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선 후 4개월간 공백 상태였던 보건복지부 장관 세 번째 후보자로 조규홍 현 복지부 1차관이 지명됐다. 조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지난 1995년 재정경제원 예산실근무를 시작으로 2014년부터 2018년 기획재정부 경제예산심의관과 재정관리관, 2021년까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를 거쳐 지난 5월부터 복지부 제1차관을 맡고 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조 후보자는 지난 2006년 복지 분야 재정투자 확대를 핵심으로 한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 국가비전인 '비전2030' 입안을 총괄했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상생의 연금개혁 추진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 재정지출 효율화 △건강보험제도 개편 및 필수공공의료 강화 등을 이끌 적임자로 보고 있다.
조 후보자의 이력을 보면 예산과 재정 분야에 정통한 인물은 맞다. 지난 5월부터 복지부 현안 업무를 추진해온 만큼 업무 이해도와 연속성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헬스 분야를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앞서 지난달 30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2023년도 복지부 예산으로 총 200억원의 신규 예산을 투입, 의료데이터와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투자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신규 예산은 암전문데이터 정보시스템(74억원), 휴폐업 의료기관 진료기록보관 시스템(61억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시스템(4억원) 등에 투입된다.
정부의 바이오헬스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취지와 다르게 정작 바이오헬스 산업계에 대한 신규 예산은 없다. 다만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는 지속되고 일부 미미하게 확대되는 부분이 있긴 하다. 정부는 내년에 임상경험과 연구능력을 갖춘 의사과학자 양성 지원(박사 과정)을 기존 95명에서 125명으로 늘렸다.
또 감염병, 암 및 고부담·난치성 질환 등 보건안보 및 국가난제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R&D) 확대로 21개 신규사업에 1057억원을 투입하고 감염병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37억5000만원, 백신·치료제 신속 비임상시험 실증 개발 예산에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실질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신규 지원되는 건 '감염병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과 '백신·치료제 신속 비임상시험 실증 개발' 등으로 1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조 후보자는 재정 관리에 능통하고 복지 분야에 대한 재정투자를 확대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제약바이오 산업 자체에 대한 이해도나 경험은 없다. 문턱이 높아진 기업공개(IPO)와 투자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벤처캐피탈(VC) 등으로 가뜩이나 투자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는 제약바이오 기업들 입장에서는 조 후보자의 복지부 장관 지명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사퇴한 두 장관 후보자들은 제약바이오 산업계에 대한 이해도라도 있었는데 조 후보자는 재정 전문가지만 산업계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하다"면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및 지원이 절실한 만큼 조 후보자가 최종 복지부 장관에 취임한다면 산업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산업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