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편집자]
설렜다. 이전까지 갤럭시 노트를 사용해 본 적이 없던 기자에겐 '갤럭시 노트20 울트라'가 노트 시리즈 첫 경험이어서다.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 노트20 울트라는 '미스틱 브론즈', '미스틱 블랙', '미스틱 화이트' 3종이다. 이중 삼성전자가 가장 밀고 있는 미스틱 브론즈의 사용 기회를 가졌다.
처음 무광의 구릿빛 색상을 마주했을 때는 기대 이상의 고급스러움에 설렘이 차올랐다. 온라인 언팩행사 때 화면으로 본 것과는 또 달랐다. 하지만 천천히 옆으로 돌렸을 때 마주한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모양)' 역시 생각했던 수준을 뛰어넘었다. '아 이걸 어쩔까…'
◇'구릿빛' 설렘은 어디로…
골드(금)와 실버(은) 색상이 스마트폰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구릿빛(동)이 적용된 경우는 드물었다. 그래서일까. 사실 '브론즈'라는 새로운 색상이 등장한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반감이 먼저 들었다. 금·은·동 중에서도 가장 가치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어서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무광 처리가 된 브론즈는 생각 외로 고급스러움을 뿜어냈다. "브라운 계열에 약간의 퍼플감(보랏빛)을 더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인데, 실제 색은 채도가 약간 낮은 로즈골드에 가깝다. 무광의 '헤이즈 피니싱(Haze Finishing)' 공법의 마감이 적용돼 지문 자국도 잘 남지 않았다. 반질반질한 촉감 역시 스마트폰 케이스로 덮기엔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카메라 상태를 보고 케이스 장착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트라' 전작인 '갤럭시 S20 울트라' 모델과 비교했을 때도 이번이 유독 더 튀어나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확인해 보니 노트 20울트라의 본체 두께는 8.1㎜, 후면 카메라 돌출부 두께는 2.5㎜다.
특히 'S펜'을 활용한 필기가 강점인 노트 시리즈의 특성을 생각하면 카툭튀 문제는 조금 심각해진다. 노트 시리즈는 스마트폰을 책상 등에 내려놓고 필기하는 사용자들이 많은데, 이번 제품은 카메라가 뒷면 왼쪽 상단에 돌출돼있어 바닥에 내려놨을 때 고정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화면에 글씨를 써보려니 스마트폰 화면 상단에 필기를 할 때 스마트폰이 특히 흔들림이 심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에는 케이스를 끼우는 것이 일반적이니, 카메라를 제외한 부문을 두껍게 감싸주는 케이스를 끼우면 어느 정도 해결은 될 수 있을 듯 했다.
◇ 쓸모만 더 살린 카메라
카툭튀의 원인은 고사양 카메라에 있다. 노트20 울트라에는 ▲1억800만 광각 ▲1200만 망원 ▲1200만 초광각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광각 카메라는 갤럭시 S20 울트라와 같은 수준으로 현재까지의 스마트폰 카메라 중 가장 높다. 망원 카메라의 경우 광학 5배줌을 지원하는데, 이는 5배줌까지는 화질 저하 없이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노트20 울트라는 디지털 줌으로 50배까지 당겨 찍을 수 있다. S20 울트라가 100배줌까지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양이 다운그레이드 된 셈이지만, 사용성으로 따졌을 때는 50배도 충분한 듯 했다.
갤럭시S20 울트라로 '스페이스 줌', 즉 100배줌을 사용했을 때는 워낙 화면 흔들림이 심해 상단에 뜨는 가이드라인을 보고도 확대된 위치를 찾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비해 50배줌은 적당히 먼 거리까지 확대해주면서도 흔들림이 적어 사용성하기 적당했다. [관련기사 : [워치체험단]'괴물폰' 갤S20 울트라로 찍은 한강의 낮과 밤 ]
삼성전자는 노트20에 대해 "별도의 장비 없이도 언제 어디서나 영화와 같은 동영상 제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유튜브나 틱톡 등 비디오 커뮤니케이션 앱이 급격하게 늘면서 스마트폰으로도 전문적인 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비디오 기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신제품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대표적인 것이 '프로 동영상 모드'다. 프로 동영상 모드에서는 노출·포커스·화이트밸런스 등을 설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줌 속도 제어'나 '마이크 방향 설정' 등 전문 촬영기기 같은 성능도 갖췄다.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스마트폰에 탑재된 3개의 마이크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었다. 전면 카메라로 셀프 촬영을 하면서 브이로그를 찍을 때는 스마트폰 앞면에서 들리는 소리가 잘 들어가도록 설정할 수 있다. 반대로 앞에 있는 특정 대상을 후면 카메라로 찍을 때는 후면 마이크를 활성화하면 된다.
줌 속도를 제어하는 기능도 영상 연출에 유용한 도구였다. 줌 인(Zoom-in)하는 속도를 천천히 조정하면서 촬영하는 피사체에 조금 더 집중하도록 하거나, 줌 아웃(Zoom-out) 속도를 빠르게 해 극적인 효과를 줄 수도 있다.
블루투스로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를 연결하면 시끄러운 환경에서나 먼 거리에 있는 대상을 촬영할 때 유용하다. 무선이어폰 등 마이크가 탑재된 웨어러블 기기를 핀 마이크처럼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사용 중인 '갤럭시 버즈'와 연결해보니 무선이어폰이 꽤 좋은 마이크가 됐다. 마이크를 따로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초보 유튜버들에게 적합할 듯 했다.
◇ 명불허전…역시 'S펜'
갤럭시 노트 마니아들은 한결같이 S펜을 최고 장점으로 꼽는다. 이번 갤럭시 노트20 울트라의 스마트 S펜은 역대 S펜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개발됐다는 게 삼성전자의 자랑이다. 울트라 모델에 탑재된 S펜의 지연속도(레이턴시)는 전작 대비 80% 빨라진 9ms 수준이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처음 접한 초보지만 S펜의 차이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전작과 같은 수준인 갤럭시노트20 일반 모델의 S펜을 사용했을 때는 실제 쓰는 것보다 조금 느리게 반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울트라의 S펜은 실제 펜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S펜의 움직임을 인식해 스마트폰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에어 액션(Air actions)' 기능도 확대됐다. 전에는 카메라나 동영상·음악 감상, 갤러리 등에서만 에어 액션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앱을 사용하든지 제어가 가능하다. S펜 버튼을 누른 채 왼쪽 방향으로 꺽쇠를 그리면 뒤로 가기, 지그재그로 그리면 캡처 후 쓰기가 실행됐다. 명령은 사용자가 변경할 수도 있다.
특화 앱인 '삼성노트'도 더욱 강력해졌다. 가장 신기한 기능은 필기와 음성 녹음의 연동이었다. 필기와 동시에 음성을 녹음할 수 있고 이후 필기된 부분을 선택하면 당시 녹음된 음성이 재생된다. 강의나 회의 중 중요한 내용을 음성 파일로 노트에 추가하고, 나중에 필기를 보면서도 음성 파일을 들을 수 있다.
또 이전까지는 PDF 파일을 가져오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갤럭시노트20부터는 PDF 파일을 불러와 S펜으로 파일 위에 메모를 할 수 있다. 삼성노트에서 작업한 파일을 PDF나 PPT(파워포인트) 파일로 변환시켜 내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PC 없이도 스마트폰으로 섬세한 문서 작업이 가능해진 셈이다. 또 빠르게 손 글씨를 쓰면 글씨가 기울어지는데, 자동으로 수평을 맞춰주는 기능도 새롭게 도입됐다.
지난 '갤럭시 언팩 2020'에서 강조됐던 윈도우(Windows)와의 연결성 강화도 눈길을 끌었다. 이전까지 'Windows와 연결' 기능에서는 사용자가 PC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메시지, 알림 확인, 갤러리 최근 이미지 확인 등만 가능했다.
노트20에서는 PC에서 작업 표시줄과 시작 메뉴에 스마트폰의 앱을 바로 실행할 수 있는 단축키 추가 기능이 더해졌다. 삼성전자는 연내 업데이트를 통해 여러 앱을 동시에 띄워 사용하는 멀티 태스킹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초보 노트러'에게는 확실한 매력
갤럭시 노트는 큰 화면과 S펜을 추구하는 마니아층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시리즈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주춤했던 스마트폰 시장을 갤럭시노트로 돌파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소폭이지만 갤럭시 S20 대비 가격대를 낮춘 것도 이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갤럭시노트20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스마트폰 대화면은 이미 다른 플래그십 모델에도 일반화됐고, 얼리 어댑터나 유튜버가 아닌 일반 소비자가 사용하기에는 전작 대비 뚜렷한 장점도 적은 편이다. 얼마나 노트 시리즈의 저변을 확대하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실적 개선에 보탬이 될지 궁금하다.
S펜이라는 시그니처는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갤럭시 노트를 처음 사용해 본 소비자들의 교체욕구를 부를 만했다. 하지만 지갑 열기 직전까지 카툭튀 잔상이 어른거릴 듯하다는 생각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