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은 크다. 하지만 그만큼 불확실성도 크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가 수소경제를 주제로 진행한 세미나의 한 줄 요약이다. 전세계에서 친환경 에너지 바람이 불면서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재무 건전성을 지키면서 이를 추진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크레딧 시장의 관점이다.
송미경 기업평가2실장은 "최근 하루하루 기업들의 새로운 소식이 나올 정도로 주목 받는 수소에너지 사업은 성장성이 높은 수준이지만 관련 기술 상당 부분이 상용화 이전에 있다"며 "향후 산업 성장에 높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2070년 수소 생산 7배 증가"
이날 발표자로 나선 송미경 실장은 "수소 생산 규모는 2070년까지 약 7배 증가할 것"이라며 "특히 재생에너지원 발전단가와 수전해 설비 비용이 하락하는 점도 수소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관련기사: [K-수소동맹]①'아무도 못 가본' 생태계 열린다(9월20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수소는 1억2000만톤(t). 대부분의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부생수소'와 천연가스를 개질해 얻은 '그레이수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된다. 그레이수소 1톤을 생산하는데 이산화탄소 10톤이 배출된다.
수소가 진정한 친환경 에너지원이 되기 위해선 그린수소나 블루수소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해야한다.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을 통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를 말한다. 블루수소는 화석 연료로 수소를 생산하지만 탄소를 포집·저장(CCUS)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수소다.
그런 만큼 블루·그린수소의 경제성 확보가 선결 과제다. IEA에 따르면 현재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보다 약 45%, 그린수소는 4배가량 비싸다. 저탄소 중심의 수소 생산방식을 위해선 경제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얘기다.
송 실장은 "블루수소의 생산 단가를 인하하기 위해선 저렴한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 CCUS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 그린수소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선 수전해 설비의 확대, 재생에너지원 단가 하락이 동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30~2040년 사이 그린수소와 블루수소가 비용 경제성을 갖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30년까지 수소 생산 증가는 그레이수소 중심으로 이뤄지겠지만 이후 블루수소, 그린수소의 공급능력 상승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2070년에는 그린수소 비중이 6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IEA 집계에서 작년 기준 그린수소 생산 비중은 0.5% 남짓이다.
"꾸준한 모니터링 필요"
이날 세미나에서 주목 받은 것은 국내 기업들의 수소 투자 현황에 대한 중간 점검과 진단 부분이었다. 특히 일부 그룹에 대해서는 재무적인 부담이나 기술 실현의 불확실성이 지적됐다. 우선 현재 수소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SK그룹을 두고 송 실장은 "대규모 투자 지속으로 재무 안전성 변동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SK그룹은 SK E&S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수소 경제 실현을 위해 18조5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범위도 액화플랜트 건설, 블루수소 생산, 수소 충전소, 연료전지 사업 등을 망라한다. 송 실장은 "SK는 수소 외에도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투자 수요가 많아 재무 부담이 확대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205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수소환원제철을 실현하겠다는 포스코그룹에 대해서는 기술적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수소환원제철은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해 철강을 만드는 제강방식이다. 송 실장은 "포스코가 2050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은 아직 관련 기술개발이 미비해 도입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장기적인 투자와 관련 기술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2030년까지 1조2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효성의 수소사업에 대해서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는 "효성티앤씨의 실적 개선과 효성화학 대규모 투자 일단락으로 현금창출력이 개선됐다"며 "계획 중인 수소관련 투자와 전반적 투자자금 수요에 대해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에 대해서도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공정에서 연계된 부생수소 기반의 수소생산 중심 투자가 현금창출력과 기존 투자규모를 감안하면 수소관련 투자규모가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소 사업이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만큼 관련 신용 측면에서의 관찰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송 실장은 "장기적 계획인 만큼 사업환경에 따라 향후 계획이 변동될 가능성 있다"며 "안정적인 투자 여부와 기업들의 재무 부담 등을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