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과 조카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이 어느쪽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린다. 금호석유는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최근 잇따라 공개된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권고안이 엇갈리면서 8%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표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 국민연금, 금호석화에 대한 판단은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위원회가 열렸다. 회의 대상 기업과 내용은 비공개이지만, 업계는 금호석유 주총 관련 안건이 올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 관계자는 "회의 이후 내용이 공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특정 기업의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투자 포트폴리오 대비 비중이 높은 경우 주총 이전에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한다. 올해의 경우 하이트진로, 오씨아이, 원익머트리얼즈의 주총이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국민연금기금 홈페이지에서 주총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금호석유 지분 8.25%를 보유했으나, 수탁위가 검토해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의결권 행사 방향을 공개할 수도 있다는 게 연금 측 설명이다.
단순히 찬성, 반대와 같이 간단한 형태로 의견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연금이 위탁한 운용사별로 표심이 엇갈리면 이것이 비율(%) 형태로 나눠 표현되기도 한다. 국민연금은 '찬성, 반대, 중립, 기권' 외에 '미행사' 형태로도 의사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은 원익머트리얼즈 주총에 앞서 재무제표, 이사와 감사 선임, 감사 보수 반도액 등은 찬성했으나 정관변경(반대 56.86%)과 이사 보수한도(반대 56.86%)는 위탁사들의 지분율에 따라 찬반 의결권 행사 비율을 나눠 공개했다.
2019년 연간 기준으로 국민연금이 지분 보유기업 주주총회 원안에 찬성표를 던진 비중은 80.7%에 달했다. 그러나 반대도 19.1%, 중립·기권 등의 비중도 0.2%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떤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을까.
비즈니스워치가 국민연금이 올해 초부터 3월23일 현재까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내용을 모두 확인한 결과, 이사 선임이나 보수 한도, 정관변경 관련 안건에 반대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2019년에도 이사와 감사 선임에 대한 반대가 40.2%로 가장 많았고 이사 및 감사에 대한 보수 한도(38.7%)가 뒤를 이었다. 정관변경도 15.2%의 비중이었다.
◇ 의결권 자문기관도 의견 엇갈려
이번 금호석유 주총에도 국민연금의 원안 반대의견 표시가 잦았던 이사 선임 안건이 가장 큰 쟁점이다. 삼촌을 상대로 경영권 쟁탈에 나선 박철완 상무는 스스로 사내이사 자리에 오르는 안과 자신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안을 올렸다. 금호석유도 이에 맞서는 사내외 이사를 내세우고 있다. 관련기사☞ ④박철완 쥔 '카드'…금호석화 '격랑 속으로'
특히 국민연금은 이사 선임의 건을 반대할 때마다 '주주가치'를 핵심적인 이유로 들었다는 점에서 양쪽 인사들의 면면에도 관심이 모인다. 사내이사의 경우 백종훈 영업본부장(전무)과 박철완 상무가 대결을 펼친다. 사외이사의 경우 금호석화는 주로 국내파 법 행정 학자들을 내밀었고, 박 상무는 글로벌 전문가들을 카드로 꺼냈다.
배당 안도 4200원(금호석유화학) 대 1만1000원(박철완 상무)으로 나뉘어 있다.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금호석유화학이 제시한 안건에 대해 찬성 권고를 내리면서 박 상무의 주장이 과격하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⑤금호석화 외국인 주주 표심 박찬구로 쏠린다
반면 2위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는 박 상무 측 주장을 대부분 찬성했다. 미국 최대 공적연금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과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도 박 상무의 안건 대부분을 지지해 양쪽의 대립이 첨예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