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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두리 그만" 유통업계 '탈' 카카오톡 가능할까

  • 2022.10.21(금) 07:18

카카오톡 '먹통'에 유통가도 멈췄다
"커지는 플랫폼 의존 줄이자" 공감대
여전히 '굳건한' 카카오톡 파워는 '벽'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유통업계에 탈(脫) 카카오톡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일순간 '먹통'이 되면서다. 유통사들은 카카오톡 결제·주문·안내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적잖은 피해를 봤다. 이 때문에 하나의 플랫폼에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형성됐다. 업계는 앞으로 외부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서비스를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의 탈(脫) 카카오톡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카카오톡은 이미 사람들의 일상을 점령한지 오래다. 카카오톡의 쇼핑·금융 서비스가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이는 하루아침에 바뀌기 어렵다. '생태계'가 굳건하다. 더군다나 자체 플랫폼을 갖추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일부 대기업 유통사만 가능하다. 현재 카카오톡을 '욕'하면서도 계속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통가도 멈췄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톡 마비 사태로 대형마트·이커머스·홈쇼핑 등 유통업계가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다. 홈플러스는 카카오페이 결제, 카카오톡 1대1 문의, 카카오톡 주문 배송 안내 등 서비스가 차질을 빚었다. 이 때문에 자사 홈페이지에 급히 안내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CJ온스타일·GS샵·마켓컬리 등도 고객에게 알림 카카오톡으로 서비스하던 주문 내역을 LMS(긴 문자)로 전환해야 했다. 

카카오 남궁훈(왼쪽)·홍은택 각자대표가 19일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특히 카카오톡 의존도가 높은 카페 프랜차이즈, 뷰티·패션업체의 피해가 컸다. 이들은 카카오톡의 모바일 상품권, 선물하기 서비스 등의 비중이 높다. 카카오톡이 장기간 마비되면서 손해가 적지 않았다. 스타벅스와 올리브영이 대표적이다. 카카오톡 마비에 따른 고객 민원과 불만도 현장에서 떠안아야 했다. KGC인삼공사, LF몰 역시 카카오톡 관련 상품 판매가 하루 이상 중단되기도 했다. 현재 일부 유통기업들은 카카오를 상대로 한 보상 청구를 검토 중이다. 

자영업자와 배달 대행업체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배달 대행업체는 일반적으로 카카오 등이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를 기반으로 배달료를 정산한다. 카카오톡 마비에 따른 라이더와 상점주의 혼란이 컸다. 배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고객 비난도 빗발쳤다. 카카오톡의 '비즈니스 채널'로 주문·상담 서비스를 진행해온 자영업자들은 지난 주말 장사를 공쳤다. 

빛난 자체 시스템

반면 상대적으로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곳도 있었다. 카카오톡 외에 자체 결제 시스템과 알림 기능을 갖춘 대기업 유통사들이다. 현대백화점도 카카오톡 선물·쇼핑하기 서비스에 입점해 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주 카카오톡 마비로 상품 주문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영향이 있었다. 다만 소비자들이 자체 플랫폼인 '더현대닷컴'으로 옮겨가 주문을 할 수 있었던 덕에 피해는 미미했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쓱닷컴'과 '롯데온'이 있는 신세계와 롯데도 마찬가지였다. 카카오톡 연동 로그인 서비스 장애 정도 외에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GS리테일도 자체 시스템으로 영향이 적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로그인과 커뮤니케이션, 결제수단 등이 이미 자체적으로 갖춰져 카카오톡 장애로 인한 소피자 피해가 크지 않았다"며 "기존부터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자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았다. 카카오톡의 서비스들은 고객 편의를 위해 추후 도입했던 서비스"라고 전했다. 

업계는 자체 플랫폼 서비스 강화에 더 힘을 준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탈(脫) 카톡이다. 독점적 지위의 한 플랫폼에 모든 걸 맡겨서는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앞으로 자체 페이 등 서비스 도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카카오 등 플랫폼의 영향력을 줄일 방안을 고민 중이다. 그동안 유통업계는 플랫폼 종속을 경계해 왔다. 이번 사태로 그 문제가 확실히 증명된 셈이다.

탈(脫) 카톡 가능할까

다만 탈(脫) 카카오톡의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다. 카카오톡은 4000만명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다. '록인' 효과가 그 어떤 플랫폼보다 강력하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필연적으로 '거래'가 발생한다. 카카오톡은 그동안 이 힘을 바탕으로 유통과 금융 등으로 끊임없이 서비스를 확장했다. 사람들의 일상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유통사 입장에서는 이를 무시하기 힘들다. 앞으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쓸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로 카카오톡의 '위상'은 떨어졌지만 '힘'은 아직 건재하다. 

/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실제로 지난 17일 카카오톡 사용자 수는 4093만 명을 기록했다. 카카오톡 마비 사태 이전 수준인 4112만 명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했다. 장애 발생 당시인 16일에는 3905만 명까지 급감했었다. 기타 카카오택시 등 서비스들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톡 생태계'가 하루아침에 깨지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습관처럼 카톡을 사용한다. 카카오톡으로 돈을 송금하고 쇼핑을 하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 사용 패턴은 단기간에 바뀌기 힘들다. 

중소 유통사와 자영업자들은 자체 시스템을 갖출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온라인 자체 시스템 구축은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든다. 자금력이 뛰어난 일부 소수의 대기업만 가능하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자체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보다 카카오톡에 '종속'되는 것이 더 쉽고 편한 길이다. 기본적으로 많은 이용자 수가 보장된다. 사실상 현재 카카오톡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 없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탈(脫) 카톡이 업계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이번 카카오톡 마비 사태가 안겨준 '교훈'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플랫폼의 막강한 힘에 종속을 벗어날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 현실이었다"며 "이번 사태로 독점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의 대안 마련 고민도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서도 플랫폼 독점을 눈여겨보고 있는 만큼, 자체 플랫폼 서비스 강화는 업계의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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