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에 따른 주가 하락에 대한 책임론을 딛고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최대 주주인 LG그룹의 지지를 받아 무난히 연임이 결정됐다.
신 부회장은 앞으로도 미래 역량 개발에 집중하며 LG화학을 이끌 신성장동력을 꾸준히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30% 성장을 거듭, 신성장동력 사업 매출로만 약 30조원을 기록하겠다는 포부다.
2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LG화학 주주총회에서 신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이밖에 LG전자 출신인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의 기타 비상무이사 선임 안건과 사외이사 선임 안건, 이사 보수 한도 등 주총에 상정된 안건 모두 통과됐다.
앞서 국민연금은 신 부회장의 연임에 반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은 지분율 6.8%를 확보한 LG화학의 2대 주주다.
반대 근거로는 LG화학 산하의 전지사업부문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분할해 상장하면서 기업가치가 훼손되고 주주권익이 침해됐다는 것을 들었다. 실제 지난해 100만원을 웃돌았던 LG화학 주가는 현재 50만원대로 반토막 난 상황이다.
하지만 LG화학 지분의 33.5%를 보유한 최대주주 ㈜LG가 안건에 찬성하면서 신 부회장의 재선임 안건은 무난히 의결됐다.
이날 신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직접 사업을 키워 LG화학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주주 달래기'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지난달 LG화학은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친환경 소재 △배터리 소재 △글로벌 신약 등 3대 신사업에서 30조원의 매출을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 부회장은 이날 역시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등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사업을 확대하며 기업가치 증대시키는 '톱 글로벌 사이언스 컴퍼니'를 향한 발걸음을 계속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기업가치 극대화를 위해 전지 재료, 지속가능한 솔루션, 글로벌 신약 등 신성장동력의 가시적 성과 창출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전지재료의 경우 빠른 속도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양극재와 분리막 분야는 고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부가 소재는 신규 사업 발굴을 위한 기회 탐색을 진행 중이다. 지속가능 솔루션은 리사이클 제품, 바이오 원료 기반의 생분해성 소재 등 신재생에너지 소재 사업을 통해 탄소배출을 감축하고 친환경 소재 시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신약 사업은 현재 10개의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항암 영역과 당뇨·대사 영역에 집중해 연구 개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신성장동력 육성 가속화를 위해 LG화학은 매년 캐펙스(CAPEX) 투자에 4조원을 쏟을 계획이다.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R&D(연구개발)에도 매년 1조원 수준의 자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신성장동력 사업 매출은 2030년 30조원 수준으로 연평균 30%씩 성장, 9년 동안 10배로 확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이날은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주요 LG 계열사의 주총도 진행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권봉석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LG이노텍은 정철동 대표이사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통과시켰다.
정 사장은 "100년 영속하는 LG이노텍이 될 수 있도록 DX(디지털전환) 고도화와 선도 기술로 시장과 고객을 이끌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