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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에 7천억 쏟는 호반건설, 정말 단순투자?

  • 2022.03.30(수) 08:47

한진칼 주식 5670억 규모 매입
매도청구권 행사하면 1169억+이자
주가 거품낀 회사에 수천억 투자 의문

호남을 기반에 둔 중견 건설사 호반건설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한진칼 지분 매입에 7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호반건설은 "단순투자"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지분 매입 가격이나 방식 등을 보면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로만 이해하기 힘든 대목도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호반건설, 이자까지 내며 주식 확보

호반건설 자회사인 호반이 한진칼 지분을 처음 인수한 것은 지난 18일이다. 이날 호반은 한진칼 5만2000주를 장내매수했다. 주당 매입가는 5만6889원으로 총 30억원어치다.

호반의 소규모 지분 매입 직후인 지난 21일 호반건설은 사모투자펀드 KCGI 산하 '그레이스홀딩스 외 특수관계인 6개사'(이하 KCGI)가 보유한 한진칼 940만주를 매입하는 장외매매계약을 맺었다. 주당 6만원으로 총 5640억원어치의 대규모 거래였다. 호반건설은 다음 달 4일 한진칼 주식을 인도받는다.

이날 또 호반건설은 KCGI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 161만4917주와 신주인수권 80만주에 대한 매도청구권계약을 맺었다. 행사기한은 오는 8월21일까지다. 주식 매입가는 주당 6만원에 이자(연 5%로 3월21일부터 매도청구권행사일까지 일할 계산)를 더한 가격이다. 주식 매입가격 969억원에 이자까지 낸다는 얘기다. 신주인수권 가격은 주당 2만5000원으로 총 200억원 규모다.

거래를 종합하면 호반건설과 호반은 한진칼 주식 945만2000주를 5670억원에 매입했다. 여기에 매도청구권까지 행사하면 주식 매입 가격은 6839억원 '플러스 알파'(이자)로 늘어난다.

호반건설, 4년째 적자회사에 '자본 20%' 투자

호반건설은 지난 28일 이번 한진칼 지분 취득 목적에 대해 "단순투자"라고 공시했다. 하지만 단순투자라 보기엔 투자규모가 적지 않다. 호반건설이 한진칼 940만주를 취득하기 위해 쓴 5640억원은 자본 3조4835억원(2020년 말)의 16%에 이른다. 여기에 매도청구권까지 행사해 추가로 지분을 인수하면 자본의 약 20%를 한진칼 '단순투자'에 투입하는 상황이다.

자본의 20%에 이르는 거금을 투자한 한진칼 주가는 거품이 끼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CGI가 한진칼 지분 매입을 시작한 2018년 11월 이전 1만~2만원대에 거래되던 한진칼 주가는 2020년 4월 11만선까지 치솟았다. 경영권 분쟁이 잠잠해지자 주가는 5만~6만원선까지 내려왔지만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분석이다. 

작년 11월 IBK투자증권은 한진칼의 목표주가를 3만2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내리면서 "본격적인 여행 재개와 중단된 항공 노선 개설은 투자 심리에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업가치대비 주가의 할증 거래가 주주간의 지분 확보 경쟁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실적도 바닥이다. 한진칼의 당기순손실을 보면 2018년 128억원, 2019년 2606억원, 2020년 3415억원, 2021년 357억원 등 4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되살아날 여행 수요와 현재 기업결합이 추진중인 아시아나항공과의 시너지 등을 염두에 두고 호반건설이 '베팅'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를 보면 '고평가된 종목에 투자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FN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진칼의 주가수익비율(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 PER)은 231배가 넘는다. 지난 2월 코스피 시장 전체의 PER은 12배)을 보면 한진칼이 얼마나 고평가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오는 8월까지 호반건설이 매도청구권까지 행사하면 한진칼 지분 17.43%를 확보하게 된다. 작년 말 기준 한진칼의 지분구조를 보면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20.93%, KCGI 17.41%, 반도건설(대호개발 등) 17.02%, 델타 에어 라인 13.21%, 산업은행 10.58% 등이다. 그간 KCGI와 반도건설은 우호지분으로 분류됐는데, 앞으로 호반건설과 반도건설이 어떤 관계를 구축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KCGI는 출구전략으로 지분을 호반건설에 넘기면서 지분 17.41%의 소유주만 KCGI에서 호반건설로 바꿨다"며 "현재 지분구조에서도 조 회장이 경영권을 지킨만큼 앞으로도 산은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가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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