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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vs카카오]③'주력' 검색 업어키운 한게임

  • 2021.07.29(목) 11:35

네이버 설립 직후 한게임 흡수합병
게임으로 돈 대줘, 검색기술 고도화
사행성 이슈 곤혹, 결국 게임 떼어내

22년전 자본금 5억원으로 시작한 네이버는 현재 시가총액 70조원의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옛 다음커뮤니케이션(카카오)은 생활 밀착형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모바일 강자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 인터넷 산업의 역사'이자 양대산맥 네이버·카카오(네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동반 성장한 과정을 살펴본다. [편집자]

지금이야 네이버 매출의 절반 가량을 온라인 광고(검색 및 디스플레이)가 책임지고 있으나 설립 초기만 해도 광고 사업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당시엔 광고보다 게임 매출이 더 많았다. 게임포털 '한게임'의 흥행에 힘입어 게임이 네이버의 안정적 '캐시카우' 역할을 수년간 담당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온라인광고 사업의 원천이자 핵심인 검색 기술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했다. 즉 게임으로 돈을 벌어 검색에 투자해 광고 매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쳤던 것이다.

당시 한게임에서 서비스하는 웹보드 게임은 사행성 논란을 일으키면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네이버는 2013년 게임 사업을 완전히 떼어내고 결별했으나 게임이 지금의 '네이버 검색 왕국'을 만든 숨은 공신인 것은 분명하다. 

한게임 합병하며 든든한 캐시카우 마련

네이버는 설립 초기만 해도 내놓을 만한 수익원이 없었다. 홈페이지 등을 통해 광고주가 직접 신청하거나 광고대행사 영업을 통해 받아온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했는데 매출이 눈에 들어올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설립 첫해인 1999년 연간 매출은 18억원이다. 지금의 네이버 분기 매출(올 2분기 연결 기준)이 무려 1조66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재무 실적이 도드라지게 성장한 계기는 한게임과의 합병이다. 1999년 네이버컴이란 사명으로 출발한 네이버는 이듬해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흡수합병하면서 검색포털 네이버와 게임포털 한게임을 양대축으로 삼았다. 한게임은 지금의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가 1998년에 설립한 게임포털 회사다.

한게임을 품은 네이버의 매출 외형은 큰 폭으로 확대됐다. 2000년 매출은 전년보다 5배 가량 증가한 88억원, 이듬해에는 전년보다 3배 늘어난 243억원으로 커졌다. 네이버가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당시 매출의 상당 부분을 게임이 채웠다.

게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에 절반 이상(63%)인 153억원(전체 매출 243억원)에 달했다. 이듬해인 2002년부터 50% 밑으로 내려가긴 했으나 한동안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게임 매출은 매년 꾸준히 성장하면서 2006년에는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후에는 더욱 탄력이 붙으면서 매년 천억원씩 불어나는 계단식 성장을 했다. 

당시 한게임은 넷마블, 엠게임 등과 함께 주요 게임포털로 꼽혔다. 한게임에선 액션과 아케이드, 스포츠, 카드, 보드게임 등 5가지 장르로 총 40개 게임을 제공했다. 2001년에는 일종의 사이버머니인 '한코인'으로 게임 아이템이나 아바타를 구매할 수 있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크게 인기를 모았다. 

이에 비해 검색 기반의 광고 매출은 설립 초기 뚜렷한 존재감이 없다시피 했다. 2002년 네이버 광고 매출은 전체의 24% 수준인 181억원이다. 경쟁사 옛 다음커뮤니케이션의 2002년 광고 매출이 무려 399억원(전체 매출 2252억원의 18%)으로 네이버를 크게 앞선 것이 눈길을 끈다. 

한게임 사행성 논란에 결국 분사

하지만 네이버는 한게임의 웹보드게임이 사행성 논란을 일으키면서 곤혹을 치뤄야만 했다. 웹보드란 말 그대로 인터넷 상에 판(보드)을 깔고 고스톱이나 포커 같은 도박 게임을 하는 것이다. 이용자가 게임 내 판돈을 만들기 위해 현금을 지불하고 아바타나 아이템을 사면서 동시에 사이버머니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사이버머니가 오간다 해도 사행성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 중독성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인터넷 PC를 통해 언제든 쉽게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도박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게임사가 구매 한도를 정해 놓아도 게임에 빠진 이들은 '환전상' 같은 불법 경로를 통해 사이버머니를 '수혈' 받았기 때문에 문제가 컸다.

급기야 2008년 한 지상파 TV 시사프로그램에서 이러한 환전상의 실상을 다뤘는데 웹보드에 빠져 경제적 손실은 물론 가정이 파탄나는 사례를 고발해 커다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네이버는 말 많은 게임 사업(현 NHN)을 2013년 인적분할 방식으로 떼어내고 검색에 역량을 쏟아 부었다. 네이버는 이미 2005년 국내 검색 시장에서 옛 다음으로부터 1위 자리를 탈환한 이후 검색에 대한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로 '검색 왕좌' 자리를 견고하게 다져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게임에 의존할 필요가 없었다.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의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은 2005년말 기준 69%로 다음(12%)과 야후코리아(7%), 엠파스(6%) 등을 제치고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2000년대 초반만해도 국내 검색 시장은 네이버와 다음을 비롯한 여러 업체들의 과점 구도였으나 네이버가 2002년 다음을 제치고 1위 자리에 오르면서 독점 구조로 재편되었다. 

연간 3조원 벌어다 주는 검색, 주력으로

네이버는 설립 초기만 해도 게임 매출이 검색 기반의 광고 부문을 크게 앞섰으나 게임을 정리하고 검색에 집중하면서 구글·페이스북 같이 광고를 주력으로 하는 인터넷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올 2분기 네이버 연결 매출 1조6635억원 가운데 온라인 광고(서치플랫폼 부문) 매출은 절반 가량인 8260억원이다. 뒤를 이어 쇼핑(3653억원)과 핀테크(2326억원), 콘텐츠(1118억원) 순이다.

지난해 연간으로 광고 매출은 3조원에 육박(2조8031억원)한다. 전체 매출(5조3041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인 53%로 아직까지 주력이다.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네이버 도메인의 PC 월순방문자수는 2847만명, 도달률 87%로 웹사이트 분야 1위다. PC 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순이용자수 3613만명, 도달률 83%에 달하는 등 사실상 '인터넷 관문'을 평정한 것이다.   

네이버의 주력인 온라인 광고란 말 그대로 PC와 모바일 등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마케팅 상품을 말한다. 검색과 디스플레이(배너) 광고 두가지로 나뉜다.

검색 광고는 예를 들어 '꽃배달'이란 특정 키워드에 대응하는 연관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디스플레이 광고는 네이버 첫화면이나 주요 서비스 내에 배너 및 동영상 등의 형태로 노출하는 형태다. 매출로는 검색 광고가 디스플레이 광고보다 훨씬 많다. 올 2분기 네이버 광고 전체 매출(8260억원) 가운데 검색광고(6032억원) 비중은 73%에 달한다. 

온라인 광고 산업은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시대를 맞이하면서 확대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면서 온라인 전환이 가속화됨에 따라 시장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광고 시장은 7조3000억원으로 전년대비 11.5% 성장했다. 이 가운데 모바일광고 시장은 5조5000억원으로 전체 비중의 대부분인 76%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가 쇼핑과 간편결제, 웹툰, 클라우드 등 신규 사업을 키울 수 있도록 든든한 발판을 만들어준 것이 검색 기반의 광고사업이다. 돌이켜 보면 설립 초기 게임 사업이 지금의 확고한 검색 역량을 태동시킨 자양분으로 작용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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