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가 부진한 2분기 성적표를 받았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자동차 업계가 가동률 조정에 들어가는 등 이 회사 소재제품을 납품해야 할 전방 제조업 경기가 급격히 둔화한 여파다.
통상 2분기는 이 회사 연중 이익률이 가장 높은 시기다. 그래서 더 아프다. 특히 올해 초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사업 정관에 중간 배당 정책을 추가하면서 이익을 주주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환원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어진 실적 부진은 이런 정책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1분기 이어 2분기도…매출 1조 하회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해 2분기 매출(연결재무제표 기준) 9423억원을 올렸다. 작년 2분기보다 4.8% 줄어든 실적이다. 두 분기 연속 1조원대를 밑돌았다. 이 회사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2010년 2월 이래 처음으로 지난 1분기 매출(9893억원)이 1조원을 하회했다.
영업이익은 36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0.3% 급감했다. 영업이익률은 3.9%로 작년 4분기 이후 두 분기 연속 상승했지만,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1.5%포인트 낮았다.
산업자재 부문이 부진했다. 영업이익이 109억원으로 1년 전보다 56% 줄었다. 코로나19가 3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며 자동차 공장 가동률 조정 등으로 타이어 첨가물 타이어코드 등의 판매가 막혔다. 코로나가 진정 국면을 보였던 중국, 국내 공장 가동률이 일부 회복되긴 했지만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진 못했다.
기타/의류소재 등 부문도 힘을 못썼다. 영업손실액이 79억원으로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로 섬유소재인 폴리에스터 칩 판매량이 감소하고 일부 계열사 실적이 하락하는 등의 악재가 겹쳤다. 필름/전자재료 부문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전년 대비 14.7% 줄었다.
다른 사업 부문은 분투했지만 전체 실적을 의미 있게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화학 부문 영업이익은 1년 전과 비슷한 213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원가 절감,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등으로 코로나 악재를 버텨냈다. 패션 부문 영업이익은 68억원으로 전 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코로나 속 등산, 골프 등 국내 레저 활동이 증가하면서 제품 수요가 늘었다는 설명이다.
◇ 힘 못받는 배당 정책
지난 1분기를 포함해 올해 상반기 코오롱인더 실적은 맥을 못추고 있다. 반기 매출 1조9316억원, 영업이익 63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12.5%, 42.5% 줄었다.
그나마 순이익은 늘었지만 여기엔 일회성 요인이 있었다. 상반기 순이익은 1801억원으로 전년 동기 353억원의 약 5.1배로 늘었다. 지난 3월 SKC코오롱PI 지분 27.03%를 사모펀드운용사 글랜우드 프라이빗 에쿼티가 세운 투자목적회사 코리아PI홀딩스에 매각하면서 이익이 발생했다.
이 거래로 코오롱인더스트리 1분기 기타수익 2275억원이 인식됐는데, 이를 제외하면 상반기 순이익은 적자다.
이런 실적 악화는 올해 들어 배당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코오롱인더스트리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했다. 당장 분기 배당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주친화정책을 표방하고도 실제로는 기말 배당 마저 축소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중간 배당을 언제 실시할지 아직까지 계획을 가진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