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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워치]재생에너지, 직접 팔고 많이 판다

  • 2021.04.01(목) 06:00

직접 PPA 허용·RPS 비율 확대 법안 국회 통과
재생에너지 사업자 환호·한전은 토사구팽 우려

지난 2001년 이후 계속된 한국전력의 전기판매 독점 구조가 깨집니다. 한전에서만 살 수 있던 전기를 이제는 태양광발전소 같은 재생에너지 업체로부터 살 수 있습니다. 발전업체와 이용자가 '직접 PPA(전기공급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발전 사업자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의무(RPS·Renewable Energy Portfolio Standard)도 강화합니다. 대형 발전사업자에게 부여한 재생에너지 의무발전량을 현재 10%에서 25%로 올리는 신·재생에너지 촉진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죠.

두 법안은 최근 사업성 악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재생에너지 업계가 입법을 강력하게 희망했습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재생에너지 업계 먹고 살게 해주자고 도입하는 건 아닙니다. 국회와 정부가 그리는 그림은 더 큽니다. 이번 법안은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실질적으로 '0'으로 만들자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포석입니다.

# PPA법·RPS법 모두 국회 본회의 통과

일명 'PPA법'으로 불리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안은 한전의 전기판매 독점 권한을 일부 개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그동안 전기를 공급받으려면 한전과 전기공급계약을 맺는 방법 외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법안이 발효되면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기는 발전업체와 곧바로 전기공급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됩니다. 

앞서 이와 비슷한 제도가 있긴 했습니다. 올해 들어 정부는 제3자 PPA로 불리는 전기공급계약을 허용했습니다. 재생에너지업체와 사업체 사이에 한전이 중개인으로 참여해 맺는 전기공급계약입니다.

제3자 PPA는 사용하는 전기의 100%를 모두 재생에너지를 통해 조달하겠다는 글로벌 캠페인 'RE100'에 참여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한전이 중개인으로 참여하는 것이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번에 통과한 법은 이 지적을 수용한 것입니다.

함께 통과한 재생에너지 발전 의무 확대 법안도 재생에너지 업계가 환호하는 내용입니다.  

그동안 발전 설비 용량이 500MW 이상인 발전 사업자는 오는 2022년까지 10%까지 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을 확보해야 했는데요. 이번 개정안에는 오는 2034년까지 25%로 재생에너지 공급비중을 늘리라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의무는 현재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 6곳과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수자원공사, 그 밖의 민자발전사 등 총 23곳이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이 직접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전기의 양은 의무기준에 크게 못 미칩니다. 이에 다른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파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사서 의무비율을 채웠습니다.

현재 해당 발전소의 RPS 의무공급비율은 9% 수준이라고 하네요. 만약 10% 상한제를 계속 유지했다면 내년에 높일 수 있는 의무공급 비율은 1%포인트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상한이 늘어나면서 재생에너지 업체의 숨통이 트였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업체 환호…시장 규모 확대

두 개정안 모두 재생에너지 업체가 환호하는 내용입니다. 한전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전기를 팔 수 있고,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인증서(REC)를 팔 곳도 더 많아졌습니다. 그렇다고 두 법안에 기대하는 효과는 단순히 업계의 수익성 개선에만 있는건 아닙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 시장은 정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시장의 규모와 거래방식에 모두 한전을 통해 정부가 관여했습니다.

그럴 이유도 있었습니다. 수요와 공급으로 이뤄진 시장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동안 전기를 이용하는 사업체들은 사용하는 전기가 반드시 재생에너지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저 싸고 편리하기만 하면 됐죠.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는 그 수요에 충실하게 부합했고요.

따라서 정부로서는 재생에너지 시장을 시장에 맡길 수만은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의무발전 제도를 도입해 재생에너지 발전업계를 부양했습니다. 한전이 그 선봉에 섰습니다. 미숙한 시장을 위한 일종의 인큐베이터인 셈입니다.

하지만 최근 에너지 전환이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에너지전환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죠.

이제 기업들이 앞다퉈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든 전기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던 미숙아가 이제 우량아가 된 셈입니다.

#'키워놨더니 내놓으래'…한전의 우려

이번 개정안은 재생에너지 업계로서는 질적·양적 확대를 이룰 기회입니다. 하지만 한전은 어떨까요.

RE100 캠페인이 확대되고 배출권거래제(ETC)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업체와 직접 계약을 맺으려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독점이 깨지면 고객을 잃습니다.

규모가 커지는 인증서 시장도 큰 부담입니다. 발전 자회사가 사들여야 하는 인증서 비용을 한전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전환 정책의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현재 한전이 주력으로 하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끌어내려야 합니다. 한전으로서는 토사구팽(兎死狗烹) 우려가 듭니다. 

그래서 한전은 신재생 발전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전환에 대비한 생존전략입니다.

한전은 그동안 유동화전문회사(SPC)를 통해 다양한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해왔습니다. 한국해상풍력과 제주한림해상풍력, 희망빛발전, 햇빛새싹발전소 등이 한전이 참여한 SPC입니다.

하지만 SPC 형태의 사업참여는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한전에 따르면 만약 한전이 1.5GW(기가와트)급 신안해상풍력 사업을 직접 추진하면 1조8000억원 규모의 이자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국회에는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직접 참여를 허용해주자는 법안이 논의 중입니다. 한전의 몫을 나누자는 법안은 비교적 수월하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한전에 뭘 더 주자는 법안은 국회 통과가 쉽지는 않네요. 

하지만 한전의 발전사업 참여는 정부가 그릴 다음 그림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법안을 제안한 송갑석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한전의 자본과 기술력이 필요하다"며 "민간사업 영역 침해와 망 중립성 저해에 대한 우려는 추가적인 법적 근거와 규제를 마련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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