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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정보 활용 내부자 거래, 해결방법 없나

  • 2022.04.06(수) 07:00

불공정거래 중 70%가 내부자거래
처벌 강력하지만 입증은 어려운 탓
"내부자거래에 대한 일정 기준 마련 필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 매도한 뒤 차익을 거두는 내부자 거래의혹이 줄지 않고 있다. 작년엔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올해도 에코프로비엠, 에디슨EV, 호반건설 등이 관련 의혹을 받고 있다. ▷ 관련기사: [단독]한진칼 블록딜 사흘전, 호반 조용히 주식샀다(4월5일)

금융당국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내부자 거래를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중범죄로 간주한다. 전문가들은 범죄 입증이 어려운 데다 실제로 처벌 강도가 약한 점을 근거로 내부자 거래가 줄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에 정치권에선 내부자 거래에 대한 일정 기준을 마련한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10건 중 7건이 내부자거래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한국거래소가 최근 발표한 '불공정 거래 심리 실적 및 주요 특징'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불공정 거래 109건 중 77건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였다. 적발된 불공정 거래 10건 중 7건(70.6%)이 내부자 거래인 셈이다. 

특히 작년은 내부자거래 적발 사례가 유독 많았던 시기로 최근 5년간 평균 건수(62.6건)를 크게 웃돌았다. 과거엔 악재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난해엔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미리 파악해 저가 매입한 뒤, 차익을 얻는 사례도 늘면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과거엔 기업에 악재가 되는 정보들을 미리 입수해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전형적인 미공개 정보이용 사례였다면 작년엔 바이오, 미래 산업 등과 관련한 호재성 정보를 입수해 차익을 거두는 사례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를 자본시장 교란 행위로 분류해 중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 175조에 따라 내부자 거래 혐의가 발생할 경우, 피해자에게 배상책임을 포함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위반 액수가 5억원 이상인 경우 가중 처벌이 가능하고 그 규모가 50억원을 넘으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내부자 거래는 신뢰, 공정경쟁이 전제인 자본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기 때문에 중대 범죄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내부자거래 왜 계속 되나 

하지만 강력한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음에도 내부자거래가 좀처럼 줄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작년엔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를 통해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올해 역시 에디슨EV, 에코프로비엠 등이 이와 관련한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엔 호반건설이 한진칼 주식을 대량 취득하기 전, 자회사 호반이 한진칼 주식을 매입한 것을 두고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내부자거래 특성상 사전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시세조종, 부당거래 등 다른 불공정거래 행위보다 혐의를 입증하는 게 더 어려워 범죄 유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시세 차익을 거뒀다는 것을 법정에서 입증을 해야 하는데 이 자체가 쉽지 않다"며 "내부자 거래 입증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제도적 한계를 악용해 내부자 거래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솜방망이 처벌도 내부자거래가 계속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양형 기준은 강력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단 얘기다.

김남근 변호사는 "내부자거래 관련 형량이 약한 건 아니지만 실제 이어지는 처벌 수준이 약한 것은 사실"이라며 "증거를 기반으로 법원이 판결을 내려야 하는데 내부자거래 특성상 증거 자체 수집이 어려우니 처벌 수준이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미국의 경우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 다양한 행정제재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소권도 갖고 있어 유연한 수사와 신속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금융감독원이 조사, 수사할 수 있는 권한과 한계가 있어 (처벌에 대해) 다소 경직적인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경영진이 거래하려면 사전 공시"

선진국 역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는 매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내부자 거래에 대한 일정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미국의 경우 경영진이 주식을 처분할 경우 사전 공시를 해야 한다. 경영진이 주식을 매각하기 전에 언제, 얼마 정도의 주식을 매각하겠다는 것을 시장에 미리 알려야 한단 얘기다. 사전 공시를 하지 않으면 내부자가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내부자거래를 했다고 간주한다. 

황 연구위원은 "미국처럼 사전에 경영진이 공시를 통해 주식 매각을 알리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내부자거래로 간주하는 것이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선 최근 이와 관련한 법안이 최근 발의됐다. 지난 2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다. 미국처럼 내부자 거래 사전신고제도를 도입하고 공시 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주식 거래 의향이 있는 내부자가 사전거래계획서를 작성해 해당 법인에 제출해 확인을 받은 뒤, 계획서대로 매매를 진행하면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시를 통해 경영진이 주식을 매각할 것이란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고 내부자 역시 불필요한 의혹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법안 발의 당시 이용우 의원은 "사전신고제도 등 공시 의무를 강화해 냉각기간을 두고 내부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을 통한 내부자 거래를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내부자 거래로 발생하는 일반주주들의 피해를 막고 주식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제고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내부자 거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남근 변호사는 "현재는 거래소가 내부자 거래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금감원에 넘기고 다시 조사에 착수해 검찰에 넘긴 뒤, 검찰이 기소하는 다소 긴 절차를 밟는다"며 "내부자 고발 제도를 적극 장려하면 이 긴 과정을 줄일 수 있는 데다 내부자 거래 자체가 줄어드는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를 위해선 내부고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제도 마련도 동시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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