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로 '라인'이나 '티맵' 등 대체재를 찾는 이용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카카오의 최대 경쟁사라 할 네이버의 라인 메신저 신규 설치 건수가 폭증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카카오톡 엑소더스(탈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카카오 서비스와 생태계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쉽게 다른 곳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카카오에 대한 이용자 신뢰에 금이 가면서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개선하려던 카카오의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 장애에 대체 서비스 이용 급증
18일 데이터 분석 업체인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최근 구글플레이·애플 앱스토어 실시간 인기 순위 상위권에 라인과 티맵, 네이버 지도, 우티 등 카카오 대체 서비스들이 대거 포진했다.
라인은 일간 신규 설치 건수가 23만5000건을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네이버지도와 티맵도 신규 설치 건수가 각각 8만2000건, 6만4000건으로 이전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5일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장애를 일으키자 이용자들이 비슷한 서비스를 찾아 나섰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메신저앱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모빌리티·커머스·금융·콘텐츠 등 서비스를 확장해왔다.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 6월 말 기준 187개에 달한다. '공룡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한 카카오의 영향력은 점점 커졌다. 카카오톡은 4700만명 이상의 국내 가입자를 둔 앱이 됐고, 카카오T 서비스는 택시 호출앱 시장 90%를 장악했다.
카카오 생태계가 무한확장한 만큼 서비스 '먹통'의 후폭풍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주력인 메신저를 비롯해 택시 호출이나 쇼핑, 뮤직 서비스를 비롯해 카카오톡 ID를 연동하는 업비트 등 다른 서비스까지 덩달아 멈추면서 전국 곳곳에서 대란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미지 타격 불가피…성장 전략 제동
관련 업계에선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대체 서비스 이용이 늘긴 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익숙함에 길들여진 이용자들이 단번에 다른 서비스로 갈아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의 브랜드에 대한 이용자 신뢰가 흔들리면서 장기 성장 전략에 빨간불이 들어올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매출 확대 전략에 경고음이 커졌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톡 프로필 영역 개편과 오픈채팅 강화 등을 통해 광고·커머스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진투자증권 정의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카카오톡 서비스 오류 사태로 인해) 성장동력 확보에도 차질이 생겼다"며 "이번 사태로 카카오톡 개편 과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진 않겠지만, 광고와 커머스 영역 확장에 불필요한 제동이 걸린 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규제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변수다. 윤석열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자율규제를 추진해왔으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카카오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 "민간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기간통신망과 다름없다"며 "국회와 잘 논의해서 향후 국민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규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빅테크의 폐해가 많이 나타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카카오가 있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장 지배력이 비대해진 카카오에 대한 규제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