를 2차례 인하했지만 그 폭은 0.1%포인트, 0.05%포인트 등으로 미세조정에 그쳤다. 연 6% 경제 성장이 위협받는 와중인데도 그랬다. 중국 지도부가 경기 부양보다는 회백 코뿔소 차단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지점이다.
◇ '신종 코로나' 부동산 조정 부추길수도
오랜 기간 지속된 중국의 부동산 시장 과열도 경기 연착륙 유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파른 상승세로 중국 고성장의 한 축이 된 중국 부동산 가격은 작년 하반기에 와서야 겨우 안정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재차 부양책을 던질 경우, 이는 추후 통제하기 어려운 부동산 거품을 촉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후 대륙의 내수 경기가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자 본격적으로 부동산을 경기 부양수단으로 활용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부동산 버블 우려가 점점 커지며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충칭(重慶) 등 1선도시를 중심으로 강력한 수요 억제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중 유동성이 워낙 풍부한 탓에 1선 도시뿐 아니라 2~3선 도시까지 역대급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져 왔다.
이런 중국 부동산 시장의 과열 이력은 개발사업에 뛰어든 지방 정부나, 과도하게 빚을 내 집을 산 가계도 신용 위기의 범주 안에 들게 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도 전염병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전통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부동산 개발과 호텔, 소매업 등에 부실을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는 이번 사태가 중국 부동산 시장 조정을 가속화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지수연구원 차오징징(曹晶晶) 부총감은 중국신문망(中國新聞網)을 통해 "신종 코로나로 다양한 지역의 건설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지연돼 부동산 업체의 현금흐름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도 중장기적으로는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하방 압력이 커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워치는 오는 26일 '2020 차이나워치 포럼'을 개최한다. 미중간 전략적 경쟁 시대를 걷고 있는 한국 경제와 기업들의 현재 실상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하는 자리다.
2014년부터 시작해 일곱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포럼에서는 미중 관계와 중국 분야의 전문가 및 학자들을 초빙해 점점 더 고도화되고 있는 미중간 갈등 구도와 진화하고 있는 차이나 리스크를 속속들이 파헤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미국 경제전쟁 시대의 의미와 도전'에 대해 강연한다. 무역갈등부터 기술전쟁까지 G2 패권 싸움의 본질을 짚고 향후 전망과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한다.
이어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이 '바오우 시대 중국의 현주소'를 심층 분석한다. 성장률 5%대로 접어든 중국 경제 현황과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차이나 리스크의 실체를 꼼꼼히 들여다본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해외주식 팀장은 '중국 신경제 육성과 투자지형의 변화'를 이야기 한다. 중국의 내수 활성화와 첨단산업 중심의 신산업 육성에 따른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전용욱 삼일회계법인 파트너가 '중국 진출 한국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주제로 강연한다. 더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 기업들이 기억해둬야 할 생생한 현장 노하우를 전달한다.
네 전문가의 발표 뒤에는 심도 있는 토론이 펼쳐진다. 첫 번째 연사인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이 토론 진행을 맡았다.
'2020 차이나워치 포럼'은 오는 26일(수)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누리볼룸에서 열린다.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후원을 맡았다.
▲ 일시 : 2020년 2월26일(수) 오후 2시∼5시
▲ 장소 :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97 광화문 포시즌스호텔 6층 누리볼룸
▲ 문의 : 비즈니스워치 차이나워치 포럼 사무국 (02-783-3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