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 호반건설이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동일인 2세 회사들을 부당한 방법으로 지원해 급성장시킨 것으로 드러나 총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호반건설은 '벌떼 입찰' 등을 통해 확보한 23개 공공택지를 2세 회사에게 양도하고, 이미 진행 중인 공사도 중도 타절해 936억원 규모의 공사를 이관했다.
2세 회사의 공공택지 입찰신청금을 414회(총 1조5753억원) 무상 대여해주고, 2세 회사가 시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의 PF대출 총 2조6393억원을 무상으로 지급보증 해줬다.
공공택지 입찰 과정, 부당지원공정거래위원회는 호반건설이 동일인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회사들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사업 기회를 제공한 부당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608억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아파트 건설 및 분양(시공사업 및 시행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영위하는 회사로, 이 사건 지원행위도 모두 공공택지 시행·시공사업과 관련된다.
전체적인 지원 구조는 동일인 김상열이 지배하는 회사 호반건설이 호반건설주택(장남 김대헌 소유)과 그 완전자회사 호반산업(차남 김민성 소유)과 그 완전자회사(이하 2세 회사)를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호반건설주택의 완전자회사는 스카이건설, 스카이리빙, 스카이자산개발, 스카이주택, 스카이하우징, 에이치비타엉 등 6개사다. 호반산업의 완전자회사는 티에스개발, 티에스건설, 티에스주택, 티에스자산개발, 티에스광교, 티에스리빙, 베르디움리빙, 베르디움하우징, 베르디움주택, 베르디움토건, 위례자산관리 등 11개사다.
이 사건 주요 행위가 이뤄진 2013년 말~2015년은 우수 사업지를 차지하려는 건설사들의 공공택지 수주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시기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사건 공공택지 양도 관련 23개 택지의 평균 경쟁률은 108대 1에 달했다.
당시 공공택지는 추첨방식으로 공급하는 게 원칙이었다. 이에 호반건설은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하고 비계열 협력사까지 동원해 추첨 입찰에 참가시키는 소위 '벌떼입찰'을 통해 많은 공공택지를 확보했다. 그 과정에서 다수의 부당지원행위가 적발됐다.
호반건설은 2010년 12월~2015년 9월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9개 지원객체에 계열사 및 비계열사를 동원해 낙찰받은 택지 23곳을 대규모로 양도했다.
양도된 공공택지는 모두 큰 이익이 예상됐으며, 벌떼입찰 등 상당한 노력과 비용을 투입해 확보한 택지였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향후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발생할 이익을 2세 회사에게 귀속시킬 목적으로 택지를 양도했다고 봤다.
당시 호반건설은 '사업수지표', '예정손익계산서' 등을 작성해 택지별 예상이익을 구체적으로 산출 및 관리하고 있었고, 상당한 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인식한 상태였다. 양도 후에도 지원객체의 시행사업 전 과정에 걸쳐 업무 지원도 해줬다.
이 사건 공공택지 전매 결과 2018년까지 진행된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에서 분양매출 5조8575억원, 분양이익 1조3587억원이 발생했다.
이미 진행 중이던 공사도 중도 타절(공사 중단 및 도급계약 해지)하고 2세 회사들에게 이관했다.
호반건설은 2017년 10월 차남 김민성의 호반산업이 면허를 취득하자 4개 현장, 421억원 규모의 공사를 호반산업에 이관했다. 2018년 7월엔 장남 김대헌의 호반건설주택이 면허를 취득하자 6개 현장, 515억원 규모의 공사를 이관했다.
총 936억원 규모의 시공 사업 기회를 제공한 결과 호반산업의 주주 김민성에게 약 7억9000만원, 호반건설주택의 주주 김대헌·우현희(동일인 배우자)에게 약 13억9000만원의 부당 이익이 귀속됐다.
아울러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2세 회사들이 급격히 성장하고 주거용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 시장, 종합건설업 시장에서의 지위도 크게 강화됐다는 것이다.
장남 김대헌의 호반건설주택은 지원기간 동안 호반건설의 규모를 넘어섰다. 2018년 12월4일 호반건설에게 피합병될 당시 합병비율을 1대 5.89로 평가받아 장남 김대헌이 합병 후 대표회사인 호반건설 지분 54.7%를 확보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가 완료됐다.
확보한 공공택지 등 양도
호반건설은 2세 회사의 공공택지 입찰신청금도 무상 대여해줬다.
2014년 2월~2017년 6월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19개 지원객체의 공공택지 입찰 참가에 필요한 총 1조5753억원을 414에 걸쳐 단기간(평균 3.67일) 무상으로 대여해줬다.
공공택지 추첨입찰에 참여하는 회사는 택지 공급가격의 5% 수준에서 책정되는(평균 38억원) 입찰신청금을 납부해야 하고, 당첨되지 않으면 1~7일 후 돌려받는다. 호반건설은 입찰에 참가하는 지원객체들의 입찰신청금을 대신 납부해 주면서 아무런 이자를 받지 않았다. 이들 19개 지원객체 회사는 5억1912만원의 이자를 절감할 수 있었다.
또 호반건설은 2세 회사가 시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의 PF대출 총 2조6393억원에 대해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2014년 3월~2018년 1월 호반건설주택, 호반산업 등 13개 지원객체가 시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에서 시공의 일부만 담당(평균 17.5%)하면서 해당 사업의 PF 대출에 대해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관행대로라면 시공사가 시행사로부터 공사 물량을 받고, 그 대가로 시공 비중에 상응하는 PF대출 지급보증을 제공해야 한다. 호반건설이 받지 않은 40건의 PF대출 지급보증수수료는 최소 152억6262만원에 달한다.
2세 회사들은 자체 신용으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호반건설의 지급보증을 통해 공공택지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공정위는 호반건설의 이같은 부당내부거래 등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고 봤다.
과징금은 호반건설에 392억8000만원, 호반산업 57억6000만원, 호반호텔앤리조트 30억6000만원, 서울미디어홀딩스 30억1000만원, 티에스자산개발 26억원, 스카이리빙 24억6000만원, 티에스리빙 21억2000만원, 티에스써밋 22억1000만원, 티에스주택 3억1000만원 등 각각 부과했다.
공정위 측은 "이번 조치는 국민의 주거안정 등 공익적 목적으로 설계된 공공택지 공급제도를 악용해 총수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에 활용한 행위를 적발 및 제재했다는데 의의가 있다"며 "특히 편법적인 벌떼입찰로 확보한 공공택지의 계열사 간 전매가 부당 내부거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으며, 향후 사업역량을 갖춘 실수요자에게 공공택지가 공급되는 공정한 거래 질서가 확립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반은 입장문을 통해 "조사과정에서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공정위 의결서 접수 후 이를 검토해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과를 떠나 고객, 협력사, 회사 구성원 등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수스럽다"며 "앞으로 더 엄격한 준법경영의 기준으로 마련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