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지난 4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삼성중공업은 3년3개월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반면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출범 이후 첫 영업손실을 냈다.
서로의 처지가 뒤바뀌었다고 장기침체에 빠진 조선업의 현실이 바뀐 것은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적자 늪'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또 적자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4분기 성적이 일회성 이익으로 만들어진 '반짝 흑자'에 머물러서다. 여기에 '세계 1위 한국조선해양 마저…'라는 위기감까지 더해지며 업계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고 있다.
◇ 한국조선해양, 출범 후 첫 적자
작년 4분기 한국조선해양 영업손실은 180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적자전환했다. 2019년 6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로 한국조선해양이 출범한 이후 첫 적자다. 이기간 매출은 3조573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7% 줄었다. 증권가에선 '어닝쇼크'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4분기 9235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2017년 문을 닫은 군산조선소 자산에 대한 손상차손 2742억원, 환율하락으로 인한 외환손실 1970억원, 태풍피해 손실 438억원 등 탓이다. 여기에 한국조선해양이 지분 100%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이연법인세 자산 손상 4073억원이 예기치 않게 발생했다.
지난해 막판 뒤집기에 실패하면서 연간 실적도 부진했다. 작년 한해 매출은 14조9037억원으로 1.8%, 영입이익은 744억원으로 74.4% 각각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0.5%에 머물렀다. 당기순손실은 8352억원으로 적자전환됐다.
◇ 삼성중공업, 6년째 영업손실
삼성중공업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0.1%대에 머물지만 2017년 3분기 이후 13개 분기 연속 이어졌던 적자 늪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는 실적이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표정은 밝지 않다. 지난 4분기 흑자전환이 본업의 경쟁력과 영업실적으로 이룬 성과가 아니어서다. 흑자전환의 배경엔 드릴십 주문을 취소했던 미국의 퍼시픽 드릴링(PDC)과의 소송이 최근 마무리되면서 환입된 충당금 1340억원이 있다.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수주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와 고정비 부담으로 인한 영업적자 기조엔 변함이 없다.
연간 실적으로 보면 삼성중공업이 여전히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작년 영업손실은 7664억원으로 2019년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영업손실은 2015년 이후 6년째 이어지고 있다.
◇ 올해 수주 목표 올렸지만 실적은 부진
올해는 공격적인 수주목표를 제시하며 반등을 노리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167만4600만달러러 잡았다. 현대중공업 88억8800만달러, 현대삼호중공업 43억5800만달러, 현대미포조선 35억달러 등이다. 삼성중공업이 제시한 올해 수주 목표는 78억달러다.
지난해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작년 수주 목표 달성률은 한국조선해양 86.9%, 삼성중공업 65%에 머물렀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작년 초 수주목표를 194억9700만달러로 잡았다가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목표치를 130억8900만달러로 하향조정했는데, 연초 계획대비 달성률은 58.3%에 불과하다.
올해는 목표 달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와 유가 급락 영향으로 수주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컨테이너선과 해양생산설비 수주를 통해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올해 시장 회복이 기대되는 컨테이너선을 비롯해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 등에 수주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올해 실적은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실적의 기반이 되는 1~3년 전 수주가 저조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삼성중공업의 영업손실이 1618억원으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한국조선해양에 대해선 올해 영업손실이 102억원으로 적자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