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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워치]"애플이 안된데" vs "애플이 아니래"…혼돈의 RE100

  • 2021.03.15(월) 08:00

RE100 인증 수단 中 녹색프리미엄 방식 가능 여부 논란
에너지공단 "한국형 RE100 방식 모두 글로벌 인증 가능"
RE100 주도 CDP도 "가능하다" 답변…애플 "왜 우리한테"

사용하는 전기의 100%를 모두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들자는 RE100 캠페인에 동참하는 국내 기업들이 추가로 등장했습니다. 주인공은 아모레퍼시픽입니다. SK그룹 6개사(SK㈜·SK텔레콤·SK하이닉스·SKC·SK머티리얼즈·SK실트론)에 이어 일곱 번째 RE100 가입 한국기업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RE100이 국제적인 대세가 된 것에 비해 참여하는 한국 기업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LG화학과 한화큐셀 등이 지난해부터 RE1100 가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 가입했다는 소식은 전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한국은 전력망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힙니다. 쉽게 말해 전기를 고를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전력 공급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은 소비자에게 전력 생산 방식을 나누어 공급해주지 않습니다. 한전에 공급하는 전기 중에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내가 쓰는 전기가 태양광 발전에서 나왔는지 석탄 발전에서 왔는지 원전에서 왔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RE100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고민거리입니다.

# 녹색 프리미엄, RE100 수단 가능 여부 논란

다행히도 올해부터는 RE100 이행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마련됐습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한국형 RE100(K-RE100)을 통해서입니다. 정부는 녹색 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자가 발전, 제3자 전력공급계약(PPA)제도, 지분참여 등 다섯 가지 방법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인증해 주기로 했습니다. 각 제도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다면 2월8일자 [에너지워치]그 전기 말고 이 전기 주세요 기사를 참고해주세요.

그런데 최근 이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다섯 가지 한국형 RE100의 이행수단 중 녹색 프리미엄은 글로벌 RE100의 이행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입니다. 지난달 25일 한 일간지는 한국에서는 RE100 참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전력망이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논리였습니다. 

특히 '애플의 경우 RE100을 녹색 프리미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습니다. 정부가 기업의 RE100 참여를 도와주기 위해 만든 제도가 사실 RE100 참여에 도움이 안 된다니 큰일입니다. 보도 이후 산업계와 관련 기관들이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이미 녹색 프리미엄을 통해 RE100 가입을 추진하겠다는 기업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찬 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애플 측에 문의한 결과 녹색 프리미엄을 RE100 이행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녹색 프리미엄은 CDP위원회의 검증을 거쳤다'고 합니다.

기사가 오보였던 것일까요. 어찌 됐든 다행입니다. 그런데 찝찝합니다. 왜 RE100 인정 여부를 RE100이 아니라 애플에 문의할까요. 그리고 CDP 위원회는 무엇인데 이곳의 검증이 있으면 RE100 수단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일까요. [에너지워치]가 정리해봤습니다.

# 녹색 프리미엄 원리, RE100 공식문서에도 설명

먼저 이슈의 중심에 선 녹색 프리미엄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녹색 프리미엄이란 기존 전기 소비자가 전기요금과 별도의 '프리미엄'을 한전에 납부하는 제도입니다. 전기를 실제 쓴 것보다 요금을 더 내는 것입니다. 이렇게 더 걷힌 프리미엄은 한국에너지공단이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투자사업에 쓰이게 됩니다.

문제는 과연 이렇게 녹색 프리미엄으로 받는 전기가 어떤 전기냐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한전은 전기를 공급할 때 생산 방식을 구분해 주지 않습니다. 아무리 추가 프리미엄을 냈다고 한들 이 전기를 쓰는 것을 재생에너지를 쓴 것이라고 인정해 줄 근거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바로 녹색 프리미엄으로 팔게 될 전기의 물량을 정하는 과정이 비결입니다. 결과적으로 녹색 프리미엄으로 팔리는 전기의 총량은 한전이 확보한 재생에너지의 총량이라고 보면 됩니다. 비록 한전이 분리해서 공급하지는 않지만 한전은 자기들이 조달한 전기의 발전 방식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녹색 프리미엄으로 판매할 전기는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운영하는 재생에너지사용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됩니다. 위원회는 한전이 공급할 예정인 올해 전기의 총량에서 원전이나 석탄화력 등을 제외하고 태양광이나 풍력 등 RE100이 인정하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만든 전력의 양을 계산합니다. 

올해 녹색프리미엄으로 팔게 될 전력량은 총 1만7827GWh(기가와트시)입니다. 이 물량은 기존 전기요금에 추가로 1kWh(킬로와트시)당 최소 10원의 프리미엄을 붙여서 팔게 됩니다. 연초 실시한 1차 입찰에서 LG화학과 SK아이이테크놀로지, 한화큐셀 등이 이 전기를 공급받기로 계약했습니다. 평균 낙찰가격은 녹색 프리미엄 1kWh당 14.6원입니다.

이런 방식은 RE100이 공식적으로 인정해주는 방식일까요. 확인해봤습니다. RE100의 기술기준을 설명해주는 공식 문서에는 재생에너지 인증 방식이 제시돼있습니다. 이중 '녹색 전기 제품(Green Electricity Products)'이라는 방식이 있습니다. 녹색 프리미엄과 이름도 비슷한 이 방식은 무엇일까요. 

In a contract for electricity procurement the supplier matches the electricity consumed by the company and delivered through the grid with renewable electricity produced or purchased from a variety of sources and projects or a specified project or set of projects.

갑작스러운 영어에 당황하셨을 독자께 사과드립니다. RE100 공식 기술문서에 담긴 '녹색 전기 제품'에 대한 설명입니다. 풀어 해석하자면 '전기 조달 계약에서 공급자는 공급된 전기를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든 전기와 일치시킨다'는 내용입니다. 정확하게 녹색 프리미엄에 대한 설명과 맞아떨어집니다.

# RE100 인증 수단, CDP가 결정해

RE100 공식 문서를 통해서도 녹색 프리미엄이 RE100 인증 수단으로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산업부는 이 사실을 CDP 위원회라는 곳을 통해 알아봤을까요. 이걸 알려면 RE100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제로를 실현하기 위한 국제 단체가 많습니다. 그 중 7개 단체가 모여 구성한 'We Mean Business'라는 연합 파트너십이 있습니다. '네트워크의 네트워크'인 셈입니다. 참가한 단체와 각 단체의 소개는 다음과 같습니다.

BSR(Business for Social Responsibility) : 250개의 기업으로 구성된 글로벌 비영리 비즈니스 네트워크.

The B Team : 지구를 위한 사업방식을 고민하기 위해 리차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과 조쉔 제이츠 PUMA 회장 등이 주도하는 글로벌 CEO 모임. 

CDP(Carbon Disclosure Project) : 각종 투자와 기업, 행정 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 글로벌 공개 시스템을 운영하는 비영리 자선 단체.

Ceres :  지속가능한 기업환경 조성을 위해 투자기업과 민간기업 등이 참여해 설립한 비영리단체.

The Climate Group(기후그룹) : 청정기술 및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확산을 위해 전 세계 80여 개 기업과 정부기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비영리 기관

The Prince of Wales Corporate Leaders Group : 영국 찰스 왕세자가 주도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가 후원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유럽 비즈니스 리더 그룹

WBCSD(World Business Council on Sustainable Development) : 지속 가능한 세상으로의 전환을 위해 협력하는 200개 선도 기업으로 구성된 글로벌 CEO 모임.

이중 CDP와 기후그룹이 'We Mean Business' 연합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캠페인이 바로 RE100입니다. CDP는 RE100 캠페인의 기술자문 역할을 합니다. 앞서 소개드린 RE100의 기술 문서도 CDP가 만든 것입니다. 결국 CDP가 검증했다면 RE100 인증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 관계자 "녹색 프리미엄은 RE100 인증 수단"

취재 과정 중에서 만난 관계자들도 하나같이 한국형 RE100을 통한 글로벌 RE100 달성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 관계자는 "녹색 프리미엄 제도를 만들 때 처음부터 CDP 측과 협력해왔다"며 "녹색 프리미엄을 통한 RE100 인증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CDP의 한국 파트너(CDP 한국위원회)로 지정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의 이종오 사무국장도 "보도 이후 재차 확인해본 결과 녹색 프리미엄은 RE100 인증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고 확인했습니다.

큰 궁금증은 해소됐습니다. 다른 궁금증이 하나 남았습니다. 왜 RE100 인증수단에 대한 문제를 애플에 문의하는 것일까요. 애플에 물어봤습니다. 애플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자기들도 가입사일 뿐이라고 합니다.

김이 새지만 확실해 졌습니다. 녹색 프리미엄은 RE100 이행수단이 됩니다. 애플은 관계없습니다. 정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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