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지난 1분기 일제히 흑자전환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와 달리 이동수요가 살아나고 주요 제품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차)가 개선되면서다.
코로나 재확산이란 변수가 여전히 남아있긴 하지만, 주요국을 중심으로 백신 보급이 확대되는 만큼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석유화학 사업이나 배터리 등 신사업을 추진하는 각사 사정에 따라 개선 속도는 갈릴 전망이다.
약속한 듯 모두 흑자전환
1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2조1771억원으로 전년 -4조3775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영업이익을 가장 많이 낸 것은 GS칼텍스였다. 이 정유사 1분기 영업이익이 6326억원으로 전년 -1조318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매출액은 6조4272억원으로 전년대비 9.1% 감소했지만 당기순이익도 3190억원으로 전년 -1조153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을 보면 정유 사업이 4620억원으로 전년 -1조1193억원에서 흑자전환하며 실적개선을 견인했다. 윤활유 사업은 1250억원으로 전년대비 86.1%나 증가했다. 석유화학 사업도 456억원으로 전년대비 124.7% 상승했다. 회사 관계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과 석유화학 제품, 윤활기유 스프레드 개선으로 호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도 1분기 영업이익이 6292억원으로 전년 -1조73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매출액은 5조3448억원으로 전년대비 2.8%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3447억원으로 전년 -8806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 영업이익은 4620억원으로 전년 -1조1193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정제마진이 여전히 약세였으나 백신 접종 확산 등에 따라 수요가 회복되면서 가솔린과 디젤 스프레드가 상승세를 보인 덕이다. 윤활기유 사업은 전년대비 62.5% 늘어난 1889억원, 석유화학의 경우 47.9% 증가한 983억원의 영업익을 각각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도 전년동기 -1조7752억원 대비 흑자로 전환한 502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7.2% 감소한 9조2398억원, 순손실은 3681억원으로 전년 1조5521억원보다 줄었지만 적자를 이었다. ▷관련기사: SK이노베이션 '1조 날리며 털어버린 불확실성'(5월13일)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은 석유사업의 경우 전년 1조6360억원 적자에서 416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화학사업도 전년 898억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한 1183억원, 윤활유사업의 경우 전년대비 374% 증가한 1371억원을 기록했다. 배터리사업 영업손실은 전분기보다 678억원 증가한 1767억원이었으나, 매출액은 5263억원으로 전년대비 80%가량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은 4128억원으로 전년 -5632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매출액은 4조5365억원으로 전년대비 2.7% 증가했다.
이 회사 역시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4769억원에서 흑자전환한 2113억을 기록하며 실적개선을 견인했다. 석유화학도 전년 1047억원에서 흑자전환해 872억원으로 집계됐다. 윤활기유 사업은 작년 11월부로 편입된 까닭에 비교하기 어려우나, 작년 4분기 354억원에서 191% 증가한 1030억원을 작성했다.
기름 달라는 곳 많아졌다…'관건은 신사업'
미국과 영국 등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정유업계 수요회복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도 같은 지역은 변이 코로나19 확산세가 참혹한 수준인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있으나 미국과 유럽의 백신 접종으로 인해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있다"며 "미국 백신 접종률이 50% 넘어가는 하반기부터 손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수요 회복에 따라 연말까지 정제마진이 지속 개선될 것"이라며 "특히 휘발유는 2분기부터 미국 드라이빙 시즌에 진입해 강세가 예상되고 등유와 경유는 보합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다만 사업자별로 정유 사업 외 신성장동력의 구성이 다른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친환경 트렌드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중장기적 성장성 측면을 보면 그렇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신사업인 배터리 부문의 성장성이 눈길을 끈다. 이 회사는 올해 배터리 사업의 연간 매출액이 3조원 중반대에 달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손익분기점(BEP) 돌파는 내년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정유에서 화학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RUC(잔사유 고도화시설), ODC(올레핀 하류시설) 등 2018년 말 증설한 석유화학 복합시설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지난해 3분기 정기보수를 마쳐 올해 더욱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작년 4분기에 정유사 중 유일하게 흑자전환(817억원)하고 1분기에도 호실적을 달성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중질유 석유화학분해시설(HPC)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올 11월 상업 가동이 목표다. 이를 통해 수익성 높은 친환경 화학·소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GS칼텍스는 현재 경쟁사와 견줘 정유사업 비중이 높은 만큼 단기적으로 정유수요 회복 속에 견조한 실적을 거두는 데 변수가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