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서 계속 ▷관련기사: [인사이드 스토리]①현대차서 가장 꾸준한 '효자'(8월5일)
왜 경쟁사는 국내 1톤 트럭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것일까요. 그 답은 포터의 가격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현재 포터는 트림에 따라 1694만~2276만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아반떼(1570만~2779만원) 수준이거나 더 싸게 가격이 책정돼있는 것입니다. 이 가격대에 1톤 트럭을 팔 회사가 있을까요. 팔면 마진은 남을까요.
일본 대표차 토요타의 홈페이지를 찾아봤습니다. 여기에 다이나(Dyna, 1톤 시리즈 싱글캡)의 판매가격은 380만엔이라고 나와 있네요. 한화로 3983만원가량 되는 것이죠. 물론 옵션, 사양 등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현대차의 포터보다 2배 가까이 비싸게 팔리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 추구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포터의 가격 정책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시장에서 가격을 다른 나라보다 싸게 팔고 있어서죠. 왜일까요.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기사가 있더군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현대차가 포터 가격 인상을 철회했다는 기사입니다. 당시 경영진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은 가격에 팔리는 1톤 트럭의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가 당시 정몽구 회장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가격을 동결했다고 합니다. 포터가 서민의 생계수단이라는 이유에서죠.
1999년 당시 현대차 사업보고서를 보니 매출 비중은 승용차 64%, 상용차 23%, 부품 13% 등입니다. 포터가 포함되는 상용차가 회사 매출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던 겁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셈이죠.
물론 무작정 기업 오너를 미화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과의 가격만 비교해봐도 현대차가 어느 정도 마진을 포기하고 포터를 팔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물론 현대차 입장에서도 가격 저항에 민감한 포터의 가격을 올리긴 쉽지 않죠.
가만히 둬도 잘 팔리는 차 포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019년 출시된 전기차 포터 일렉트릭이 변화를 이끌고 있죠.
올해 2월엔 내장 탑차 등으로 쓸 수 있는 포터 II 일렉트릭 특장차도 추가됐습니다. 올 1~7월 포터 일렉트릭 판매량은 9962대로 전년동기대비 157.7% 늘었죠. 국내에 판매된 포터 6대 중 1대는 전기차인 것이죠. 포터 일렉트릭은 국내 판매된 전기차 중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인기 비결은 여러 가지입니다. 포터 일렉트릭의 가격은 4060만~4274만원대로 서울 기준 보조금(2400만원)을 받으면 내연기관 포터 수준에서 전기차를 살 수 있죠. 여기에 전기차 트럭에 한해 영업용 번호판을 무상으로 발급하는 '영업용 번호판 인센티브' 제도가 내년 4월 종료되면서, 그 전에 포터 일렉트릭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차 입장에선 포터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면 자연스럽게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셈입니다. 보조금은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것이니 현대차 입장에선 부담도 없죠.
최근 기아가 봉고의 유럽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도 주목해 볼 만 합니다. 외신에 따르면 기아는 2024~2025년 상용차의 유럽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내수용에 머물러 있던 현대차그룹의 소형 트럭이 전기차 시대를 맞아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