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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포스코의 고민…어찌 쪼갤까?

  • 2021.12.07(화) 09:48

지배구조 개편 논의…인적·물적분할 갈림길
증권 "신사업 별도 평가받는 인적분할 유력"
철강 "이중상장 없는 조건, 물적분할 무게"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포스코가 어떤 방식으로 지주회사를 설립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 분할의 방식은 크게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등 2가지로 나뉘는데, 포스코는 어떤 방식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지를 두고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선 인적분할을, 철강업계에선 물적분할을 점치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철강서 신사업 뗀다

포스코는 오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지난 2일 포스코는 지주사 전환 여부를 묻는 조회공시에 대해 "미래성장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지주사 설립이다. 현재 지배구조를 보면 포스코는 포스코건설(이하 지분율 52.8%)과  포스코인터내셔널(62.91%), 포스코에너지(89.02%), 포스코케미칼(59.72%)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포스코는 34개(9월말 기준) 계열사를 두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주력인 철강 사업 외에도 그룹 총괄을 하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투자를 지휘하고 있는데 이러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따로 떼어내겠다는 것이다.

그간 포스코는 신사업을 키워왔다. 최정우 회장은 취임부터 이차전지 소재 등 신성장 사업에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만 호주의 니켈 광산회사(레이븐소프) 지분 30%를 사들였고,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4만3000톤 규모 수산화리튬공장을 착공했다.

인적분할이냐 물적분할이냐 

기업분할은 크게 2가지가 있다. 포스코에서 철강 사업을 떼어내 새로운 법인을 만드는 물적 분할과 포스코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쪼개는 인적분할이다. 기업 분할 방식에 따라 주주 구성은 달라진다.

물적 분할의 경우 기존 법인이 신설 법인 지분을 100% 소유하게 된다. 대신 기존 법인의 지분을 소유한 주주의 지분엔 변함이 없다. 물적 분할 후에도 국민연금이 포스코 지분 9.75%를 보유한 지배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뜻이다. 

반면 인적분할로 포스코가 두 회사로 쪼개지면 국민연금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 지분을 각각 9.75%씩 갖게 된다. 기업분할로 주주의 지분에 변동이 생기는 것이다. 포스코가 분할 방식을 두고 고민에 빠진 이유는 장단점이 명확해서다. 

우선 인적분할은 주주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인적분할 후 주주들이 2개 회사 주식을 모두 보유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회사 입장에서도 회사 '금고'에 보관 중인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포스코가 보유중인 자사주는 13.3%. 이 자사주만큼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주회사는 사업회사 지분을 갖게 된다. 즉 인적분할을 하면 죽어있던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해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을 부릴 수 있다.

특히 포스코가 주가 부양을 위해 지난해 대규모로 매입한 자기주식이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렛대' 역할을 하게 된다. 자사주 규모가 적지 않다. 2년 전만 해도 707만주(8.1%)에서 올 9월말 기준 1156만주(13.3%)로 확대됐다.  

내년부터 공정거래법이 강화된다는 점은 부담이다. 현재는 지주회사가 상장된 자회사의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면 되는데, 내년부터는 30% 이상으로 강화된다. 포스코 인적분할 과정에서 지주회사가 자사주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사업회사 지분은 13.3%로, 향후 16.4%가량의 지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공정위가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쓰는 '자사주의 마법'을 '자사주 악용'으로 보고 있는 시각이 깔려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물적 분할은 사측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물적분할을 통해 설립된 100% 자회사인 사업회사를 통해 향후 자금조달을 받을 수 있어서다. 반면 소액 주주들은 사업회사가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물적 분할은 달갑지 않게 여긴다. 

최근 LG화학이 배터리사업부인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내년에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가 진행되면서 LG화학 소액 주주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엇갈리는 전망

아직 분할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증권 업계에선 인적분할을, 철강 업계에선 물적분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전환은 자금조달 보다는 2차전지 소재와 수소 등 신성장 사업이 철강 본업과는 별도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 같은 목적을 고려하면 인적분할 방식이 유력하다"고 분석했다.

반면 철강업계에선 물적분할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인적분할보다는 물적분할을 무게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새로 신설되는 사업회사를 향후 상장하지 않는 조건으로, 중복 상장 등 주주 가치 훼손을 막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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