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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워치]그린뉴딜 '원투펀치' 규제 예고…발전사·기업 "나죽네"

  • 2021.03.22(월) 06:00

신재생에너지보다 원전·석탄화력이 더 많이 늘어
'석탄화력 줄이고 전기 사용 통제'…전력시장 대변화

지난해 우리 정부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그린뉴딜입니다. 오는 2050년까지 전기생산을 100% 신재생에너지만으로 하겠다고 합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 이후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에 맞서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에 동참해 꾸준히 신재생에너지 발전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사용하는 전기를 모두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한다는 RE100 캠페인도 에너지 전환의 큰 명분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목표에 비하면 에너지 전환 속도가 느립니다. 사실 한국은 파리협정 이후 5년이 지나도록 사실상 온실가스를 줄이지 못했습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습니다. 관련 소식은 3월17일자 [에너지워치]온실가스 '조삼모사' 이유가 있었네 기사로 전해드렸습니다.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전력생산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증가 속도가 따라가기 힘듭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이런 상황에 대해 불평만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전환을 위해 기존에 없던 강력한 정책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신재생보다 원전·석탄화력 증가가 더 많아

그동안 에너지전환을 위해 가장 비중 있게 추진한 정책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신재생에너지공급 의무화 제도(RPS)와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정서(REC) 등의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효과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에 따르면 지난 2751MW(메가와트) 수준이던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용량은 지난 2019년 1만6058MW로 늘어났습니다. 파리협정을 맺던 2015년의 7420MW보다 116%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이것만으로는 에너지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원자력과 석탄화력 등 기존 발전설비를 더 많이 증설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009년 17716MW수준이던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은 2019년 2만3250MW로 증가했습니다. 석탄화력의 경우 이 기간 2만4677MW에서 3만7003MW로 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2009년 이후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용량을 1만3307MW 증설하는 동안 원자력과 석탄화력 등은 1만7860MW 증설했습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정부가 선택한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화력 발전소를 줄여야 합니다. 문제가 되는 '공급'을 줄이는 것입니다. 다음은 전기의 '사용량' 자체도 줄여야 합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보 속도가 빠르지 못한 상황에서 전기 수요가 늘면 원자력과 석탄화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석탄화력 발전량 통제하겠다"…발전사 손실 불가피

최근 정부는 석탄발전량을 규제하는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력거래소가 초안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합니다. 

'석탄발전상한제'로 불리는 이 제도의 목적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발전소에 발전량을 많이 배분해 낡은 석탄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제도가 도입되면 석탄발전소를 용량과 효율, 연식 등으로 그룹화합니다. 그리고 그룹별로 전기 입찰량을 할당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그룹에 먼저 발전량을 많이 배분하고 그렇지 못한 그룹에는 적게 배분해 실질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석탄발전소 간 담합을 방지하기 위해 LNG 발전소도 그룹에 포함됩니다. LNG 발전 방식은 석탄화력발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습니다.

직접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제도는 아니지만 온실가스의 직접적인 감축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경쟁에서 탈락한 기존 석탄화력 발전업체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기대됩니다.

제도의 공식적인 도입은 내년이지만 올해부터 발전업계는 시범적으로 석탄발전상한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있을 충격에 대비하기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게 발전사들의 입장입니다. 

그런데 곡소리가 나옵니다. 한전의 자회사 중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5개 발전자회사들이 이사회에 보고한 예산운영계획에 따르면 각 발전사는 올해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이 '석탄발전상한제'라고 하네요. 노후된 석탄화력발전소의 생산량 감축와 폐쇄 등에 대한 비용부담이 큽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 등에서는 제도 도입을 미룰 수 없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발전소 폐쇄는 불가피한 고통이라는 얘기입니다.

석탄발전상한제를 담을 전기사업법은 개정안은 국회 산자위의 이장섭(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했습니다. 이 의원 측은 "영국과 독일 등에서도 유사한 제도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량을 줄이고 있다"며 "발전량에 제한을 받게 되는 발전사업자에는 적절한 지원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기 수요를 통제하겠다"…기업들 "성장 포기하라고?"

아무리 석탄화력 발전량을 통제하더라도 소비자가 전기를 많이 써댄다면 제도의 효율성은 낮아집니다. 그래서 추가로 준비 중인 제도가 있습니다. 바로 '에너지 수요관리 제도'입니다. 규제를 통해 전기 자체를 적게 쓰게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에너지 수요가 줄면 온실가스 배출도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뜻은 좋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을 포기하라는 얘기로 들립니다. 국내 산업은 제조업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성장을 위해서는 공장의 가동이 늘어나야 합니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전기를 더 쓸 수밖에 없습니다. 전기 사용을 줄이려는 정부의 고민도 있겠지만 전기를 써야한다는 업체들의 입장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정부는 자리부터 마련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0일 철강과 화학, 시멘트 등 대표적인 에너지 소비업종의 관계자들을 소집해 '에너지 수요관리 라운드테이블'을 열었습니다.

산업부는 이 회의를 연중 정례적으로 개최할 예정입니다. 여기서 논의된 내용은 올해 말까지 정부가 수립할 '에너지 탄소중립 혁신전략'의 정책과제 도출에 활용합니다. 에너지 수요를 줄이겠다는 목표가 뚜렷한 만큼 백지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어느 정도 방향이 정해진 회의입니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의 포문을 여는 자리입니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전기 사용을 줄여서 발생하게 될 손해는 정부가 보상하라는 의견을 전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도 중요하지만 경제성장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향후 열릴 회의에서도 기업은 보상안을 구체화하는 데 노력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정부는 그에 대한 보상을 해준다'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실제 적용은 다른 문제입니다. 정부의 보상은 결국 국민이 낸 세금을 써야합니다. 국민적인 반감을 살 수도 있는 제도가 국회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을까요.

우선 정부는 보상안을 꺼내기보다는 칼부터 빼 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전기 요금입니다. 국내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산업용 전기 요금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전과 그 자회사의 수익성이 나쁘다는 점에서 명분도 충분합니다. 전기 요금이 오르면 기업은 전기를 아껴야 합니다.

따져보면 이 또한 일반 국민들의 부담입니다. 전기요금의 인상은 자연스럽게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되니까요. 

라운드테이블 첫 회의에서 이호현 에너지혁신정책관은 "기존 틀에서 과감히 벗어난 획기적이고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서늘합니다. 일반 국민들이라고 해서 외면할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모두의 관심사가 되어야 합니다. [에너지워치]가 관련 소식을 꾸준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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